음식을 통해 세상을 봅니다. 안녕하세요, 맛있는 이야기 ‘미담(味談)’입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요리용 로봇, 이제 가정으로 진입 준비
2025년 3조7000억원→2034년 30조 6000억원 전망
입력된 반복 작업 한계, AI로 다양한 변수 대응 개발 중
인간 셰프의 요리 부의 상징 될까…‘미식의 양극화’ 우려도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실패했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된 라면 끓이는 로봇이 조리를 실패했다고 알림을 띄운 게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았다. 실수는 하지 않을 것 같은 로봇의 인간적인 모습에 사람들은 웃음을 선사했다. 바닥에 떨어진 라면 사리 쪽으로 돌아선 로봇의 모습에서 좌절감마저 느껴진다.
“오늘은 뭐를 먹을까?”
요리를 하기 귀찮을 때면, 가끔씩 실패 하더라도 대신해 요리를 해줄 수 있는 로봇이 집에 있는 장면을 상상할 때가 한번 쯤은 있을 것이다. 그 상상이 어쩌면, 상상으로 끝나지 않을 지 모른다. 가정용 요리 로봇이 대중화되는 일이 멀지 않은 미래 실현될 수 있다.
영국의 (Moley Robotics)에서 개발 중인 가정용 요리 로봇은 이 상상에 가장 가까운 로봇이다. 사람의 양팔과 손을 닮은 로봇이 주방에서 사람을 대신해 요리를 한다. 메뉴를 선택하기만 하면, 로봇이 레시피에 따라 조리를 한다. 50개 이상의 요리를 조리할 수 있다.
요리하는 로봇의 시작으로는 1981년 일본 스즈모(鈴茂)의 초밥 만드는 로봇을 꼽는다. 이 로봇은 사람이 손으로 쥐던 초밥용 밥을 일정한 양으로 나누고, 적당한 압력으로 눌러 초밥의 형태를 만들어냈다. 스즈모는 지금도 초밥 자동화 로봇을 생산하고 있으며, 현재는 1분당 300개의 초밥을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대 들어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이 발전하면서 본격적으로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팔이 달린 요리하는 로봇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로봇들은 사전에 입력된 행동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요리를 한다. 현재도 많은 요리 로봇이 이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는 요리하는 로봇이 분명히 넘어서야 할 과제로 꼽힌다. 요리는 굉장히 많은 변수가 작용한다. 그날의 토마토가 좀 더 단단한다든지, 그릇의 크기가 달라진다든지 심지어 베이킹의 경우에는 습도와 내부 온도에서도 결과물에 영향을 미친다. 아직 요리하는 로봇은 그런 변수에 대응이 가능한 수준은 아니다.
이는 실제 사업의 실패로도 이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피자 스타트업 줌(Zume)이다. 로봇과 자동화 시스템을 활용해 피자를 만들고 배달 과정에서 굽는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지만, 이동 중 조리와 품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사업 모델을 접었다. 샐러드 로봇 ‘샐리(Sally)’를 만든 초우보틱스(Chowbotics)도 한때 큰 주목을 받았다. 2021년 도어대시가 회사를 인수했지만, 1년여 뒤인 2022년 사업을 종료했다.
급성장하는 요리하는 로봇 시장, 인간 대체할 날 머지 않았다
하지만, 빠른 시일 내 이런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로봇의 발전과 더불어 인공지능(AI) 기술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요리 로봇을 포함한 식품 로봇 시장의 성장 속도는 무섭다. 시장조사업체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Fortune Business Insights)에 따르면 글로벌 식품 로봇 시장은 2025년 27억1000만 달러(약 3조7000억원)에서 2026년 32억8000만 달러(약 4조5000억원)로 2034년에는 149억5000만 달러(약 20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2026~2034년 연평균 성장률(CAGR)은 20.9%에 달한다.
미래에는 센서와 카메라가 식재료의 크기와 상태를 읽고, 인공지능이 조리 데이터를 분석하며, 로봇이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구조가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카메라가 감자의 크기와 색을 분석한다. AI가 오늘 감자의 수분과 크기를 계산한다. 로봇은 그 결과에 따라 튀김 시간을 조절한다. 완성된 음식의 색과 온도를 다시 센서가 확인한다. 문제가 있으면 다음 조리부터 조건을 바꾼다.
이렇게 되면 로봇은 단순히 ‘정해진 일을 반복하는 기계’에서 벗어난다. 음식의 상태를 읽고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조리 시스템에 가까워진다. 실제로 최근 음식 로봇 기업들은 단순한 기계보다 AI와 비전 시스템, 조리 데이터를 결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미소 역시 엔비디아의 로보틱스 플랫폼과 AI 기반 비전 기술을 활용한 주방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한국식품연구원이 AI를 활용한 면 제조 기술 개발에 들어갔다. 핵심은 ‘센서→AI→로봇→디지털 트윈’으로 이어지는 자율생산 체계다.
복합센서가 반죽과 면의 품질을 실시간 측정하면 AI가 데이터를 분석해 품질을 예측하고 최적의 작업조건을 결정한다. 로봇은 면을 집거나 모양을 만드는 고난도 작업을 수행한다. 실제 제조현장을 가상공간에 구현한 디지털 트윈은 전체 공정을 실시간으로 감시·제어한다.
식품연을 중심으로 산·학·연 9개 기관이 참여한다. 식품연은 면 품질 분석과 공정설계를 총괄하고 센서·AI·로봇·디지털 트윈을 하나의 생산라인으로 통합한다. 실시간 품질관리로 제품 손실률을 기존보다 20% 이상 줄이고 자율운영을 통해 생산성을 30% 이상 높인다. 전체 면 생산공정의 자동화율은 5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없는 자는 로봇 요리, 가진 자는 인간 셰프의 미식…‘미식의 양극화’
로봇의 등장은 아이러니하게도 미식의 새로운 경계를 만들 수도 있다.
요리 로봇의 확산을 단순히 ‘인간 셰프를 대체하는 기술’로만 볼 수 없는 이유는 미식의 양극화 가능성에도 있다. 자동화가 가능한 음식은 대량생산과 표준화가 쉬워지는 반면, 손맛과 재료의 미세한 차이, 셰프의 경험과 창의성이 필요한 음식은 오히려 고가의 영역으로 밀려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만난 유명 셰프 역시 로봇이 요리사를 대체하는 날이 분명히 올 거라며, 그 때는 인간 셰프가 만든 미식이 가진 자의 전유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분명히 로봇이 음식을 하는 날이 올 거에요. 요리라는 건 어떻게 보면, 감성의 영역이에요. 인간이 가진 불합리하면서도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그 지점이 있어요. 완벽히 로봇이 셰프를 대체할 수 있지는 않을 거에요. 그럼 로봇이 만드는 공장화된 요리를 먹는 사람과 소수만 남은 인간 셰프의 요리를 먹을 수 있는 상황이 올 수 있어요. 셰프의 미식이 가진 자의 향유물처럼 될 수 있는거죠.”
이미 소비자 인식에서도 이런 간극이 나타난다. 2026년 Appetite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로봇이 음식을 조리한 식당이 사람이 조리한 식당보다 낮게 평가되는 경향이 확인됐다. 특히 인간과 닮은 로봇일수록 ‘사람을 대체하려는 기술’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결국 로봇이 만드는 음식은 더 싸고 빠른 한 끼가 되고, 인간 셰프가 만드는 음식은 희소성과 손맛을 앞세운 비싼 한 끼가 될 가능성이 있다. 기술이 음식의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사람이 만든 음식’의 가치를 높여 미식의 가격과 경험을 양쪽으로 갈라놓을 수 있다는 얘기다.
123@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