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00선을 찍으며 ‘만스피’(코스피 1만)를 바라봤던 코스피가 7000선 아래로 25% 넘게 고꾸라진 뒤, 방향을 잡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박’을 노리고 고변동성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쏠렸던 자금이 시장조정과 규제환경 변화 이후, 옵션 프리미엄을 통해 정기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커버드콜 ETF’로 급격히 쏠리는 모양새입니다.
작년 말 15조원 수준이던 국내 커버드콜 ETF 순자산 규모는 최근 30조원에 육박하며 두배 가까이 불어났습니다.
변동성에 데인 개미들, ‘대박’ 대신 ‘월배당’ 피신
지난 5~6월 강한 추세 상승을 겪었던 코스피는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급락하는 과정에서 실적 지속성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며, 박스권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반등하며, 고점을 높일수록 개인의 차익 실현과 포지션 축소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고, 시장은 높은 변동성과 낮아진 고점이 공존하는 박스권 성격을 보일 전망”이라며 “이런 환경에서는 커버드콜 ETF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그렇다면 커버드콜 ETF는 무엇일까요. 쉽게 말해 커버드콜 ETF는 ‘주가가 크게 오를 때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일부 포기하는 대신, 지금 당장 매달 분배금을 받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초자산(주식·ETF)을 보유한 채, 그 자산의 콜옵션(특정 가격에 살 권리)을 남에게 팔고, 그 대가로 프리미엄(현금)을 받는 것입니다.
‘부동산 계약’에 비유해보겠습니다. 10억원짜리 아파트를 가진 집주인이 어떤 사람에게 “지금 계약금 1000만원을 받을 테니, 한 달 뒤 집값이 얼마가 되든 10억원(행사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주겠다”고 약속했다고 가정해봅시다.
집주인은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 1000만원의 수입을 챙기지만, 집값이 12억원으로 폭등해도 약속대로 10억원에 넘겨줘야 하므로 2억원의 추가 상승분을 포기해야 합니다. 반대로 집값이 9억원이 될 경우, 상대방은 권리를 포기하고, 집주인은 1000만원을 챙겨 일부 손실을 방어하게 됩니다.
커버드콜 ETF는 이 1000만원, 즉 프리미엄을 모아 분배금의 재원으로 씁니다. 그래서 상승장에서는 수익이 제한되고, 횡보장에서는 빛을 발합니다. 하락장에서는 하락 폭이 받은 프리미엄보다 크면 원금 손실을 봅니다.
일반적인 배당주 ETF가 연평균 3~5% 수준의 분배금을 준다면 커버드콜은 연 10% 안팎의 높은 분배금 지급을 목표로 합니다.
1년새 2배로 커진 커버드콜 ETF
커버드콜 ETF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국내 상장 커버드콜 ETF의 순자산총액은 약 29조원, 종목수는 62개에 달했습니다. 작년 말만해도 순자산은 약 15조원, 종목수는 52개였는데, 불과 1년이 채 안 돼 시장이 2배 규모로 성장한 것입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앞서 발간한 ‘국내 커버드콜 ETF 시장의 성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국내 커버드콜 ETF 시장 성장 배경을 세 가지로 짚었습니다. 2024년 이후 월분배형 ETF에 대한 투자자 수요 확대가 확대되며, 커버드콜 ETF가 월분배형 ETF 시장의 핵심 상품군이 됐다는 분석입니다.
또 ‘S&P 500’, ‘나스닥 100’ 등 해외 대표지수에 대한 국내 투자 수요가 국내 상장 커버드콜 ETF의 주요 기초자산 선택으로 연결되면서 상품 공급이 단기간에 확대됐다고 봤습니다.
여기에 운용사 간 공급 경쟁이 확대되며, 커버드콜 ETF의 상품 설계가 기초자산과 옵션 전략 측면에서 세분화됐다는 점도 시장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습니다. 기초자산 측면에서는 최근들어 고배당주, 금융고배당 TOP10, 반도체 TOP10,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테마형으로 커버드콜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옵션 전략 측면에서는 월간 옵션을 활용한 전통적 커버드콜 구조뿐 아니라 위클리 옵션, 목표 프리미엄형, 옵션 매도비중 조절형 등으로 운용 방식이 다양화되는 추세입니다.
초기 커버드콜 전략은 보유한 주식 수량의 100%에 해당하는 콜옵션을 매도하는 방식이 많았습니다. 옵션 프리미엄을 꾸준히 확보할 수 있단 장점이 있지만, 주가가 크게 오를 경우 상승 이익 대부분을 포기해야했습니다.
이후 이를 보완한 상품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목표로 하는 옵션 프리미엄이나 분배율을 정한 뒤, 필요한 만큼만 콜옵션을 매도하는 ‘타겟 커버드콜’이 대표적입니다. 월간 또는 주간 단위로 옵션을 부분 매도해, 잔여 자산이 기초지수의 상승을 어느 정도 따라가도록 설계하는 방식입니다.
매일 만기가 도래하는 옵션을 매도하는 ‘타겟 데일리 커버드콜’도 등장했습니다. 매 영업일 짧은 만기의 옵션을 새롭게 매도해 프리미엄을 수취하는 구조로, 한 달 짜리 옵션을 파는 것보다 시장 상승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이 가능합니다.
배당 일정이 다른 여러 커버드콜을 섞어 월 2회 배당을 받는 방식 등도 있습니다.
분배율만 보다간 낭패…‘이것’ 챙겨야
그렇다면 높은 분배율이 좋은 상품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분배금은 마법처럼 하늘에서 떨어지는 공짜 이익이 아니라, 옵션을 팔아 번 돈을 나눠주는 것이므로 분배락만큼 펀드 자산가치(NAV)가 차감됩니다.
목표 분배율이 지나치게 높으면, 기초자산 하락 시 원금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기초자산이 하락과 반등을 반복하는 변동성 장세에서는, 반등 시 상방이 막히기 때문에 지수가 제자리로 돌아오더라도 ETF 원금은 회복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분배율 숫자만 보고 투자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총수익(분배+가격)과 기초자산의 장기 흐름을 함께 봐야 합니다. 옵션 전략이 정교해도 기초자산이 흔들리면 손실이 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옵션 매도 비중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옵션을 많이 팔수록 프리미엄은 높아지는 반면, 상승 구간에 대한 참여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일부 ETF의 경우 보유자산과 실제 옵션 매도 대상 자산이 다르게 설계되기도 하기 때문에 투자 시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 투자 성향, 현금 흐름과 월 분배 주기 또한 고려해야 합니다. 큰 시세차익보다 꾸준한 현금흐름을 선호하는 투자자, 정기적인 분배금을 중요하게 보는 투자자, 강한 상승장보다 횡보·완만한 상승장을 예상하는 투자자에게는 커버드콜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또 국내 주식형 커버드콜의 경우 보유 주식 배당, 주식 매매차익, 옵션 매도 프리미엄으로 구성된 분배금 재원 중 매매차익, 옵션 프리미엄의 경우 비과세가 적용돼 세제 측면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심수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투자자들은 월분배금이나 표시 분배율만으로 판단하기보다 기준가격 변동을 포함한 총투자수익률과 함께 살펴보는 것이 바람직하며, 분배율 산식과 분배 재원, 비용, 세후 성과 등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국내 커버드콜 ETF 시장은 빠른 양적 성장 이후 기초자산과 옵션 전략이 세분화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만큼, 투자자가 상품 구조와 분배 수준 등 성과를 일관된 기준에서 비교할 수 있도록 표시 방식의 정합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