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박진영 [뉴시스]
가수 박진영 [뉴시스]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JYP엔터테인먼트가 서울 강동구 고덕동 신사옥 건립을 끝내 접었다. 755억원에 땅을 낙찰받은 지 3년, 건축허가를 받은 지 반년 만이다. JYP는 같은 날 성내동 현 사옥 인근 부동산 두 곳을 960억원에 사들인다고 공시했다.

JYP는 8일 입장문을 내고 “고덕동 신사옥 부지 앞 토지의 용도 변경을 최초 인지한 2026년 4월부터 SH공사 및 강동구청과 수차례 협의를 갖고 사업을 지속하고자 다각도로 노력해 왔으나, 최종적으로 고덕 신사옥 건립 사업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31일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로부터 “신사옥 부지 앞 토지 용도 변경에 절차상 문제가 없으며 공원으로의 원상회복 또한 불가하다”는 공식 답변을 받았고, 이후 “더 이상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최종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갈등의 진원은 신사옥 부지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1만3261㎡ 규모의 땅이다. JYP가 2023년 10월 고덕강일지구 유통판매시설용지 2블록 1만675㎡를 SH에서 낙찰받을 당시 이곳은 근린공원 용지였다. SH는 이듬해 12월 이 땅을 자족기능시설용지로 바꾸겠다고 신청,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0월 24일 이를 승인했다. 용적률 400%가 적용돼 18~19층 건물이 들어설 수 있는 땅이 됐다.

JYP 신사옥은 연면적 6만9259㎡, 지하 5층~지상 17층 규모로 계획됐다. 설계를 맡은 유현준 홍익대 교수는 고리 모양 건물이 중정을 감싸고 남쪽 공원을 향해 열리는 구조를 택했다. 20m 앞에 고층 건물이 서면 사옥 내부가 들여다보여 아티스트 사생활 보호와 보안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 JYP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JYP는 인접 건물 높이를 6층 이하로 묶거나 공원 위치를 조정하는 절충안을 제시했으나 수용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방의 핵심은 JYP가 용도 변경을 언제 알았느냐다. JYP는 올해 4월을 ‘최초 인지’ 시점으로 못 박았다. 지난 6월에도 분양 당시 고지된 토지 환경을 믿고 매입했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서울시의 설명은 다르다. 시는 지난 1일 해명자료에서 2023년 9월 4일 분양공고에 주변 토지이용계획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이 명시돼 있었다고 밝혔다. 용지 변경(2025년 10월 24일)에서 건축허가(2026년 4월 15일)까지 6개월의 시차가 있었던 만큼, JYP가 SH에 속았다는 식의 주장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강동구 역시 SH가 JYP와 계약하기 전인 2023년 4월 이전부터 변경을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계약 당시 이 땅은 공원 용지였고, 변경 신청과 승인은 모두 계약 이후의 일이다.

용도 변경의 명분을 두고도 평행선을 달렸다. SH는 학교용지법에 따라 지구 내 녹지 1%를 매각해 학교시설 설치비를 마련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고덕강일지구의 공원·녹지 비율이 28.4%로 법정 기준(20%)을 웃돈다는 점을 근거로 댔다. 유 교수는 지난달 29일 유튜브 채널에서 미래 세대 몫의 공원을 팔아 재원을 마련하는 것은 용산공원에 주택을 짓겠다는 발상과 다를 바 없다고 직격했고, 서울시는 두 사업의 법적 근거와 공원의 법적 지위가 달라 견줄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사이 문제의 땅은 팔리지 않았다. SH가 1039억6600만원에 내놓은 이 부지는 지난 5월 신청 기업이 한 곳도 없어 유찰됐다.

철회 이후의 숙제도 적지 않다. JYP는 2024년 부지 대금을 모두 치렀지만, 지난 6월 소유권 이전 등기 예정일을 1년 미룬다고 공시한 상태다. 이 땅은 반도건설, TKG디벨롭먼트와 컨소시엄을 꾸려 매입한 뒤 필지를 나눠 각자 개발하는 구조여서 JYP의 이탈이 다른 사업자에게 미칠 영향도 변수다.

지역사회의 반발도 남았다. 인근 14개 단지 입주자 대표가 참여한 ‘JYP 신사옥 앞 공원 지키기 주민연대’는 지난달 17일부터 공원 환원을 요구하는 서명을 받아 왔다.

JYP의 시선은 성내동으로 돌아갔다. 회사는 8일 성내동 448-11, 448-26 소재 토지와 건물을 총 960억원에 양수한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말 자산총액의 11.28%에 해당하는 규모로, 등기 예정일은 내년 2월 26일이다. 입장문은 ‘인근 건물 매입’이라고 했지만 공시에 적힌 취득 목적은 ‘사옥 신축’이다.

JYP는 “2018년 6월 강동구로 이전한 이래 성장을 거듭한 당사는 성내동 사옥을 주축으로 소속 지자체와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