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구 은행나무 열매 수거 현장 가보니
서울 자치구 중 은행나무 가로수 가장 많은 區
하루 열매 6톤 수거…“올 가을 100톤 넘을 듯”
은행나무, 보기 좋고 병충해 강해 가로수 각광
문제는 암나무…서울 가로수 중 4년 새 19%↓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석촌역 부근에 큰 집게를 단 굴삭기(포크레인)가 나타났다. 굴삭기가 가로수로 심어진 은행나무를 잡고 흔들자 마치 우박이 내리듯 자두색 은행 열매가 ‘후두두둑’ 떨어졌다. 순식간에 수백 개의 열매가 떨어지자 주변에 있던 작업자들이 다가가 열매를 검은 비닐봉지에 주워담기 시작했다.
헤럴드경제는 가을이 되면 주민들이 가장 많이 요청하는 대표 민원인 은행 열매 제거 작업에 동행했다. 송파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에서도 가장 많은 은행나무가 가로수로 심어진 곳이다. 송파구는 추석이 지난달 마지막 주부터 은행 열매 수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6일은 여섯 번째 작업일이었다.
권영대 송파구 가로수유지관리 현장소장은 “오늘(6일)은 오금로부터 시작해 백제고분로를 오전에 하고 오후에는 마천로부터 문정로까지 할 예정”이라며 “하루 150~200주의 은행나무를 작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전 8시부터 시작한 작업이지만 작업 2시간 만에 1톤 트럭 3대에는 은행 열매를 담은 검은 비닐봉지가 가득 담겨 있었다. 권 소장은 “봉지당 약 10㎏ 무게로 하루 약 600개 정도가 나온다. 하루 수거되는 게 대략 6톤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송파구는 올 가을 작업일만 17일을 계획하고 있다. 하루 약 6톤의 열매가 수거된다고 보면 단순 계간으로 100톤이 넘는 은행나무 열매가 수거되는 셈이다.
실제 송파구에는 매년 ‘가을만 되면 은행 열매 냄새 때문에 힘들다’는 민원이 다수 접수된다고 한다. 송파구 관계자는 “큰 도로뿐만 아니라 자기 집 주변 은행 열매를 치워달라는 민원이 많다”며 “10월 한 달은 은행나무 열매 제거 작업으로 바쁜 시기”라고 말했다.
‘은행나무 악취’의 원인은 은행나무 암나무에 열리는 열매다. 특히 땅에 떨어진 열매를 발로 밟았을 때 냄새가 심하다.
송파구에 거주하는 김모(46) 씨는 “이맘 때면 은행 열매를 밟지 않으려고 땅을 보면서 걷는다”며 “실수로 밟게 되면 그 고약한 냄새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다. 왜 은행나무를 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가로수 트리맵’에 따르면 서울에 식재된 가로수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은행나무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시에는 총 28만7684그루의 가로수가 식재돼 있는데 그중 은행나무가 8만3673그루로 전체의 29.1%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 4만3672그루(15.2%), 느티나무 4만122그루(13.9%) 등의 순이었다. 특히 악취의 원인이 되는 은행나무 암나무도 1만5359그루로 서울 전체 가로수의 5.3%나 됐다.
특히 송파구는 서울시에서 가장 많은 가로수가 식재된 곳이어서 은행나무 수도 가장 많았다. 송파구에는 총 2만3331그루의 가로수가 있는데 이 중 은행나무가 9490그루, 은행나무 암나무가 1313그루로 은행나무만 1만 그루가 넘게 심어져 있다.
가을철만 되면 고질적인 대표 민원이 되고 있는 은행나무를 왜 가로수로 심었을까. 여기에는 나름 이유가 있다. 서울시는 1971년 은행나무를 서울의 공식 나무로 지정했다. 은행나무는 대개 40~50년을 살고 병충해에 강하고, 미관상으로도 좋다는 것이 학계와 서울시, 자치구 등의 전언이다.
송파구 관계자는 “다른 나무에 비해 그늘을 만들어내는 면적이 넓고 가을철 단풍이 들면 예쁜 장면을 연출한다”며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는 능력도 다른 나무에 비해 높아 가로수로 좋다. 사실 냄새만 안 난다면 최상의 가로수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은행나무의 장점에 과거 각광받았던 양버즘나무와 수양버들은 밀렸다. 양버즘나무는 큼직한 잎사귀가 건물 간판과 고층 빌딩 창을 가린다는 이유로 수가 줄었고, 수양버들은 홀씨를 날려 시민들의 알레르기를 유발한다’는 지적으로 점차 서울의 거리에서 아예 퇴출됐다.
그런데 처음부터 왜 열매를 맺는 암나무를 심었을까. 과거에는 은행나무를 꽃과 열매가 맺힐 때까지 암수를 구별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가로수 조성 과정에서는 암수 구분 없이 심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국립산림과학원이 2011년 어린 은행나무 잎의 DNA를 분석해 암수를 판별하는 기술을 개발하면서 묘목 단계에서 수나무를 골라 심을 수 있게 됐다.
실제 은행나무 암나무 수는 점차 감소하고 있다. 기존 암나무를 수나무로 교체하는 작업에 더해 새로 심는 은행나무는 모두 수나무이기 때문이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암나무는 2021년 2만8216그루에서 ▷2022년 2만8216그루 ▷2023년 2만6510그루 ▷2024년 2만4934그루에 이어 지난해 2만2982그루까지 감소했다. 4년 새 18.5%나 줄어든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악취 민원이 매년 반복되고 있는 것은 알지만 모든 암나무를 수나무로 교체하는 것은 예산상의 문제도 있고 어렵다”며 “서울시는 미관과 환경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다양한 수종을 가로수로 식재 및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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