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 국내 누적 22.5만대
2021년 8월 EV6 출시 5년 만
승용·RV 19만대
EV3·EV5가 판매 중심축으로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EV6로 첫발을 내디딘 기아의 전용 전기차가 5년 만에 국내 누적 판매 20만대를 넘어섰다. 고성능·고가 모델 중심이던 초창기와 달리 EV3·EV5 같은 대중형 전기차와 목적기반차량(PBV) PV5까지 라인업을 넓힌 결과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꺾였던 판매도 올해 다시 가파르게 살아나며 기아의 내수 전기차 주도권을 키우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 기반 모델은 지난달 말 기준 국내 누적 판매 22만4809대를 기록했다. 첫 E-GMP 기반 전기차인 EV6가 국내에 출시된 지 약 5년 만이다.
이 가운데 상용차인 PV5를 제외한 승용·레저용차량(RV)만으로도 19만3576대에 달한다.
기아 전기차의 ‘2막’을 연 모델은 2021년 8월 출시된 EV6다. 앞서 판매된 레이 EV·니로 EV·봉고 EV 등은 기존 내연기관차의 차체와 플랫폼을 활용해 전동화한 모델이었다. 반면 EV6는 처음부터 전기차에 맞춰 설계한 E-GMP를 적용했다. 배터리를 차체 바닥에 배치해 실내 공간 활용도를 높였고, 차량의 전력을 외부 전자기기에 공급하는 V2L 기능도 갖췄다. 800V급 초고속 충전 시스템도 적용됐다.
EV6를 시작으로 기아의 전기차 라인업도 빠르게 넓어졌다. 2023년 대형 플래그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9을 선보인 데 이어 EV3·EV4·EV5를 잇달아 추가하며 가격대와 차급을 아래로 확장했다. 초기에는 전동화 비전과 상징성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후에는 상위 차급을 거쳐 대중형 시장까지 공략 범위를 넓히는 단계적 전략을 택한 셈이다.
판매 추이에서도 이런 변화가 나타난다. 기아 전용 전기차 국내 판매는 2021년 1만1023대에서 2022년 2만4852대, 2023년 2만5279대로 늘었다. 전기차 캐즘이 본격화한 2024년에는 2만3917대로 소폭 뒷걸음질쳤지만 지난해 4만6313대로 다시 뛰었다.
특히, 올해 판매 증가세가 가파르다. 이들 모델은 올 들어 8월까지 9만3425대가 판매됐다. 지난해 연간 판매량 4만6313대의 두 배를 이미 넘어선 규모다.
최근 판매의 중심도 EV6에서 보급형 모델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지난 8월 EV3는 3174대, EV5는 3146대가 팔리며 나란히 3000대를 넘겼다.
이런 변화는 제품군 확대와 맞물려 있다. 초창기 EV6와 EV9이 신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초기 수요층과 고가 시장을 겨냥했다면, EV3·EV4·EV5는 상대적으로 접근 가능한 가격과 실용성을 앞세워 대중시장으로 범위를 넓혔다. 여기에 PV5까지 가세하면서 전기차의 영역도 승용차에서 물류·배송·여객 등 상용시장으로 확장됐다.
전체 내수 판매가 줄어든 상황에서도 EV는 성장세를 이어갔다. 기아의 지난달 국내 판매는 4만365대로 전년 동월 대비 7.6% 감소했지만, EV는 1만985대로 69.4% 증가했다. 전체 내수 판매의 4대 중 1대 이상이 순수전기차였던 셈이다.
기아는 올해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EV2·EV3·EV4·EV5로 이어지는 ‘볼륨 EV 풀라인업’을 글로벌 시장에 구축하고, PV5 출시를 계기로 단순 차량 판매를 넘어 고객별 이동 수요를 겨냥한 ‘개인화 모빌리티’ 단계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국내에서 쌓은 판매 기반을 유럽으로 확장하는 데도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에서는 보급형 전기차부터 PBV까지 제품군을 넓히고, EV2와 EV4를 현지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주요 모델의 고성능 GT 버전까지 추가해 선택지를 넓혔다. 국내에서 효과를 본 촘촘한 라인업 전략을 유럽에서도 이어가는 모습이다.
판매 확대는 브랜드 이미지 변화로도 이어졌다. EV6가 ‘2022 유럽 올해의 차’를 수상한 데 이어 EV9과 EV3도 북미·세계 올해의 차에 잇달아 이름을 올렸다. 내연기관차 중심 브랜드였던 기아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다음 목표는 전용 전기차의 외연을 더 넓히는 것이다. 기아는 2030년까지 PBV 3종을 포함해 글로벌 전기차 라인업을 총 14개 모델로 확대할 계획이다. EV6에서 시작한 전용 전기차 포트폴리오에 지역별 전략 전기차와 소형 모델을 추가한다는 구상이다. PBV도 PV5에 이어 내년 PV7, 2029년 PV9을 차례로 투입할 예정이다.
EV 상용차의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기아는 지난달 승용 수요를 겨냥한 PV5 프라임을 추가했으며, 향후 택시·렌터카를 비롯해 장애인 이동지원, 도심 물류 등으로 활용처를 확대할 전망이다. 가정용뿐 아니라 법인·사업자 수요까지 전용 전기차 판매 기반이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판매 목표도 공격적이다. 기아가 제시한 2030년 글로벌 판매 목표 413만대 가운데 EV는 100만대다. 올해 목표인 40만대의 2.5배 규모다. 같은 기간 PBV 판매는 지난해 8500대에서 2030년 23만2000대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캐즘 이후 전기차 시장의 경쟁축은 ‘누가 먼저 전기차를 내놓느냐’에서 ‘얼마나 촘촘한 라인업과 가격대를 갖추느냐’로 옮겨갔다. 기아도 그동안 인센티브 부담을 감수하면서 대중형 전기차의 판매 기반을 넓혀온 만큼, 향후 규모의 경제와 원가 개선이 본격화되면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이상현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EV 캐즘 우려 속에서도 대중화 EV 신차를 쏟아내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역대 최고 수준인 4.0%까지 끌어올렸다”며 “기아는 글로벌 톱티어 수준의 펀더멘털을 입증하고 있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kwater@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