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V 전용 ‘EVO 플랜트’ 연 20만대 생산

순차 조립 공법으로 제조 효율성 극대화

컨버전 센터 결합해 맞춤 생산 생태계 조성

개인화 모빌리티 시장 공략 가속

이달 PV7 공개…웨스트 공장 자동화↑

기아 오토랜드 화성 EVO 플랜트 이스트 조립공장에서 로봇팔들이 PV5에 기아 엠블럼을 부착하고 있다. [기아 제공]
기아 오토랜드 화성 EVO 플랜트 이스트 조립공장에서 로봇팔들이 PV5에 기아 엠블럼을 부착하고 있다. [기아 제공]

[헤럴드경제(화성)=권제인 기자] 지난 8일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에 위치한 기아 화성 이보(EVO) 플랜트 조립공장에서 PV5 패신저와 카고, 샤시캡 모델이 한 라인으로 나란히 들어왔다. 기아의 ‘얼굴’인 엠블럼을 붙이기 위해서다. 서로 다른 차종과 사양이 섞여 있었지만, 로봇은 실시간으로 정보를 인식해 후드와 테일게이트 등에 차량에 맞 엠블럼을 골라 정확한 위치에 자동으로 부착했다.

PV5는 기아의 목적기반차량(PBV)으로서 고객 용도에 따라 세분화한 10종 라인업을 제공한다. 이에 화성 EVO 플랜트에서는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와 데이터 기반 품질관리를 통해 다차종을 유연하고 정확하게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달 차체가 더욱 커진 ‘PV7’를 선보이며 기아가 개인화 모빌리티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화성 EVO 플랜트는 높은 품질과 생산성으로 이를 뒷받침할 계획이다.

차종·사양 달라도 한 라인서 생산…“자동화로 효율 10% 개선”

8일 기아 화성 EVO 플랜트 차체공장에서 로봇팔이 용접 작업을 위해 차량 바닥에 해당하는 ‘플로어’ 부품을 이동시키는 모습. 권제인 기자
8일 기아 화성 EVO 플랜트 차체공장에서 로봇팔이 용접 작업을 위해 차량 바닥에 해당하는 ‘플로어’ 부품을 이동시키는 모습. 권제인 기자

기아는 PBV를 단순한 차종이 아닌 고객별 요구에 따라 끊임없이 형태가 달라지는 개인화 모빌리티로 확장하기 위해 생산공장부터 바꾸고 있다. 일반 승용차보다 차종과 사양이 다양한 PBV 특성을 감안해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여러 형태의 차량을 동시에 만들면서도 자동화 기술로 품질 편차를 줄였다.

화성 EVO 플랜트는 기아의 첫 PBV 전용 공장이다. 현재 PV5를 생산하는 이스트(East) 플랜트와 향후 대형 전동화 PBV인 PV7·PV9을 생산할 웨스트(West) 플랜트로 구성된다. 두 플랜트의 연간 생산능력은 각각 10만대로, 내년 6월 웨스트 플랜트가 준공되면 연 20만대의 PBV 생산 체계를 갖추게 된다.

핵심은 서로 다른 차량이 연이어 들어와도 생산설비가 스스로 차종과 사양을 구분해 작업하는 ‘다차종 유연 생산’이다. 차체공장 기준 PV5의 사양은 180개 이상으로 나뉜다. 공장에서는 부품에 입력된 데이터 매트릭스를 통해 작업자가 육안으로 부품을 구분하지 않아도 설비가 자동으로 사양을 판별하도록 했다.

기아 오토랜드 화성 EVO 플랜트 이스트 차체공장에서 로봇팔들이 PV5 바디를 제작하고 있다. [기아 제공]
기아 오토랜드 화성 EVO 플랜트 이스트 차체공장에서 로봇팔들이 PV5 바디를 제작하고 있다. [기아 제공]

자동화가 가장 두드러지는 지점은 자동화율이 100%에 달하는 용접 공정이다. 기존에는 주요 차체 부품을 하나의 공정에서 조립했다면 EVO 플랜트 이스트에서는 이를 인너벅·레일벅·아우터벅·루프벅 등 4개 공정으로 나눈 순차조립방식을 적용해 차량 크기와 사양이 달라지더라도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장에서는 작업자의 개입 없이 노란색 로봇팔이 상하좌우로 움직이며 차량의 뼈대인 ‘바디’를 완성했다.

공장 곳곳에는 무거운 차체와 부품을 옮기는 로봇도 움직였다. 길이와 무게중심이 서로 다른 차체는 앞뒤 두 대의 로봇이 움직임을 동기화해 운반하고, 무인운반차(AGV)는 차체와 각종 부품을 필요한 공정으로 실어 날랐다. 부품 이송을 포함한 차체공장의 자동화율은 83%에 달한다.

성시영 기아 생기계획팀 책임매니저는 “기존 화성공장 대비 약 9% 정도 더 높은 자동화율을 보이고 있다”며 “자동화가 많이 되면서 품질이나 운영 측면에서 약 10% 정도의 효율성 개선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0.2㎜ 단차까지 로봇이 잡는다…내년 준공 웨스트 공장 자동화 수준↑

8일 기아 PBV 생산 허브 테크 데이에 전시된 PV5 라인업. [기아 제공]
8일 기아 PBV 생산 허브 테크 데이에 전시된 PV5 라인업. [기아 제공]

자동화는 품질유지에도 활용된다. 차체공장에서는 비전 로봇(BMS·Body Measurement System)이 도어나 테일게이트 등을 장착할 차체 홀의 위치를 측정해 데이터화한다. 장착 후에는 시스템(CMS·Car Measurement System)이 차량의 간격과 단차를 다시 점검하고, 그 결과를 로봇에 전송해 조립 위치를 보정한다

조립공장의 외관 품질검사에서는 3D 비전 카메라가 연보랏빛 조명을 쏘며 차량 전체를 먼저 스캔한다. 이어 로봇이 차량 좌우 각각 21개 지점의 간격과 단차를 ±0.2㎜ 수준으로 측정한다. 또 18대의 카메라는 아웃사이드 미러와 도어 가니시, 펜더, 도어 핸들 등 24개 부품을 살펴 다른 사양의 부품이 잘못 장착됐거나 빠진 것은 없는지 자동으로 확인한다.

각 차량에 부착된 ‘스마트 태그’도 핵심이다. 차량의 위치와 생산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해당 차량에 맞는 공구와 설비가 연결됐을 때만 작업이 진행되도록 한다. 작업자가 잘못된 부품을 장착하는 등의 오류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장치다.

내년 6월 준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EVO 플랜트 웨스트에서는 자동화 수준이 한 단계 더 높아진다. 대형 PBV의 높은 전고와 무거운 부품에 대응하기 위해 루프 안테나와 쿼터 글라스 자동 장착, 플로어 콘솔 자동 투입 등을 적용한다.

성시영 책임매니저는 “주행검사 자동화를 통해 소음을 정량적으로 검사하고, 터널형 외관 비전검사를 통해 전고가 높은 차종의 외관 불량도 자동으로 검사할 것”이라며 “도장 이물에 대해서도 자동 검사와 수정 자동화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8일 기아 PBV 생산 허브 테크 데이에서 첫 선을 보인 PV5 카고 컴팩트. 권제인 기자
8일 기아 PBV 생산 허브 테크 데이에서 첫 선을 보인 PV5 카고 컴팩트. 권제인 기자

공장에서 끝이 아니다…‘뼈대’부터 개조 염두, 컨버전 연 4만대

기아의 PBV 생산 체계는 완성차 공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고객이 원하는 용도에 따라 차량을 바꾸는 ‘컨버전’을 차량 출고 이후의 단순 개조가 아닌 기본차 개발 단계부터 함께 설계하는 과정으로 끌어들였다.

기아는 오토랜드 화성 인근에 PBV 컨버전 센터를 두고 패신저, 카고, 샤시캡 등 기본차가 생산된 뒤 오픈베드와 크루밴, 내장·냉동탑차 등 다양한 차량으로 확장되는 구조를 구축했다. 컨버전 센터에는 98개의 작업셀과 14개의 검사셀이 마련돼 있으며 PV5뿐 아니라 향후 PV7·PV9 기반 컨버전 모델까지 연간 4만대 규모로 생산할 수 있다.

김민수(왼쪽부터) PBV컨버전운영팀 팀장, 이시영 PBV컨버전개발팀 책임매니저, 소득영 오토랜드 화성 공장장 전무, 성시영 생기계획팀 책임매니저가 8일 기아 PBV 생산 허브 테크 데이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기아 제공]
김민수(왼쪽부터) PBV컨버전운영팀 팀장, 이시영 PBV컨버전개발팀 책임매니저, 소득영 오토랜드 화성 공장장 전무, 성시영 생기계획팀 책임매니저가 8일 기아 PBV 생산 허브 테크 데이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기아 제공]

차를 다 만든 뒤 뜯어고치는 기존 특장 방식과도 차이가 있다. 기아는 기본차를 개발할 때부터 컨버전 부품을 장착하기 위한 홀과 브래킷, 와이어링, 커넥터 등을 미리 반영한다. 컨버전 과정에서 필요하지 않은 시트나 플로어 매트 등은 아예 장착하지 않은 ‘도너모델’도 외부 특장사에 공급한다. 불필요한 부품을 뜯어내는 작업을 줄이고 품질과 생산효율을 동시에 높이려는 것이다.

외부 업체에도 기본차 3D CAD 데이터와 바디빌더 매뉴얼, 인증자료 등을 제공하는 ‘PBV 컨버전 포털’을 운영한다. 1대1 테크니컬 핫라인도 마련했다. 이를 바탕으로 스마트 순찰차와 어린이 통학차, 리어 엔트리 WAV, 바이크 수송차, 냉동밴 등 외부 특장사와 협업한 차량들이 순차적으로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소득영 기아 오토랜드 화성 공장장 전무는 “오토랜드 화성은 차량을 만드는 공장을 넘어 고객과 파트너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요구를 모빌리티로 실현하는 PBV 생산 허브”라며 “스마트 제조기술과 컨버전 생태계를 지속 고도화해 고객에게는 더욱 폭넓은 선택지를 제공하고 파트너사와 함께 모빌리티의 다양한 가능성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yr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