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부당해고 구제 절차를 밟던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가 통역을 제공하지 않아 방어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익변호사단체는 이를 국적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희망법)은 노동위원회가 외국인 노동자 부당해고 구제 심문 과정에서 통역을 지원하지 않은 것은 평등권과 적법절차 원칙을 위반한 차별행위라며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정 대상은 울산의 한 조선소에서 용접공으로 일했던 스리랑카 국적 노동자 2명에 대한 부당해고 구제 절차다. 이들은 해고 이후 지난해 6월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지만, 같은 해 8월 열린 심문회의에서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당사자들에게 별도의 통역이 제공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희망법에 따르면 당시 전문 통역인이 아닌 동료 노동자가 통역을 맡았고, 위원들의 발언이 통역이 끝나기 전에 이어지거나 법률 용어에 대한 설명 없이 심문이 진행되면서 당사자들이 충분히 의견을 진술하기 어려웠다.
또 순차통역에 필요한 시간을 고려해 심문 시간 연장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약 1시간 20분 동안 진행된 심문에서도 실제 질의응답 시간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상황은 올해 2월 열린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에서도 반복됐다는 것이 희망법 측 설명이다. 재심 과정에서도 통역 지원과 심문 시간 연장이 이뤄지지 않아 외국인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절차 참여가 제한됐다는 것이다.
희망법은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구제 절차가 행정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실상 재판 성격의 절차인 만큼, 형사·민사 재판과 마찬가지로 외국인 당사자의 실질적인 방어권을 보장할 수 있는 통역 지원과 충분한 심문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당한 이유 없이 외국인 노동자에게 통역을 제공하지 않고 심문 시간 연장도 허용하지 않은 것은 국적을 이유로 한 차별이자 적법절차 원칙을 훼손한 행위"라며 인권위의 판단을 요청했다.
이번 진정은 노동위원회 심문 과정에서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통역 지원 의무와 절차적 권리 보장 범위를 둘러싼 논의를 본격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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