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로봇주 주도 반등…증권가 “추세 전환은 아직”

승강제·연기금 BM 개편 추진…장기 자금 유입이 관건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7월1일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코스닥시장 개설 30주년 기념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제공]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7월1일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코스닥시장 개설 30주년 기념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제공]

[헤럴드경제=송하준 기자] 금융당국이 코스닥 상장폐지 제도 보완과 승강제 도입 등을 검토하며 시장 활성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증권가는 제도 개선만으로는 코스닥의 구조적인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최근 바이오와 로봇주를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있지만 과거 강세장처럼 성장 기대와 유동성, 정책 기대가 동시에 맞물려야 추세적인 상승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은 전 거래일보다 43.37포인트(5.88%) 오른 780.72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31일 11% 넘게 급등한 데 이어 3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이 기간 누적 상승률은 약 21%를 기록했다. 지난달 30일 장중 연저점인 644.78까지 밀렸던 코스닥은 반등세를 이어가며 이날 오전 10시47분에는 사상 처음으로 3거래일 연속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코스피는 장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하락 전환하며 한때 6080.25까지 밀렸지만, 장 막판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개인 매수세가 유입되며 전 거래일보다 101.50포인트(1.62%) 오른 6358.95로 거래를 마쳤다.

최근 코스닥 시장에서는 바이오와 로봇주가 반등을 이끌고 있다. 전날 상한가를 기록한 펩트론은 이날도 4% 넘게 상승했고, 파마리서치와 리가켐바이오, HLB 등 바이오주도 강세를 나타냈다. 유일로보틱스와 클로봇 등 로봇주에도 매수세가 유입됐다. 지난 3일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며 코스피가 큰 폭으로 조정을 받은 반면 코스닥은 장중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될 정도로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규제 시행과 함께 예상했던 ‘대형 반도체 쏠림 완화에서 중소형 성장주로 이어지는 낙수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반도체를 떠난 자금이 제약·바이오와 로봇 등으로 이동하면서 시장 전반으로 온기가 확산되는 수급 재편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증권가는 이번 반등을 코스닥의 추세 전환으로 보기는 아직 이르다고 진단한다. 대신증권은 2010년 이후 코스닥이 코스피를 웃돈 대표 사례로 2015년 바이오 기술수출, 2017~2018년 코스닥벤처펀드, 2020년 진단키트, 2023년 이차전지 장세를 제시했다. 성장 산업에 대한 기대와 신규 유동성, 정책 지원이 함께 형성될 때 코스닥의 상대 강세가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권순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과거 코스닥 강세는 성장 기대와 유동성, 정책 기대가 함께 형성될 때 나타났고, 시장 전반보다 소수 종목에 상승세가 집중되는 특징을 보였다”며 “2023년 이차전지 장세에서는 상위 3개 종목이 시가총액 상위 150개 종목 수익률의 79%를 설명했다”고 말했다.

성장주가 나타나더라도 이를 따라 들어오는 자금이 부족하면 랠리는 오래가기 어렵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현재 코스닥150 추종 패시브 자금은 약 8조7000억원으로 코스피200 추종 자금의 14%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개인 자금이 대형 반도체주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로 이동하면서 코스닥 수급도 약화됐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승강제와 프리미엄 지수, 연계 ETF는 코스닥 유동성을 보완할 정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승강제가 도입되면 투자 대상이 기존 코스닥150에서 70개 안팎으로 압축돼 종목별 수급이 집중될 수 있다. 대신증권은 승강제 후보 50개 종목에 1조원의 자금이 유입될 경우 유동시가총액의 약 1.5% 규모 신규 매수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승강제 등 제도 보완이 단기적인 수급 개선 효과를 낼 수는 있지만 장기 투자 수요까지 확보할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다.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는 코스닥과 코스닥150을 웃도는 성과를 냈지만 추종 자금은 306억원에 그쳤고, 올해 성과도 코스피 반도체는 물론 반도체를 제외한 코스피에도 미치지 못했다. 시장이 기대하는 성장주와 정책이 선별한 우량기업 사이에 괴리가 있었던 만큼 단기적인 제도 효과와 장기 투자 수요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권 연구원은 “승강제는 단기적인 지수 부양책보다 우량기업과 부실기업을 가르는 장기적인 체질 개선 정책에 가깝다”며 “코스닥의 구조적인 상승은 성장 기대와 신규 유동성, 정책 효과가 함께 맞물릴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hajun82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