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관광객 제로(0)’ 상황 한산한 서울 명동. 여행사 매출도 ‘0’이었지만 정부의 손실지원금은 없었다. 이때문에 여행 중소기업의 폐업이 속출했다.[연합]
2020년 ‘관광객 제로(0)’ 상황 한산한 서울 명동. 여행사 매출도 ‘0’이었지만 정부의 손실지원금은 없었다. 이때문에 여행 중소기업의 폐업이 속출했다.[연합]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아 대낮에도 불을 꺼놓고 있었던 팬데믹 당시 여행사 사무실. 한국여행업협회는 최근, 코로나 같은 불가역적인 재난상황에 관광산업계가 부활할 마중물이 될, ‘재단기금 조성’을 대선공약에 넣으라고 촉구했다. [연합]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아 대낮에도 불을 꺼놓고 있었던 팬데믹 당시 여행사 사무실. 한국여행업협회는 최근, 코로나 같은 불가역적인 재난상황에 관광산업계가 부활할 마중물이 될, ‘재단기금 조성’을 대선공약에 넣으라고 촉구했다. [연합]

[헤럴드경제=함영훈 관광선임기자] 코로나 팬데믹때 다른 산업은 명맥을 유지했지만 관광산업 매출이 100에서 ‘0’으로 아예 없어져 관광기업의 폐업과 전업, 관광산업인들의 퇴사와 전직이 속출했다. 이처럼 붕괴된 관광산업 시스템은 인바운드 부문(외국인의 한국여행 랜딩사)에서 5년이 지나도록 아직도 완전하게 부활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때 코로나 재난 손실 보전에 대한 검토가 있었으나 결국 하지 않았고, 윤석열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반해 한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외국 정부들은 관광기업 손실의 50%~100%를 보전해 주었다. 그래서 폐업과 전업, 여행종사자의 타업종 전직이 거의 없었다.

코로나때 1500억원만 지원했더라도...

우리나라 조선업 위기 때 보여준 보전 대책의 3~5%만 지원했어도 관광산업은 빠르게 활력을 찾았을 것이라는 게 관광업계의 대체적인 생각이다.

당시 국회 관광 분야 의원연구모임에서는 1500억원만 지원해도 코로나 사태로 폭망한 관광업의 숨통을 틀 수 있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문재인-윤석열 정부는 곳간 마저 비어 빚 갚을 능력도 없는 관광기업인에게 “돈 꿔주겠다. 빚진 돈 상환을 조금 미뤄주겠다”는 얘기만 되풀이한 채 직접지원을 하지 않았다.

1500억원이면 시군 단위에서 교량 3~5개를 놓는 비용이다. 권력 실세 국회의원이 예결위 막판 계수조정 때 따냈다고 자랑하는 자투리 예산 규모만도 못하다.

여행업 지원 부재는 소탐대실의 전형이었다는 지적이다. 관광산업을 얼마나 홀대하는지 뼈저리게 느낀 관광인들이 많았고, 몇몇 업종단체 간부들은 기획재정부 앞에서 관광산업의 죽음을 고하며 ‘상복(喪服) 시위’까지 했지만, 예산정책 담당자들을 거들떠 보지 않았다.

한국여행업협회(KATA) 로고
한국여행업협회(KATA) 로고

이 때문에 한국여행업협회(KATA)가 최근 각 대선캠프에 보낸 6대 차기 정부 과제 공약 반영 요청 내용 중 ‘재해보상기금 조성’은 제 잘못도 아닌 ‘재해’적 상황 때문에 망해가는 관광기업인의 마지막 눈물 어린 하소연에 같았다. 동료 기업인들이 코로나 때 속절없이 폐업하던 과정을 생생하게 목도했던 그들이었다.

관광산업계는 외국어에 능통한 고급 인력들이 관광 그 자체가 좋아 온 경우가 많고, 손님 응대를 하느라 대체로 겸손하며, 상대적 저임금에도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분야이다.

2024년 현재 여행·호텔·리조트·테마파크 기업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은 3~4%이고, 여행업 종사자는 약 20만명, 호텔업 종사자 약 5만명 등이다. 여기에 팬션, 캠핑장, MICE, 전국의 관광명소, 체험관광지, 전국 요식업, 관광기념품 판매업, 택시 등 여행객 상대 교통업, 여행객 상대 다양한 생활용품 판매업 종사자를 합하면 GDP기여도는 두자릿수로 훌쩍 높아지고, 종사자 수는 몇 배 커진다.

모두 여행업과 호텔-리조트업, 테마파크업 등은 관광산업이 활성화 돼야 동반해서 활성화되는 방계 산업들이다. 나아가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나라에 안가보거나, 가보고나서도 “한국 별 볼일 없잖아”라는 평판이 국제사회에 나버리면, 잘 팔릴 만한 가전, 자동차도 덜 팔릴 수 밖에 없다.

“위기관리 위한 재해보상기금 조성해야”

한국여행업협회(KATA)는 최근 각 대선캠프에 보낸 공한에서 “여행산업이 국민경제에 대한 기여도가 크고 외화획득은 물론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큰 전략산업임에도 정부는 지금까지 홀대해 왔다”고 꼬집었다.

KATA는 “차기 정부에서는 여행산업을 국가 핵심전략산업으로 인식해 전폭적으로 지원해 줄 것”을 주문하면서 ▷(대통령 혹은 총리 주재) 국가관광전략회의 위상 제고 ▷여행업 관련 법제 정비를 통한 여행업 경쟁력 강화 ▷여행업 위기관리 지원을 위한 재해보상기금 조성 등도 6개 대선공약 과제에 포함시켰다.

국가관광전략회의 문제부 브리핑
국가관광전략회의 문제부 브리핑

KATA는 한국을 포함한 각국의 질병, 천재지변, 반한감정 등 외부 변수에 매우 취약한 여행업의 특성을 반영해 각종 위기상황 발생 시 여행업 생태계 유지 및 여행업 경영난 해소를 위한 ‘재해보상기금 조성’이 필요하다고 보고, 이에 대한 대비가 조속히 현실화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다국적 패키지 여행상품도 현안이다. 유럽을 갈 때 서유럽 몇 개국, 동유럽 여러 나라, 남프랑스-스페인-포르투갈, 스칸디나비아 3국 플러스1, 베네룩스+독일북부 등 여러 국가를 묶는 패키지가 많은데, 한국-중국-일본은 가까이 있으면서도 크루즈를 제외하곤 다국 패키지 상품이 없다.

그간 역대 정부에서 시도했지만 3국간 이해관계가 대립해 접점을 찾지 못한다는 점이다. 차기 정부가 관광외교를 통해 추진해야 할 소과제 중 하나로 거론된다. 과거, 한일 의원외교, 한중일 관광장관 회담에서 3국 연결 여행상품이 거론되기도 했다.

믿을수 있는 동남아 단체방한객, 비자규제 해소를

최근 가평 쁘띠프랑스-이탈리아 마을에 놀러온 필리핀, 말레이시아인 단체관광객에게 물어보니, 한국행 4박5일 패키지 가격이 150만원을 넘었다. 우리가 그곳에 가는 것은 이 금액의 2/3이하이다. 한국행 패키지가 비싸다는 얘기는 단체여행객들이 그 나라의 부유층 혹은 중상층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동남아시아 비자가 다른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신분이 확실한 단체관광객에 대해서는 규제를 완화하고, 비자발급 사무소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목소리이다.

가평 쁘띠프랑스를 방문한 동남아등 외국인 단체관광객
가평 쁘띠프랑스를 방문한 동남아등 외국인 단체관광객

한국이 가진, 세상에서 하나뿐인 여행지는 바로 비무장지대 평화관광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DMZ로 간다고 하면 잔뜩 긴장한다. 인식이나 정서면에서 한국인과 차이가 느껴지는 대표적인 지점이다. 막상 돌아보고 나면, 외국인들은 한국의 분단상황을 그리 걱정할 필요가 없구나 하는 점을 금방 확인한다.

DMZ 평화관광은 외국인관광객 입장에서 세계 7대 불가사의 여행 못지 않게 가치있는 버킷리스트에 해당한다. 세계 유일의 분단현장을 가봤다는 것은 그들에겐 특별한 경험이고, 우리에겐 ‘한반도리스크’의 오해를 씻는 기회이다.

이 때문에 DMZ 평화관광을 활성화해야한다는 제안이 거시적 안목을 가진 관광전문가들 사이에 자주 거론된다. 당초 문재인 정부가 대대적으로 할 것처럼 공언해놓고는 정작 특정 코스만으로 제한해 시행했고, 윤석열 정부도 축소된 수준으로 유지해왔다.

시행 착수했으나 걷도는 역대정부 약속들

이밖에 ▷제주 국제관광도시화 ▷제주 제2공항 신축, ▷광역단체로는 유일하게 국제관광도시로 지정된 부산 K-콘텐츠 및 관광 중심도시화 ▷전남-경남 남해안 관광벨트 등도 매우 더딘 진척을 보이는 상황이다. 이들 모두 지역의 오랜 현안으로, 당초 그려진 청사진을 신속하게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검토는 수십차례 했던 사안들이다.

세계 최대규모 K-팝 축제인 부산 원아시아 페스티벌
세계 최대규모 K-팝 축제인 부산 원아시아 페스티벌

한편 근로자 휴가지원제(근로자 20만원·정부 10만원·사용자 10만원 등 총 40만원으로 근로자 휴가보내기 캠페인)는 잘 되고 있는 역대 대선캠프의 공약이다. 시범사업을 했던 박근혜 정부 때 계산기를 두들겨 보지도 않은 측근 의원들이 ‘퍼주기’라고 비판해 본사업 시행이 미뤄졌지만, 박근혜 정부가 ‘마중물에 비해 경제효과가 엄청나게 높다’는 사실을 이미 입증했었고, 문재인 정부가 참좋은 정책으로 여겨 본사업을 시작해 해가 갈수록 확대 시행했으며, 윤석열 정부가 더 크게 실행해 역대 정부 모두 국민의 호평을 받은 제도이다.


abc@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