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대 모집인원 ‘3058명’ 동결 후폭풍
고3 수험생·학부모 “더럽고 치사한 교육 정책”
올해 수능 치르는 수험생·N수생 작년 대비↑
서울권 영향 미비, 지방권 지역인재 전형 변수
![정부가 2026학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수준인 3058명으로 되돌리면서 입시와 직결된 수험생과 학부모가 당혹스러움을 표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대치동 학원가 모습.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27/news-p.v1.20250420.669497fc3aaa428a9a6a1b4084b35576_P1.jpg)
[헤럴드경제=김용재·안효정 기자] 정부가 2026학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수준인 3058명으로 되돌리면서 입시와 직결된 수험생과 학부모가 당혹스러움을 표하고 있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대상이 ‘황금돼지띠’(2007년) 출생자들로, 학생 숫자가 예년에 비해 많은데다가 ‘N수생’도 늘어 경쟁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학원가에서는 최상위권 학생들 사이에서 의대모집인원이 지난해 대비 1500여명가량 줄어들면서 의대 합격선 변동으로 인한 입시 불확실성이 커지자 입시 상담이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3 수험생·학부모 ‘의대 혼란’에 한 목소리…“25학번 의대생? 천운 쓴 것”
26일 헤럴드경제가 양천구 목동,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학생과 학부모들은 정부의 ‘의대 모집인원 동결’에 대한 분노를 토로했다. 목동 재수종합반에 다니고 있는 A(20)군은 “정부 입장에서는 수험생이 실험용 쥐인 것 같다”며 “주변에 의대 하나만 바라보고 재수를 많이 할 만큼 최상위권 학생들한테 중요한 문제인데 1년 전에 결정하는 것도 아니고 새학기가 지나고 나서 발표하는 걸 보면 수험생에 대한 배려 자체가 없다”고 비판했다.
재수생 이모(19)양은 “지난해 수능에서 수학을 살짝 미끄러져서 의대를 못 가 재수했는데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눈물이 차오른다”며 “25학번으로 입학한 의대생들은 절대 다시 오지 않을 천운을 쓴 것 아니냐 그래도 일단 올해 수능 잘 봐서 의대 들어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삼수생 B(21)씨는 “작년 수능 때는 공부보다 들려오는 정신없는 입시 소식에 집중을 하지 못한 것 같다”라며 “증원 철회라는 이야기가 들려와도 일단 수능부터 잘 봐야겠단 생각으로 집중하고 있다”고 한숨 쉬었다.
대치동에서 만난 학부모 C(49)씨는 “복귀 안 하면 증원 그대로 하겠다더니, 드러누워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정말 답답하고 어려운 입시가 될 거란 생각에 잠이 안 온다”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 김모(54)씨는 “더럽고 치사하다는 생각만 든다”며 “올해 재학생도 N수생도 많아서 경쟁도 치열할 텐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했다.

수험생·N수생 많은 올해 수능…학원가 “입시 컨설팅 수요 증가세”
실제로 올해 고3은 출생률이 일시적으로 상승했던 황금돼지띠 해인 2007년 출생자들이다. 전년 대비 고3 재학생 수가 4만7733명가량 많다. 게다가 지난달 치러진 전국연합학력평가 응시생 수도 35만1454명으로 최근 3년 중 가장 많았다. 올해 의대를 노리는 N수생 숫자도 2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사교육 시장 수요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입시 업계에서는 의대 모집인원이 동결된 이후 의대 관련 문의와 입시 상담이 폭증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예측 불가한 요인이 늘어남에 따라 수험생·학부모의 불안 심리가 증가해 컨설팅 수요가 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치동 학원 관계자는 “최근 의대 모집인원이 동결되면서 입시 컨설팅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아무래도 의대 입시가 최상위권 학생들에게 연쇄적으로 작용하다 보니 불안한 학부모분들의 고민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모집 인원 변경이 적은 서울권 의대의 경우 합격선이 달라지지 않겠지만, 수도권 의대 합격선은 크게 오를 가능성도 있다. 교육부는 의대 정원이 줄더라도 지방의대 지역인재 전형의 선발 비율은 40% 이상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학생 수 증가 폭과 모집 인원 감소 규모를 비교할 때 강원권, 충청권, 대구·경북권 의대 입시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혼란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등교육법상 의대 정원은 2029년까지 5058명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 고1 학생들은 ‘2028 대입 개편’에 따라 선택과목이 폐지된 통합형 수능 체제와 내신 5등급 체제를 겪기 때문에 입시 불확실성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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