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한신평 공동 웨비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무디스와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가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글로벌 고(高)관세 정책이 반도체·철강·자동차·이차전지 등 한국의 주요 수출 산업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구조적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각 산업 부문별 주요 기업들의 신용도에 미칠 영향을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이어졌다.

무디스와 한신평은 24일 공동 웨비나를 통해 “반도체·철강·자동차·이차전지 산업 모두 단기적 가격 경쟁력 저하란 문제점을 넘어, 공급망 재편과 전략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두 기관은 한국이 25%에 이르는 ‘상호관세’ 대상국으로 지정됐으며, 10% 기본 관세만 적용받고 있는 90일 간의 유예 조치가 7월 9일 종료될 경우 대미(對美) 수출 경쟁력에 본격적으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성호재 한신평 실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간 경제 전망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은 기존 2.1%에서 1.5%로 하향 조정됐다”면서 “주요 20개국(G20) 중 멕시코(-2.5%p), 캐나다(-1.3%p) 다음으로 큰 폭으로 내려간 것”이라고 꼬집었다.

두 기관은 주요 산업별로도 트럼프 관세의 영향에 대해 분석했다.

아직 품목 관세가 부과되지 않은 반도체의 경우 관세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평가됐다. 미국 내 첨단 제조기반을 확충하고 중국의 기술 자립을 견제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목표에 따라 반도체에 대한 품목 관세는 현실화할 수밖에 없다는 게 원종현 한신평 실장의 진단이다.

두 기관은 한국 반도체 섹터는 공급망 측면에서 미국과 연계성이 높은 수준인 만큼 관세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봤다. 원 실장은 “반도체 관세 조치가 장기화할 경우 구조적 가격 경쟁력의 저하 가능성이 크다”면서 “데이터센터용 고용량 D램 모듈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위주로 수익성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봤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상대적 우위를 점한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제외하고는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범용(레거시) 제품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만큼 관세에 따른 악영향이 클 것이란 게 두 기관의 진단이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 대부분이 미국 역외에서 생산외는 만큼 국내 기업의 상대적인 가격 경쟁력 저하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도 봤다.

그만큼 대표 반도체 기업의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란 게 두 기관의 분석이다.

트럼프 미 행정부가 모든 철강 제품에 25% 품목 관세를 일괄적으로 부과하고 있는 철강 섹터의 경우 이미 관세 정책에 따른 영향을 체감 중이라고 두 기관은 평가했다. 유정용강관, 송유관 등 한국 철강업체들의 주력 수출 상품이 가격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강관업체들을 중심으로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수출 품목이 고수익 에너지용 강관에 집중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국내 철강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고 두 기관은 지적했다.

안희준 실장은 “포스코·세아제강 등의 경우 미국 내 생산 거점이 없다는 점에서 관세 부과에 따른 직접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면서 “현대제철은 미국 현지 시설투자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중장기에 걸쳐 관세 위험을 헤지할 예정이다. 방어력을 높여 통상 위험 확대에 따른 단기 실적 변동성을 어느정도 통제할 지 관심”이라고 짚었다.

세계 2위 자동차 판매 시장인 미국의 경우 수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25%에 이르는 완성차·차 부품 관세가 완성차 수요 위축으로 이어지고, 자동차 업권의 실적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두 기관의 지적이다.

성 실장은 “현대차·기아는 한국과 멕시코에서 수출하는 물량을 감안할 때 미국 판매 차량의 3분의 2는 관세 리스크에 노출됐다”면서 “미국 현지 신공장 증설과 가동이 본격화할 경우 업권 평균과 유사하게 생산량 비중을 높여 방어가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25% 관세 영향이 없는 경우와 비교했을 때 현대차·기아의 올해 합산 영업이익률은 약 1.8%p 감소할 것으로 두 기관은 예상했다.

성 실장은 “관세 부담 속에서도 판매가격 동결 및 인하 전략을 통한 경쟁 심화는 완성차 업체들이 중장기적으로 손실을 감내하기 힘든 상황을 만들 것”이라며 “현대차·기아는 강화된 입지와 우수한 이익 창출력,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경쟁업체 대비 기초체력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 관세가 신용도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국내 완성차 업체에겐 감기 수준인 관세에 따른 압박이 부품업체에겐 ‘독감’ 수준의 고통을 안길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이밖에도 두 기관은 국내 이차전지 업체들이 미국 현지에 생산 기반을 구축한 만큼 관세에 따른 직접적 영향은 크지 않겠다고 봤다. 하지만, 배터리 소재 업체의 생산 기반 부족으로 인해 배터리셀 업체들에도 간접적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관세부과로 미국 전기차 시장 자체의 수요 위축도 리스크로 지적했다.

성 실장은 “기초 체력이 이미 약해진 이차전지 업체들의 대응 방안과 재무 부담 통제 시스템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