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N Investor Day 2026’ 개최…관계 기반 Web3 사업 공개
개인정보 중앙서버 대신 이용자 기기에 보관
모임·가족·안심콜 등 적용
18개 사업모델 앞세워 투자유치 본격화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인공지능(AI)이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를 복제하고, AI 에이전트가 이용자를 대신해 예약과 결제까지 수행하는 시대를 맞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새로운 신원 인증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나왔다.
블록체인 기반 분산신원인증(DID) 기업 주식회사 촌(CHON)은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CHON Investor Day 2026’을 열고 관계 기반 상호인증 기술과 이를 활용한 사업모델을 공개했다고 28일 밝혔다.
행사에는 벤처캐피털(VC)과 신기술사업금융회사 투자심사역을 비롯해 파트너 기업, 학계·언론계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제9대 기상청장을 지낸 조석준 전 청장이 사회를 맡았다.
촌이 이날 전면에 내세운 개념은 ‘관계 기반 신원인증’이다. 이용자가 자신의 신원을 플랫폼에 일방적으로 등록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가족·직장·학교·동호회 등 현실에서 연결된 사람들이 서로 관계를 확인해야 인증이 성립하도록 설계했다.
예컨대 한 사람이 특정 회사 직원임을 스스로 주장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인증된 회사 구성원과 상호 확인을 거쳐 관계를 증명하는 방식이다. 이런 관계가 반복적으로 쌓이면 개인을 둘러싼 하나의 ‘관계 그래프’가 만들어진다.
촌은 개인정보를 중앙 서버에 집중 보관하지 않는 구조도 강조했다. 이용자의 원본 정보는 스마트폰에 두고, 분산원장에는 인증서 발급 사실을 해시값 형태로 기록한다. 회사 측은 이를 ‘Nothing to Steal(훔쳐갈 것이 없다)’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DID는 개인정보를 이용자가 직접 통제한다는 개념을 앞세워 금융·공공 분야를 중심으로 여러 차례 사업화가 시도됐다. 하지만 인증 기술 자체가 소비자에게 앱을 설치할 충분한 이유가 되기 어렵다는 점은 대중화 과정의 과제로 꼽혀왔다. 촌이 기술 설명보다 모임 출입증과 회원증, 가족 인증, 전화 사기 방지처럼 일상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앞세우는 것도 이 같은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AI 확산은 이 같은 신원 확인 기술의 쓰임새를 더욱 넓힐 수 있는 변수다. 생성형 AI가 이미지와 음성뿐 아니라 문체까지 모방할 수 있게 되면서 온라인에서 제시되는 개별 정보만으로 상대방의 실체를 판단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특히 향후 AI 에이전트가 사람을 대신해 계약이나 결제 등 경제활동에 참여할 경우, ‘화면 뒤에 실제 어떤 사람이 존재하는가’를 확인하는 별도의 신뢰 인프라가 중요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날 현장에서는 참석자들이 직접 촌 앱을 설치해 기술을 체험하는 시연도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QR코드를 이용해 행사장에 체크인하고 가족 간 상호인증을 통해 가계도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확인했다.
보이스피싱 방지를 겨냥한 ‘안심콜’ 기능도 공개됐다. 인증된 가족이 등록된 기기를 통해 전화하면 녹색으로 표시하는 반면 같은 전화번호라도 인증되지 않은 기기에서 걸려오면 경고를 표시하는 방식이다.
모임 운영자가 회원을 관리하는 ‘모임쯩’을 비롯해 매장 QR 가입과 성인 인증, 입장 관리, 방문 통계 기능 등도 소개됐다. 촌은 이처럼 이용자가 신원인증 자체가 아니라 특정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인증 시스템에 진입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신근영 촌 대표는 이날 회사를 “여러 개의 사업을 하는 회사가 아니라 하나의 신뢰 레이어(Trust Layer)를 여러 시장에 공급하는 회사”라고 정의했다.
그는 기존 공인인증서와 DID 사업이 기술을 갖추고도 실제 이용자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보고, 촌의 확산 전략을 “신분증을 파는 것이 아니라 쓸 일을 판다”고 설명했다.
가령 식당은 멤버십 카드를, 동호회는 회원증을, 종중은 종원증을 발급하고 학교는 디지털 졸업앨범을 제공한다. 이용자가 별도의 신원인증 서비스를 사용한다는 인식 없이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관계 인증 체계가 확장되는 구조다.
촌은 현재 상호인증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18개까지 발굴했다고 밝혔다. 관계 기반 가계도와 바이오 데이터를 결합한 건강정보 서비스, 이용자와 운영자가 광고 수익을 공유하는 Web3 광고 모델, 개인의 사진·영상·기록을 후손에게 전달하는 ‘디지털 족보’ 등이 포함됐다.
특히 플랫폼 사업자가 개인정보와 이용자 관계를 독점적으로 축적해 수익화해 온 기존 인터넷 구조와 달리 관계의 당사자가 데이터의 주도권을 갖도록 한다는 게 촌의 구상이다. 사업이 계획대로 확장될 경우 단순 DID 애플리케이션보다는 여러 서비스가 공통으로 활용하는 인증 인프라를 지향하는 셈이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행사에서 개인정보를 서버에 저장하지 않는 구조에 대해 AI 시대 사이버 보안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인터넷 산업에서 새로운 연결 방식을 만들어낸 기업들이 대형 플랫폼으로 성장해온 사례를 언급하며 사람의 관계를 사업 가치와 연결하려는 촌의 시도에 주목했다.
촌은 관계 그래프 상호인증과 관련해 현재 특허 24건을 보유하고 있으며 추가 특허 2건을 출원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설명회를 시작으로 투자 유치에도 본격적으로 나선다. 투자 유치 이후 미국 현지 법인 설립과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를 추진하고, 후속 기관투자로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신 대표는 “인터넷 역사에서 새로운 시대를 연 것은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낸 기업들이었다”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플랫폼 없이 직접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