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한남3구역, 길고양이 입양 사업 진행

5마리 입양 완료, 올해 100마리 목표

한남3구역 길고양이. [용산구 제공]
한남3구역 길고양이. [용산구 제공]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원래는 밤에만 다니던 아이들인데 사람이 없으니 이젠 낮에도 자유롭게 다녀요”

서울 용산구 한남 3구역(한남동 686 일대), 약 38만6400㎡ 부지가 재개발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한남 뉴타운 사업 중 가장 빠른 속도로 보이며 현재 주민들 이주가 거의 완료된 상태다.

현재 3구역 일대는 사람들의 출입을 제한하기 위해 3~4m 높이의 펜스가 둘러쳐져 있다. 그런데 펜스 곳곳 아래쪽에 가로, 세로 20㎝의 직사각형 구멍이 뚫려 있다. 이는 바로 한남 3구역 재개발 지역에 남아있는 길고양이들의 출입구다. 그 앞에는 사료와 물이 담긴 공공급식소도 설치돼 있다. 사람들은 떠났지만 그곳에 남은 길고양이들을 위한 배려인 셈이다.

용산구 관계자는 “원주민들이 떠나면서 이곳에 살던 길고양이들은 먹이가 부족해지고 철거가 시작되면서 위험에 처하게 됐다”며 “본격적인 철거가 시작되기 전 이 고양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시공사, 조합, 길고양이 돌봄시민들과 함께 길고양이 구출 사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현재 한남 3구역 안에 있는 길고양이들의 개체 수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힘들다. 구에서는 대략 100마리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줄리씨가 길고양이 공공급식소에 먹이를 담고 있다. 손인규 기자
줄리씨가 길고양이 공공급식소에 먹이를 담고 있다. 손인규 기자

길고양이 구출 작전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줄리(활동명, 33)씨는 “현재 100마리라고 해도 날씨가 따뜻해지면 아이들의 번식력이 왕성해진다”며 “한 마리가 5~6마리를 낳게 되는데 이 아이들을 구출해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으면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게 되고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용산구는 재개발 구역 길고양이들을 구출해 중성화 수술을 한 뒤 지역 주민에게 입양시키는 ‘길고양이 입양 지원사업’(TNA, Trap-Neuter-Adopt)을 진행 중이다. 이는 전국 최초로 진행되는 사업이다.

용산구 관계자는 “현재 정부가 시행하는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TNR, Trap-Neuter-Return)은 중성화 후 다시 원래 서식지에 방사하는 방식인데 재개발 지역 길고양이들은 돌아갈 곳이 없다”며 “우리 구는 입양을 위한 중성화 수술 외에 혈액검사, 전염병 검사, 구충, 백신 접종, 동물 등록까지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가 올해 목표로 하는 입양 길고양이 수는 100마리다. 구에 따르면 이미 5마리의 길고양이 입양을 마쳤고 3마리가 입양을 대기 중이라고 한다.

재개발 사업으로 펜스가 처진 한남3구역. 손인규 기자
재개발 사업으로 펜스가 처진 한남3구역. 손인규 기자

다만 길고양이 입양이 쉽지는 않다. 줄리씨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들을 구출해 임시보호소에 머물며 입양자들과 친해질 시간을 가진 뒤 입양을 보내는 것”이라며 “하지만 고양이 특성상 사람들을 경계하기도 하고 재개발 구역은 접근이 어렵다 보니 먹이를 먹으러 올 때 잠깐 찍은 사진 정도로 입양할지 말지 결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용산구는 한남3구역 길고양이 입양 사업이 잘 진행되면 이를 매뉴얼화 해 이어서 진행될 다른 재개발 구역에도 적용할 방침이다.

줄리씨는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이해는 하지만 길고양이들이 우리에게 폐가 되지 않으려면 이 아이들이 살아갈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길고양이들을 혐오의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하나의 생명체로 바라봐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