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선 첫 주 득표율 90%

민생·지역숙원 사업 위주 공약

“이미 압도적” 네거티브는 자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임세준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임세준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가 순회경선 첫 주 90%에 육박하는 득표율로 압승을 거뒀다. 당내에선 ‘구대명(90%의 지지율로 대통령 후보는 이재명)’이라는 신조어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이 후보는 몸을 낮춘 행보를 이어간다. 상대 후보에 대한 비판적 언급은 삼가고 민주진영 내 견해차가 크지 않은 정책을 속속 발표하면서 잡음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경선 승리 이후 본선을 염두에 두고 대통령 후보로서의 안정감을 보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1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후보는 오는 27일까지 진행되는 순회경선에서 누적 득표율 89.56%를 기록 중이다. 19일 발표된 충청권 순회경선에선 88.15%, 20일 영남권 순회경선에선 이보다 높은 90.81%의 표를 얻었다. 이번 주 호남권, 수도권·강원·제주 순으로 이어지는 순회경선에서도 이 후보의 독주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 후보가 최종 후보가 되는 데에는 변수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중도층이 많다고 하는 충청과 영남에서 이미 압도적으로 90%에 달하는 득표율을 얻었다”라고 내다봤다.

이 후보는 당내 경선이 시작된 이후 순회 경선지인 충청·영남권 공약과, 문화·예술·장애인·금융 정책 등을 연이어 발표했다. 충청은 ‘행정·과학 수도’, 영남은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를 키워드로 한 공약들을 제시했다. 문화 부문에선 ‘문화 수출 50조원’, 장애인 정책으론 ‘발달·정신 장애인 돌봄 국가 책임제’를 내세웠다. 이날은 ‘주가지수 5000 시대’를 거론하며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상법 개정 재추진 등의 공약들을 발표했다.

이처럼 이 후보는 눈길을 끄는 파격적인 공약이 아닌 민생 밀착 정책이나 지역별 숙원 사업을 내세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대선 출마 전 당 대표를 지내면서 보였던 과감한 정책 행보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이 후보는 지난해 당 대표에 연임한 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가상자산 세금 유예, 반도체 산업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 적용 검토 등 기존 민주당의 정책 노선과는 다른 방향의 행보를 보였었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한 친명(친이재명)계 의원은 “유력한 후보가 잡음을 만드는 모습을 보일 필요는 없다”라며 “압도적인 경쟁력은 입증이 됐으니 변수 관리에만 집중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함께 경선에 참여하고 있는 김경수·김동연 후보와의 관계 설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최종 후보가 되기 위해 꺾어야 할 경쟁자가 아닌 통합과 포용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 후보는 이들의 다른 생각이나 주장에 반박을 하기보단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18일 열린 첫 경선 후보 TV토론에선 김동연 후보가 개헌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지적을 하자 이 후보는 “대통령이 되지 못해 약속을 지킬 수 없었다”며 반박이 아닌 우회적인 답변을 했다. 전날(20일) 열린 영남권 순회경선 정견발표에서는 두 후보의 이름과 이들이 낸 공약을 거론하면서 포용 의지를 직접 표현하기도 했다.

당내에선 이 후보에게 이번 경선은 안정감과 통합역량을 부각에 집중하는 과정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기록 중이지만 비호감도가 높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경선 과정을 통해 비호감 이미지를 상쇄하기 위한 행보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경선은 로키(Low key)로 갈 것으로 보인다”이라며 “당내에선 적수가 없는 상황에서 비호감도 줄이기에 주력하는 것”이라고 했다. 양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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