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37회> 붉은 태양을 따라서 16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고? 여자 가랑이 밑을 기는 것이 권위와 가식을 버리라는 충고라고?’
권도일은 황당할 뿐이었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라더니… 이스라엘 여행객으로 가장하여 팔레스타인까지 찾아가 N-Dos 단의 본거지를 염탐하고, 어렵사리 북한을 방문하여 제6사단장과 도형철 등을 만나 5개국 관통 랠리카들이 북한 땅을 밟을 수 있도록 애쓴 공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
“1974년 산 치타의 드라이버는 의당히 제가 맡아야 되는 것 아닙니까?”
권도일은 눈을 치뜨며 이렇게 물었다. 그까짓 거 아무나 하면 어떠냐는 태도로 일관하는 재벌2세에게 일침을 가했다고나 할까?
“글쎄 더 이상 여러 말 하지 마세요. 나는 붉은 팬티를 보고 붉은 팬티라고 대답한 유호성 선수에게 드라이버 자리를 맡기기로 이미 결심했으니까.”
“이번 랠리야말로 우리 거성그룹의 자존심을 건 중대한 사업 아닙니까? 그 사업의 성패를 결정하는 드라이버 자리를…”
“어째서 유호성 선수에게 맡기냐고요?”
“그렇습니다. 왕회장님의 지시인가요?”
“어허, 아무러면 어떻습니까? 고백하자면… 왕회장님의 뜻이긴 합니다만.”
“어째서… 어째서 그렇게 결정하셨을까요?”
“한낱 참새에 불과한 내가 어찌 봉황의 뜻을 알아챌 수 있겠습니까? 더 이상 따지지 말고 술이나 드시도록 합시다.”
재벌2세는 권도일의 면전에 대고 손사래를 쳤다. 더 이상 왈가왈부하기 싫다는 투였다. 그 순간 눈치 빠른 마담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한복 입은 아가씨들을 주안상 앞에 일렬횡대로 세우기 시작했다.
“자,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 비록 자리는 협소하지만 우리 모두가 싸이의 말춤으로 흥을 돋워 볼게요. 얘들아 뭐하니? 달려보자.”
그러자 주안상 앞에 일렬로 늘어선 아가씨들이 일제히 치마를 걷어 올리기 시작했다. 움직일 때마다 부스럭 소리를 내던 치맛자락을 물기 짜내기 직전의 빨래처럼 둘둘 말아 가랑이 사이에 끼우고 나니… 에그머니나, 모두들 해괴한 스타일로 변해버렸다.
허리 위를 올려다보노라면 조신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결혼 첫날 새색시 차림이었다. 겨드랑이 옆에서 단이 끊긴 짧은 저고리, V자 형태로 날렵하게 미끄러지는 동정 아래로 자주색 옷고름이 치렁치렁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나…
눈길을 아래로 돌리면 아찔하게 드러난 붉은 팬티, 검은 망사스타킹에 감싸인 채 쭉 뻗어 내려간 허벅지와 종아리가… 아하, 보는 이로 하여금 침을 꿀꺽 삼키게 하거나 혹은 턱 밑으로 질질 흘리게 했다.
“옵, 옵, 옵빤 강남스타일!”
TV를 켜기만 하면 시도 때도 없이 들려오던 경쾌한 노래가 지금 주안상이 차려진 방안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뿐인가? 이리 보면 캉캉 춤을 추는 것 같기도 하고, 저리 보면 말 타고 초원을 질주하는 것 같기도 한 요상한 춤사위에 모두들 넋이 빠질 지경이었다.
“자, 자… 풍악!”
가야금이나 대금으로도 이런 현대판 음악을 연주할 수 있다는 걸… 권도일은 깨달았다. 딩가당 삘릴리~ 딩딩 삐리리~
옆을 보니… 신이 났는지, 유호성이 술을 냉수처럼 벌컥벌컥 들이마시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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