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19회> 사랑을 위한 의식 37

“하낫, 둘, 셋, 넷… 둘, 둘, 셋, 넷…”

“이, 얼, 산, 쓰… 얼, 얼, 산, 쓰…”

유호성은 다시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그의 구령에 맞춰 그녀도 중국어로 화답했다. 그러나 조금 전과는 숫자를 세는 방법이 달랐다. 마치 군대에서 피티체조를 하듯 세는 이런 방식은 애초에 계획했던 것보다 무려 네 곱절이나 더 달려보겠다는 의지가 듬뿍 담긴 것이었다. 그뿐인가? 셈하는 속도도 이전보다는 훨씬 빨랐다.

“셋, 둘, 셋, 넷… 아흐, 아흐.”

“산, 얼, 산, 쓰… 아악!”

‘밀교’를 읽다 보면 고행과 도력에 대해 예를 든 대목이 나온다. 신체가 극도로 쇠약해지면 사람의 몸에서는 더운 기운이 사라지고 몸은 얼음장처럼 식어버린다고 했다. 그럴 때 생명을 되살리는 방법은 생명력이 모여 있는 배꼽 밑에 정신을 집중하여 명상을 하면 다시 몸이 더워진다고 했다.

지금 유호성도 고행 중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입장은 밀교의 가르침을 역행하는 수순이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저절로… 배꼽 밑 단전에 온 정신을 집중하는 중이었다. 그러니 가뜩이나 뜨거워진 몸뚱이에 풀무질을 해대는 격이나 다름없었다.

몸이 정신없이 뜨거워졌으므로 그의 시야는 코브라가 바라보는 것처럼 잔뜩 좁아져 있었다. 양각도 호텔의 스위트룸이 그토록 좁을 리야 없겠지만 그의 시야에는 예원희의 나신만이 가득할 뿐이었다.

어느새 칠흑의 밤으로 접어든 것인지, 아니면 커튼도 젖히지 않은 채 전등불마저 끄고 있었던 것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도주 빛 광채는 어디로부터 새어나오는 것인지….

커다란 와인 잔 속에 누워 있는 것처럼 사방은 붉은색 천지로 물들어 있었다. 옆을 보아도, 뒤를 돌아보아도 진홍빛 광채만 출렁일 따름이었는데 그 사이로 문득문득 그녀의 매끄러운 피부가 드러나는 것이었다. 그녀의 피부는 어느새 잘 익은 포도주처럼 숙성되어 있었다. 은은하게 물든 그녀의 맨몸을 단지 눈으로 훑었을 뿐인데 그는 어느새 취한 듯한 기분에 사로잡히고야 말았다.

“이제 부둥켜안고 가만히 있자우요. 내레 죽을 것만 같습네다.”

하지만 이 순간, 심장이 멈추기 전에야 그녀를 부둥켜안고만 있을 수 있나? 그는 최선을 다하여 꼴뚜기 짓을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속으로 외던 산술 셈은 어느덧 100번씩 열 순배쯤이나 돈 것 같았다. 그러자 무언가 뱃속에 꽉 차 있던 울분 같은 것이 한꺼번에 터져나가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드디어… 남북 교류가… 으!”

감탄과 놀라움, 행복함과 장렬함이 뒤범벅된 신음을 그는 더 이상 참아낼 재간이 없었다. 남북 간의 교류가 이처럼 뜨겁게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정치인들의 합일이 이처럼 단단히 얽히면 얼마나 좋을까.

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자 그녀의 머리채를 한 손으로 단단히 옭아 쥐었다. 그녀 역시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운지 두 손으로 침대 시트를 가득 움켜쥔 상태였다. 그가 머리채를 잡은 손에 힘을 주자 그녀의 상체가 따라서 일으켜 세워졌다.

“원희 씨!”

그러자 눈앞으로 전율에 떨고 있는 그녀의 젖가슴이 다가왔다. 붉은 포도주 빛에 물든 채 땀에 젖어 번들거리는 그녀의 젖가슴에… 그는 미친 듯이 얼굴을 비벼댔다.

‘데엥!’

가슴속에서 둔중하게 범종 울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아! 이곳이 천국인가? 천국에 오르기 위해서 이토록 땀에 흠뻑 젖어야만 하는 것이 우리 인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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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