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아들에 대한 살해 위협이 살인의 동기였다.

‘세기의 재판’으로 관심을 모았던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 서기의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의 재판이 9일 하루만에 속전속결로 끝난 가운데,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중국 언론이 전하지 않은 살인 사건의 내막을 자세히 보도했다.

WP는 재판 방청객의 말을 인용해 독살된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가 보낸 한통의 메일이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2011년 11월 10일 헤이우드는 보시라이와 구카이라이의 아들 보과과(薄瓜瓜)에게 이메일 한통을 보냈다. 당시 보과과는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 재학중이었다.

이메일에서 헤이우드는 보과과의 소개로 진행했던 부동산 투자가 실패했다며, 약속했던 수익의 10%인 1300만파운드를 자신에게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돈을 주지 않으면 너를 파멸시키겠다”고 말했다.

보시라이 집안의 집사 격인 장샤오쥔(張曉軍)은 이 내용을 구카이라이에게 보고했고, 분노한 구카이라이는 살인 계획을 꾸미게 됐다는 것이다. 장샤오쥔은 닐 헤이우드 고의 살인죄로 구카이라이와 9일 함께 재판을 받았다.

그 다음은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공개한 내용대로다. 구카이라이는 장샤오쥔을 시켜 독약을 준비시킨 뒤 베이징에 머물고 있던 헤이우드를 충칭시로 불러들였다. 이어 지난해 11월 13일 헤이우드가 투숙한 충칭시 난산리징두자호텔 1605호실로 혼자 찾아가 그와 함께 술을 마셨다. 헤이우드가 술에 취해 구토를 하고 물을 찾자 그를 부축해 침대에 눕힌 후 준비해간 독약을 헤이우드 입에 들이부었다.

법정에서는 중국어 번역이 첨부된 메일 복사본이 공개됐다고 한다. 하지만 이 메일이 헤이우드의 손에서 나온 것인지에 대한 증거는 따로 제출되지 않았으며, 다만 증거 자료로 읽혀졌다고 WP는 덧붙였다.

안후이성 허페이시 중급인민법은 이날 닐 헤이우드를 독살한 혐의로 기소된 구카이라이와 장샤오쥔에 대한 심리를 7시간 만에 종결했다. 법원은 이날 오후 2시30분께 휴정을 선언했으며 재판 선고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민감한 정치 재판 임에도 불구하고 중국 언론들은 이례적으로 이 소식을 빠르게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이번 안건은 공범으로, “구카이라이는 헤이우드와 경제적 이익을 놓고 충돌이 있었으며 그가 아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판단해 고의적으로 살해했다”면서 구카이라이를 주범, 장샤오쥔을 종범으로 검찰이 규정했다고 전했다.

검찰이 첫 공판에서 범행을 입증함에 따라 선고는 속전속결로 이뤄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형사 전문가들은 향후 6주 안에 판결이 공개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날 구카이라이의 국선 변호인은 “구카이라이는 살인죄를 부인하지 않고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당시 구카이라이가 통제 능력을 상실했다며 참작해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법정에서 보시라이의 이름은 “장샤오쥔은 보시라이 집안을 위해 일했다”라는 대목 외에는 단 한차례도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보시라이와 관계 없는 단순 살인사건으로 결론지으려 하고 있다며 새 지도부를 구성하는 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8차 당대회)를 앞둔 시점에서 정치적 분란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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