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44회> 모든 길은 하나로! 3
잠시 아는 체를 하자면 북한에서는 1990년 북경에서 열린 아시안게임과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 당당히 골프선수를 출전시켰다. 벌써 20여년 전이니 지금은 북한에서 골프를 친다고 한들 별로 놀라운 소식도 아닐 것이다.
하긴 금강산 관광특구에 가서 골프를 치고 왔다는 말을 주변 친구에게 종종 듣기도 한다. 북한의 캐디가 너무 예뻐서 골프를 망쳤다는 둥, 그곳에서 홀인원을 했다는 둥 허풍 섞인 그들의 말은….
하지만 전혀 근거가 없지는 않다. 어느 홀이던가? 가장 낮은 곳에 홀을 파서, 공이 그린에 떨어지기만 하면 데굴데굴 굴러 어김없이 홀에 들어가도록 설계된 일명 깔때기 홀이 있다고도 하니까.
“꼴푸도 물론 외화벌이 감이디요. 그러나 이번엔 좀 다를 겁네다. 김정은 위원장 동지께서 이번에 원수로 임명된 것을 축하하는 의미로 제일 먼저 꼽은 체육오락이 바로 자동차경주 아니갔습네까?”
“고뢔? 그거이 사실이가?”
“그러니까 운전방면에 가장 실력이 뛰어난 나를 그 멀리 카자흐스탄까지 보내는 거이 아니갔습네까? 1등 하라고! 1등 해서 외화벌이 좀 잔뜩 해오라고!”
“그런 까닭에 남조선 운전수도 불러온 거이가?”
“맞습네다. 이번에 속도전 자동차 경주장이 생기면 제일 먼저 5개국을 관통하는 경주를 벌인다고 들었습네다.”
“아하! 그렇군. 남조선 운전수 이름이 뭐라고 했디?”
“도일이, 권도일!”
“몬떼깔로에서 몇 등 했다고?”
“3등 했다고 들었습네다. 재주꾼이에요.”
“나는 꼴푸 재주꾼인데…어째서 나에게 운전방면의 재주꾼을 만나라고 하는 걸까?”
“그거야…공알치기 꼴푸가 지는 태양이라면, 경주운전이야말로 떠오르는 태양이기 때문 아니갔습네까? 가서 만나고, 만나서 새로운 것을 배우라는 뜻이갔지요.”
“뭐야? 사단장 동무! 말이 건방지구만. 당 서열이 어찌 되오?”
“며칠 전 까지는 37위였습네다.”
“며칠 전까지? 그러면 오늘은?”
“32위! 도형철 동무보다 한 끗발 위! 떠오르는 태양!”
“뭐시라? 32위?”
도형철은 너무 놀란 나머지 급브레이크를 밟고야 말았다. 엊그제까지 몇 단계나 아래였던 공병 6사단장의 서열이 자기보다 한 끗발이나 높이 올라섰다는 것은 과연 무얼 뜻하는 암시일까?
“내 진작부터 발설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했소. 당에서는 더이상 꼴푸 선수를 배려하는 일이 없을 거라고 합네다. 2008년 유러피언투어에 프로선수를 세 명이나 파견했다가 죽을 쑨 뒤로부터 마음을 바꿔먹은 겁네다.”
당시 그 대회에서 세 명의 선수 중 두 명은 컷오프 탈락했고, 겨우 한 명의 선수가 65위로 대회를 마친 사실을 도형철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사단장의 말을 들은 도형철은 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죽을죄를 졌소, 떠오르는 태양, 아시아의 등불이신…사단장 동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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