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6> 끝까지, 죽을 때까지 (31) 글 채 희 문 / 그림 유현숙
소문은 구르면 구를수록 커지는 법이다. 하물며 유럽 대륙에서 아시아 대륙의 끝자락, 서울의 술집으로까지 굴러온 소문이 얼마나 부풀려졌을지는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었다.
“상무 님, 타이거 우즈의 재산이 얼마나 되지요?”
“아니 뜬금없이 타이거 우즈의 재산이 왜 궁금합니까? 몇 조 되려나? 왜요?”
“허 참! 마누라 때문에 신경 쓰여서 도통 살 맛이 나질 않습니다 그려. 이혼을 앞두고 요즘 재산 싸움 때문에 골치 아픈데… 이 여편네가 날 가지고 노는군요. 자기가 타이거 우즈와 공동으로 골프사업을 벌이게 됐다나 뭐라나.”
“그래요? 그거 신문이나 방송에 뜰 만한 소식이군요. 아직 기자들도 모르는 따끈따끈한 뉴스인가 본데 어떻게 아셨습니까?”
“문자가 떴어요. 요즘 전화기만 지니고 있으면 즉시로 뉴스가 배달되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건 쑈 하는 것이 분명해요. 내가 자동차 랠리 사업을 벌인다고 하니까 그에 맞서보자는 것이겠지요. 타이거 우즈가 미쳤나? 쭈그렁 할머니와 손잡고 사업을 벌이게?” “헛말이겠죠. 우리 방송사 직원들이 나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은 걸 보면…”
따지고 보면 신희영과 유민 회장과의 기 싸움이었다. 신희영은 유리를 따라 모나코 호텔의 스카이라운지로 들어가기 전에 잠시 틈을 내어 유민 회장에게 문자를 보냈던 것이다. 앙숙지간 끼리의 심리란 그런 것일까? 장차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기미조차도 모르면서 그녀는 마치 다 된 밥을 푸는 심정으로 문자를 날렸던 것이다. 물론 문자 내용은 찬란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찝찝하단 말예요. 만약에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아이고 배야! 복통 때문에 제 명에 못 죽을 겁니다. 그래서 말인데…”
벌써 며칠 째 술집에서 밤을 새우는 중이었다. 이제 내일이면 몬테카를로 랠리도 막을 내릴 터이니 어쩌면 오늘 밤이 술집에서 새우는 마지막이 될지 몰랐다. 방송사 상무와의 동고동락도 일단락을 지어야 할 시점이란 말과 뜻이 같았다. 그러니… 유민 회장은 피곤한 표정을 애써 감추며 진지하게 손가락을 꼽기 시작했다.
“우리 사업 두 가지를 오늘 중에 확정지어야 할 것 같습니다.”
“두 가지라면… 내 사촌동생과 교분을 맺는 것 하나, 그리고 5개국 관통 랠리 중계를 확정짓는 것 하나, 그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후자부터 제 의견을 말씀드리지요. 약정 된 중계료 외에 알파를 상무님 뜻대로 결정합시다. 따블! 따블로 말입니다. 그러면 자연히 전자는 해결되는 것일 테지요. 몬테카를로 랠리가 끝나는 대로 사촌동생과 선을 보겠습니다. 참! 마흔 여덟 살이라고 하셨지요? 우리 나이로 그렇습니까? 아니면 만으로?”
“허허… 만으로 마흔 여덟일 겝니다. 원래 여자들은 나이 마흔 여덟에서 쉰이 되기까지 5년이 걸린다고도 하잖습니까? 호적이 잘못 되었다는 둥, 음력으로 하면 한 살이 준다는 둥 사연도 많지요.”
“러시아 광산 채굴권을 담보로 맡기면 800억이 된다는 건 추측인가요? 아니면 감정을 받은 결과인가요?”
“추측이긴 하지만 90프로 이상 확실합니다. 그런 거 다 필요 없어요. 문제는 두 사람의 마음가짐입니다. 둘이 잘 이루어지기만 하면… 유 회장님과 나는 인척으로 맺어지는 겁니다. 나는 권력이 있고, 회장님은 돈이 있고… 까짓, 남은 인생 한번 거하게 달려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드는군요.”
유민 회장은 두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그래, 전설은 만들어 가는 거야, 돈과 권력의 힘으로… 일단 아들 유호성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후에 셋이 손잡고 달려보는 거야.
“아! 상무님, 트위터에 소식이 떴습니다. 이런… 술에 취해서 그런가? 글씨가 작아서 그런가, 타임라인에 코-드라이버 전진후가 뭐라고 줄줄이 올렸는데 잘 보이질 않아요.”
유민 회장은 안경을 찾기 위해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중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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