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9>열망을 품은 도전 (2)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호크 아이’팀의 장도식이 비록 짧기는 했어도 겉으로 드러난 위용은 실로 대단했다. 직접 호크 아이 팀을 지원하는 지원 병력만 해도 아홉 명이나 되었고, 미캐닉 현성애를 제외한 기타 정비요원도 네 명에 달했다. 랠리 카 재규어 XKR을 프랑스 아르데슈 지방의 소도시 발랑스까지 옮기는 과정도 뻑적지근하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지원팀 차량만 해도 3대에 달했으니 그 경비만도 엄청났을 것이다. 뿐 만이랴? 유민 회장이 제일 자신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일… 이른바 언론플레이를 위해 따라붙은 기자만 해도 여섯 명이었으니 메인 식사에 들어가기도 전에 애피타이저로 쓴 돈만 해도 억 대에 달했다.

“카메라 헬멧 쓰는 거 잊지 말아라!”

유민 회장은 출국장을 나서는 유호성의 등 뒤에 대고 이렇게 이르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긴 유민 회장이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시험해보고자 한 일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라이벌인 거성자동차 ‘그레이스 팀’의 실력을 눈으로 확인해보자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장차 5개국 관통 랠리 중계방송에서 진면목을 발휘할 ‘현장 생중계’의 기술적 측면을 테스트해 보자는 것이었다.

“헬멧 제대로 쓰고 생생하게 잘 찍어 오기만 해라. 알겠냐? 그럼 우린 떼돈을 벌 수 있단 말이다. 흐흐흐!”

흥분해서일까? 유민 회장은 실성한 사람처럼 혼잣말을 내뱉었다. 그는 손을 양복 안주머니 깊숙이 집어넣은 채 무언가를 연신 쓰다듬고 있는 중이었다. 그게 무엇인가 하면… 팬티! 언젠가 방송사 상무에게 잔뜩 술을 먹인 날, 혜미라는 술집 아가씨를 꼬여서 훔쳐 내온 그의 팬티였다. 행여 손때라도 묻을까봐 비닐로 두 겹이나 포장해 놓은 그 팬티에는 방송사 상무와 혜미가 나란히 써놓은 사랑의 서약이 담겨 있었다. 허연 팬티에 검은 매직잉크로 써내려간 사랑의 서약은 제법 흥미진진했다.

<내 사랑 혜미! 꿈에도 그리운 혜미!>

제법 활달한 필체로 이렇게 써놓은 것은 분명히 방송사 상무의 글귀였다. 물론 그 아래에 자필서명도 확실하게 박혀 있었다. 그런가 하면 그 옆에 쓰인 조그만 글씨는…

<영원히 잊지 않을게요, 상무님과 팬티 벗고 맺은 순정!>

이런 내용이었다. 물로 그 아래에도 자필서명은 확실했다.

“흐흐흐흐, 으~흐흐흐! 훌륭한 협박문서가 되겠군.”

유민 회장은 그 글귀를 떠올리며 또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뭐? 팬티 벗고 맺은 순정? 정말 기막힌 명문장이었다. 혹시 혜미라는 그 아가씨, 신춘문예에 당선 된 적은 없었나 몰라. 으~흐흐흐, 으~흐흐!

그때, 유민 회장을 스치며 바쁘게 걸어가는 두 사람이 있었지만 그들은 서로를 알아볼 수 없었다.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기 위해 유민 회장이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잔뜩 상체를 구부린 순간이기 때문이었다.

“어째 출발도 하기 전에 긴장부터 되는 군.”

“저도 마찬가지예요, 권 전무님.”

거성 자동차그룹 ‘그레이스’ 팀의 드라이버와 코-드라이버, 권도일과 김지선이었다. 그들은 회사 방침대로 단 둘이 비밀리에 모나코를 향해 출발하는 중이었다. 그들이 몰게 될 ‘1974년 산 치타’는 이미 항공택배 형식으로 모나코로 보내진 지 오래였다. 그 외에 아무런 수행원도, 준비물도 없이 떠나는 중이기에 일반 여행객 차림과 비교해도 그 단출함이 하등 다를 바 없었다.

“현지에 도착하면 사전답사 시간을 줄이고 실전호흡에 더 치중해야 할까 봐요. 올해엔 ‘유호 한니넨’과 ‘피터 솔버그’가 우승 후보라는 말이 있어요.

“지선 씨. 너무 애태우지 맙시다. 랠리는 원래 다른 팀과 벌이는 싸움이 아니에요. 오로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란 말이지요. 더구나 이번 랠리에 출전한 목적도 입상이나 순위 다툼이 아니잖아요? 곧 열리게 될 5개국 관통 랠리를 연습하자는 것이니까…”

권도일은 그녀의 손을 꼭 잡은 채 말했다. 오랜만에 잡아보는 그녀의 손은 무척 따뜻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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