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주식시장 활성화 TF-경제계 간담
대한상의 등 상법개정안 추진에 우려 표명
“10년간 규제 강화, 기업가치 제고할 시점”
“지난 10년간 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업 경영 환경은 지속해서 악화되고 있다. 지금은 규제 도입보다 적극적인 산업진흥 정책을 통해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를 비롯한 경제계가 더불어민주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상법 개정안’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규제보다는 적극적인 산업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상의는 29일 서울 상의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경제계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는 더불어민주당 주식시장 활성화 TF가 상법 개정 과정에서 경제계 의견 수렴을 위해 대한상의에 간담회를 제의함에 따라 마련됐다.
이날 간담회에는 경제계 인사, 더불어민주당 측 인사 등 총 26명이 참석했다. 경제단체에서는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이호준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등 7명이 참석했다. 기업에서는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이형희 SK수펙스 커뮤니케이션위원장, 김동욱 현대차 부사장, 하범종 ㈜LG 사장 등 4대 그룹 사장단을 비롯한 7명이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 주식시장 활성화 TF는 14일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 및 주주이익 보호의무 신설 등 지배구조 규제강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 이정문 의원이 대표발의한 바 있다.
상법 개정안은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 직무수행 시 전체 주주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소액주주를 보호하자는 명분이 있지만, 법안이 통과될 시 무분별한 소송 남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재계 우려가 크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 등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규제는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재계는 지적하고 있다.
경제계 인사들은 간담회에서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계 우려와 제안 사항을 건의했다. 박일준 상근부회장은 “지배 구조 이슈의 경우 2020년 상법 개정 및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을 통해 규제가 다수 도입됐는데, 4년 만에 다시 상법 개정이 논의돼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법·제도 경쟁력은 큰 폭으로 하락해 올해 67개국 중 64위로 최하위 수준”이라고 지적하면서 “이제는 우리 경제의 본원적 경쟁력을 키워 기업가치 제고와 국민 삶의 안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박 부회장은 대내외 변수로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미국에 진출해 있는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산업은 물론 대중 의존도가 높고 대외 충격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중견기업,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본시장 발전 및 활성화라는 상법 개정안 취지에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방법론에 있어 다소 시각차가 있다”며 “간담회를 통해 기업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전달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경제단체들이 상법 개정안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는데, 기업 측 일방적인 의견이라고 백안시할 것이 아니다”며 “소통을 통해 의견 들으면서 기업들 어려움이 있다면 (정책을) 어떻게 우회하고 보완할 수 있는지 논의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경제계와 야당이 상법 개정안 등에 대해 논의하는 이날 행사에서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불참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대한상의에 한경협의 불참을 요구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한경협은 과거 국정농단에 연루된 단체”라며 “(명칭 변경 이후에도) 딱히 쇄신이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경협은 21일 재계의 상법개정안 반대 성명을 주도한 바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이 많은 만큼 정치권이 경제단체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며 “그런데 야당이 경제계 목소리를 듣는 행사에 특정 단체에 불참을 요구하는 것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한영대·김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