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희의 리와인드
그냥 떠나보내기 아쉬운 공연, 지금 놓치면 안되는 공연들의 이야기를 ‘돌려감기’ 합니다. 생생한 라이브 무대에서 놓친 명장면과 공연의 뒷이야기도 함께 담았습니다.

고승희의 리와인드
그냥 떠나보내기 아쉬운 공연, 지금 놓치면 안되는 공연들의 이야기를 ‘돌려감기’ 합니다. 생생한 라이브 무대에서 놓친 명장면과 공연의 뒷이야기도 함께 담았습니다.

“형, 나 죽어!”…폭염 찢은 20년 에너지, 빅뱅은 ‘청춘의 동의어’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양)=고승희 기자] “왓츠 업! 세이 왓? 와우, 판타스틱 베이비(FANTASTIC BABY)!” 지축을 흔드는 함성이었다. ‘몸풀기’도 필요치 않았다. 첫 곡부터 그야말로 글로벌 ‘빅 히트곡’을 불러주는 패기는 명실상부 K-팝 레전드이기에 가능했다. 2012년 전 세계 음악신을 강타했던 일레트로닉 훅(Electronic Hook) 전주가 터져 나오자 고양종합운동장은 3만 5000여 명의 함성으로 뒤덮였다. 8년 8개월간 응축된 갈증과 기다림이 터져 나오는 순간이었다. 무수히 많은 K-팝 스타들이 고양 스타디움 무대에 섰지만, 고양을 뒤흔드는 메아리치는 함성은 이례적이었다. 첫 곡부터 실내 공연장에서 들리는 데시벨 높은 떼창과 고함이 스타디움을 집어삼켰다. 10대 시절 ‘노란 왕관’의 응원봉인 일명 ‘뱅봉’을 흔들던 열혈 VIP(빅뱅 팬덤명)는 어느덧 30대가 돼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으로 콘서트 티켓과 신형 ‘뱅봉’을 마음껏 결제하는 의젓한 어른이 돼 객
2026.08.24 01:06
15시간 대작을 205분 공연으로…사무엘 윤 연기로 빚은 한국산 ‘반지’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오만하기 이를 데 없는 최고 권력자가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고 걸어 나온다. 그가 걷는 길은 그야말로 ‘황제의 길’. 세상을 발아래 둔 깔보는 눈빛, 음험한 욕망이 넘쳐나는 목소리의 ‘난쟁이 제왕’ 알베리히를 연기하는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은 서울 예술의전당을 순식간에 니벨하임(지하 세계)으로 뒤바꾼다. ‘궁정 가수’의 위엄이 무대를 단숨에 압도한다. 1부 ‘라인의 황금’ 3장. 니벨하임에서 알베리히가 변신과 은신의 마법 ‘타른헬름’을 시험한다. 계략가인 ‘불의 신’ 로게가 ‘절대 반지’를 손에 넣고 권력의 정점에 오른 알베리히의 허영을 슬쩍 건드린다. “아주 작은 틈에도 숨을 만큼 더 작게 변할 순 없지?” 알베리히는 의기양양하게 주문을 왼다. “웅크려 기어가는 회색 두꺼비가 되어라 !” 그때였다. 베이스바리톤 사무엘윤은 회색빛 슈트를 뒤집어쓰고 무대 바닥으로 납작 웅크렸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신들의 왕’ 보탄이 알베리히와 반지를 손에 넣는다. 권력
2026.08.10 14:12
고척돔 홀린 ‘쇠맛’ 스펙터클…에스파, 7년 차의 ‘특이점’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고척돔을 채울 거라곤 상상도 못해.” ‘원조 쇠맛’의 귀환이다. 그룹 에스파(aespa)가 데뷔 후 처음으로 고척돔에 입성, 7년차 그룹의 위상과 음악적 체급을 입증했다. 에스파는 지난 7~8일 이틀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네 번째 월드투어의 출발 신호탄인 ‘2026-27 에스파 라이브 투어 - 싱크 : 컴플렉시티(2026-27 aespa LIVE TOUR - SYNK : COMPLæXITY)’ 서울 공연을 마쳤다. 이번 공연은 양일간 총 3만 5000 명의 관객을 동원, 40도를 넘나드는 폭염 속에서도 4층 객석까지 만석을 기록했다. 이번 콘서트에선 정규 2집 ‘레모네이드(LEMONADE)’를 기점으로 새롭게 분기하는 에스파의 세계관 서사를 밀도 있게 조율했다. 공연은 ‘특이점 발생-침입-감금-각성-해결’이라는 5개 섹션의 서사적 뼈대로 구축, 관객들이 무대 곳곳에 숨겨진 상징들을 추적하며 공연에 몰입하도록 했다. 해킹된 ‘마이 월드(MY WO
2026.08.09 12:39
클래식 전당에서 떼창과 스탠딩…혼네가 롯데콘서트홀을 다루는 법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클래식 전용홀에서 2000명의 관객이 일어섰다. 애초 클래식을 위해 설계된 롯데콘서트홀은 영국 팝 듀오 혼네(HONNE)의 10주년 공연에서 떼창의 성지로 변신했다. “오늘 밤 함께 있어 줘, 우리 둘 다 후회 없게 만들자 (Spend the night and we will make it worth the while)” (‘더 나이트(The Night)’ 가사 중) 공연은 데뷔 앨범 ‘웜 온 어 콜드 나이트(Warm On A Cold Night)’의 첫 트랙인 ‘더 나이트’로 시작됐다. 혼네의 음악에서 ‘밤’은 시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가장 사적인 감정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무대는 30여 개의 알전구가 달린 스탠드 조명이 만든 작은 방, 클래식홀의 깊은 잔향 속에서 관객은 ‘혼네의 밤’ 안으로 들어가 ‘듣는 음악’을 만났다. 영국 출신의 얼터너티브 팝 듀오로 보컬 앤디 클러터벅과 신시사이저 연주자 제임스 해처로 구성된 혼네(HONNE)가 데뷔 10
2026.07.20 17:01
“너네 업소” “순조 왕비 순원왕후”…무너진 언어, 사라진 창극 ‘효명’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3.4m, 돌산처럼 올라야 하는 상승형 무대. 그 꼭대기에 이 땅의 ‘존엄’을 상징하는 왕세자, 그보다 더 높은 권세를 지닌 세도가가 선다. 마치 신의 꾸짖음이라도 되는 듯 왕권을 집어삼킨 제상의 음성이 쩌렁쩌렁 울린다. “춤을 왜 추는가. 천한 기생이나 추는 춤을 왜 추는가.” 문화 군주를 꿈꾼 효명의 답은 힘이 없다. “좋으니까.” 정조의 손자이자 순조의 아들이며, 한국전쟁 중 어진이 반쯤 타버려 얼굴의 생김새도 남지 않은 왕세자. 정조를 닮아 이마가 반듯하고 ‘용의 눈’을 가졌으며, 아버지 순조를 대신해 3년간 대리청정을 했던 실질적 국왕이다. 조선의 젊은 왕세자 효명(1809~1830)의 이야기가 창극으로 태어났다. 국립창극단의 ‘효명’은 충분히 의미 있는 시도였다. 창극은 지난 10여년간 끊임없는 혁신을 거듭했다. 판소리 다섯 바탕에 머물지 않고 셰익스피어와 브레히트, 그리스·로마 비극부터 웹툰까지 끌어들이며 장르의 외연을 넓혔다. 지난 3년 사이
2026.07.01 00:11
대지 위에 내린 햇살…이혁과 이효, 닮지 않아 더 빛난 형제 듀오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을 앙코르곡으로 연주할 때였다. 무대 위엔 두 대의 피아노가 있었지만, 마지막 곡에서 형제는 하나의 피아노에 나란히 앉았다. 형제의 어깨와 몸이, 고개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잘 맞는 소울 메이트처럼, 음악은 둘을 만나 하나가 됐다. 형제는 종종 서로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눈빛만으로 서로의 호흡을 읽어내는 완벽한 일체감이었다. 그 미소엔 굳이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연대의 신호가 담겼다. 한 대의 피아노에서 네 개의 손으로 음악을 만들어온 긴 시간이 이날의 장면 뒤에 숨어있었다. 아지랑이처럼 형제의 어린 날들이 피어 올랐다. 같은 악기로, 같은 언어로 서로의 다른 음악 세계를 증명했다. 피아니스트 이혁 이효 형제의 듀오 리사이틀(5월 24일, 예술의전당)은 바르샤바에서의 영광을 다시금 꺼내보는 시간이었다. 두 사람은 지난해 제19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세미파이널에 나란히 진출하며 클래식 음악계에서 주목받았다. 유창한 폴란드어
2026.05.26 21:32
헐떡이는 흉곽, 근육의 떨림까지 작품의 일부가 된다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2박 → 3박 → 2박 → 4박. 망치로 내려찍듯 몰아치는 리듬, 의도적인 화음의 충돌. 숨이 끊어질 듯 헐떡이는 발레리노들의 몸이 무대를 가른다. 주먹을 꽉 쥔 채 팔을 펼쳐 뛰어오르다, 충돌하는 땅을 향해 다리를 내리꽂는다. 자신의 몸을 무기로 만든 거친 공격성에 대지의 에너지가 끓어오른다. 둘씩, 셋씩 무리를 이뤄 같은 동작을 추는 남성 무용수들은 어느 부족 사회의 전사들이었다. 국립발레단의 ‘봄의 제전’(8~10일, GS아트센터)이 관객과 다시 만났다. 2016년 이후, 무려 10년 만에 다시 찾아온 ‘봄의 제전’은 작품의 안무가인 글랜 테틀리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한국에서 막을 올리게 됐다. 전 세계 8개국의 대표 발레단이 테틀리의 탄생을 기념해 올리는 공연의 일환이다. 이날의 무대는 지난 10년간 국립발레단이 확장해 온 몸의 언어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각자의 신체를 극한으로 몰아치는 처절한 현장이 관객들의 눈앞에서 펼쳐졌다. 테틀리의 ‘봄의
2026.05.11 13:09
질서와 광기 사이…조성진이 만든 ‘두 개의 우주’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피아노는 괴물이었다. 오케스트라를 압도하고 집어삼킨다. 5분 가까이 이어지는 카덴차. 조성진의 얼굴은 야수처럼 타올랐다. 단단하게 받치고 선 저음 위로, 긴장감 넘치는 중간 음이 쌓였다. 그 위로 오른손이 만들어내는 칼날 같은 고음이 날렵하게 허공을 베었다. 명징하게 쏟아지는 음표 안에서 차가운 침착함이, 그 위로 이글거리는 야성이 도사렸다. 음악은 피아니스트의 몸을 빌려 시공간을 뒤틀었다. 조성진의 손끝에서 관객은 ‘두 개의 우주’를 만났다. 지난 5일(예술의전당), 9일(롯데콘서트홀) 조성진과 라하브 샤니가 지휘하는 뮌헨필의 만남을 통해서다. 독일 남부 악단의 자존심인 뮌헨필이 깊고 풍부한 사운드로 판을 깔자, 그 위를 뛰노는 조성진은 두 얼굴을 꺼내 보였다. 뮌헨필과의 만남에서 조성진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첫날 공연에선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으로, 둘째 날 공연에선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2번으로다. 두 번의 연주에서 조성진은 자신의 이름
2026.05.10 23:51
“더 깊이 빠져, 죽어도 되니까”…임윤찬의 위험한 음악 서사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10개의 손가락은 시간을 건너 서로 다른 두 세계를 오갔다. 죽음을 예감하고도 눈부시게 거대한 소나타를 남긴 슈베르트, 현실의 중력을 벗어나 황홀경을 꿈꾼 스크랴빈. 그 사이에서 피아니스트는 ‘몰락하는 자아’를 길어 올렸다. 내면의 아주 깊은 곳을 향해 두려움 없이, 기꺼이 뛰어들었다. K-팝 노랫말을 빌리자면 이렇다. “더 깊이 빠져, 죽어도 되니까.” (우즈 ‘드로우닝’) 스물두 살의 피아니스트가 빠져든 것은 음악이었다. 이성의 끈을 단단히 붙잡아 빈곤한 허상으로 치닫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내버릴 준비를 이미 마친 것처럼 자신을 내맡겼다. 이번엔 ‘사유’였다. 임윤찬은 슈베르트와 스크랴빈을 꺼내며 소용돌이치는 가슴 안에 쌓아온 음악과 예술가의 사유를 꺼내놓았다. 리사이틀은 지난 3월 홍콩을 시작으로 일본 4개 도시(도쿄, 오사카, 나고야, 가와사키)를 거쳐 6일 롯데콘서트홀부터 이어지는 일정이다. 사실 프로그램은 공연을 앞두고 달라졌다. 임윤찬이 직접
2026.05.07 18:31
보랏빛 고독 뚫고 나온 빨간 구두…이소라의 ‘파스텔톤 위로’ [고승희의 리와인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봄은 어김없이 돌아오지만, 누군가에겐 너무도 더디게 당도한다. 봄은 소생의 계절이라 화창한 색채로 빛나지만, 어떤 이에겐 기억과 상실을 되살리기도 한다. 이소라의 봄은 미로를 걸었다. 사랑과 실연, 기억의 미로였고, 내 안으로 걸어 들어가는 감정의 미로였다. 고풍스러운 대학 건물 사이를 지나 평화의전당 앞에 다다르자, 들쑥날쑥해 보이는 연령대의 관객들이 입장을 위해 둥그렇게 줄을 섰다. 때마침 봄비가 내리는 날, 가수 이소라의 여덟번째 봄 콘서트 ‘봄의 미로’(5월 2~3일, 경희대 평화의전당)가 시작됐다. “비처럼 사랑을 부르는 봄비처럼”(‘바라 봄’) 아득한 기억을 부르듯 이소라는 첫곡 ‘바라봄’을 부르며 ‘시간의 미로’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계절을 상징하면서도 누군가를 ‘보는 행위’ 자체를 담아낸 이 중의적 곡을 시작으로 이소라는 오랜 팬들을 자신의 내밀한 세계에 초대했다. 이소라의 콘서트는 ‘없는 것’이 더 많은 공연이다. 화려한 LED영상이나
2026.05.04 0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