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훈 미래사업본부장] “화중군자는 연꽃이요. 이 중 만개한 부용화를 꺾어오라”
조선 정조 때 윤기(尹愭)가 지은 ‘반중잡영(泮中雜詠)’이라는 풍속기록서를 근거로, 한 드라마에 등장했던 성균관 신입생 신고식 과제이다. ‘부용당’에 거처하는 당대 최고의 미녀엘리트, 병조판서 딸의 순결을 뺏으라는 경악할만한 지시였다.
신참의 모진 통과의례인 신방례(新榜禮)는 낮에 진행되는 공식 환영회인 ‘상읍례(相揖禮:선후배간 허리숙여 인사함)’를 치른 뒤 주로 밤에 이뤄진다. 선배들이 합격 축하를 빌미로 과도한 대접을 요구하기도 하고, 위험천만한 과제를 주기도 해, 신방례 때문에 입학을 포기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관리들의 신참신고식인 ‘면신례(免新禮)’는 가장 악명이 높았다. 신병주 교수의 ‘조선평전’은 “신참들에게 무거운 기둥을 들게 하고 연못에 들어가 물을 퍼내게 했으며, 술과 음식을 잔뜩 요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신참례의 참뜻은 고려,조선시대에 부정하게 관직에 오른 권력자의 친인척들을 혼내주는 것이었는데 변질됐다고 신교수는 지적한다.
영국 캠브릿지대학 사교동아리 ‘와이번스’ 신고식에선 상의 탈의한 채 누워있는 신입생을 향해 선배들이 살아있는 금붕어, 양 눈알, 고추냉이 등 역겨운 식재료들을 쏟아 부었고, 이 대학 피트클럽은 비키니만 입은 여학생을 비닐 랩에 싸 광장에 두고 왔다. 이 광경은 영국의 여러 언론에 고발됐다. 2010년 옥스퍼드대 여성 라크로스 팀이 ‘아기’라는 주제의 신고식에서 신입생들에게 기저귀를 입히고 젖병으로 술을 빨아먹게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영국 대학학생회연합회(NUS)는 이런 환영식을 금지해야 한다고 성명을 냈다.
하버드대 신입생 신고식서 희생자가 발생하기도 했던 미국에서도 양상은 비슷하다. 신참의 몸을 테이프로 결박해 높은 벽에 붙여놓는 행위, 삭발하거나 코스프레(costume play), 스트립 등으로 수치심 유발하기, 신입생에게 매질하기, 강제로 술 마시게 하기 등이다. 최근들어 빗나간 사교클럽의 신입생 학대(hazing)을 반대하는 학생자치지구의 캠페인이 활발하다.
국내 대학 신입생환영회에서 과음으로 사망한 경우가 최근 5년간 9건에 달하자 지난해 2월 대교협과 복지부가 나서 입학철 등 각종 환영회 과도한 음주 단속에 나섰지만 올해에도 걱정이 앞선다.
4일 일제히 입학, 개강, 개학을 했다. 환영식은 ‘추억’의 의미을 넘어 금도를 벗어나서는 안된다. 청운의 꿈이 담길 스케치북 첫 장을 구토,괴롭힘,두려움으로 얼룩지게 할 것인가, 취중진담,우정,추억으로 꾸밀 것인가. 우리 답게, 번득이는 아이디어로, 미국, 영국이 본받는 새내기 환영회를 구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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