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6회> 바람에맞서는 법(15)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먹잇감을 향해 달려드는 배고픈 맹수들처럼 365대에 달하는 머신들이 지축을 박차고 뛰쳐나가던 순간… 강유리는 문득 마호메트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었다. 메카에서 탄생하여, 610년 알라의 계시를 받아 예언자가 되었다는 이슬람교의 교조. 코란과 검의 정책, 이를테면 한 손에 칼을 들고 다른 손에는 코란 경전을 든 마호메트의 모습이 어째서 그 순간 문득 떠올랐던 것일까?

‘유호성… 이번 대회가 끝난 뒤에 너는 내 남편이 되어 있든지, 아니면 죽은 송장이 되어있을 거야.’

이슬람교의 신자가 되지 않겠다면 기꺼이 칼로 목을 치리라는 마호메트와 다를 게 뭐란 말인가? 내 남편이 되어주지 않으면 목숨을 앗아버리겠다는 마음을 품고 있는 한, 강유리는 알라의 계시를 받은 예언자와 다름없었다.

하지만 속마음을 숨긴 채 머신에 올라앉아있는 그녀의 모습은 황홀하리만치 아름다울 뿐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수많은 관중들이 그녀 주위로 몰려드는 통에 출발이 어려울 지경이었다. 한번 상상해 보시길! 금속성 엔진 음이 천지를 뒤덮고, 검은 헬멧과 드라이빙 슈트로 몸을 감싼 랠리 선수들 틈에서 뽀얀 속살을 드러낸 채 오픈카에 앉아있는 그녀의 모습을.

드디어 사이렌 소리와 함께 출발 총성이 울렸을 때, 그녀는 364대의 머신에 탑승하고 있는 다른 선수들은 아랑곳도 하지 않은 채 오로지 유호성이 모는 1974년 산 치타를 향해 접근해 들어갔다.

아직 속도를 내기엔 이른 시점인지라 강유리는 손쉽게 치타의 곁으로 다가설 수 있었다. 시후호에서 출발하여 첸탕강에 이르기 까지는 평탄한 길로 이어져 있었다. 하늘에는 뭉게구름, 멀리 보이는 완만한 구릉에는 스틱차 밭이 펼쳐져 있을 뿐이고, 길옆으로는 키 작은 녹나무들이 줄을 이어 자라나고 있을 따름이었다.

“헬로, 또라이 아가씨.”

유호성은 헬멧에 달린 안면 보호기를 들어 올린 뒤 손가락으로 V자를 내보였다. 강유리가 모는 차는 유독 뚜껑을 개조하여 뜯어낸 오픈 형태였으므로 그녀의 늘씬한 몸매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아무리 FIA에서 상관치 않는 번외경기라 하더라도 저런 꼴을 하고 경기에 참가한다는 자체가 문득 가증스럽기도 했다.

“머신 껍데기에 뼁끼칠이나 새로 하고 나오지 그랬어요?”

또라이라고? 강유리도 지지 않고 맞장구 쳤다. 1974년 산 치타의 겉모습에 얽힌 사연을 모를 리는 없었지만 막상 대꾸할 말이 그밖에 없었던 것이다.

“비키니로 시선 좀 끌어야 할 텐데 실망했겠군. 차라리 스트립 댄스를 추지?”

“그래요? 당신은 웬 여자를 조수로 태웠어? 신혼여행이라도 가는 거예요?”

코-드라이버인 현성애를 빗댄 말이었다. 하지만 조수석에 앉은 현성애는 조금도 흐트러지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그녀는 장차 벌어질 거친 경기에 앞서 잠시 명상 중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행운을 빌어요, 또라이!”

이 말을 끝으로 유호성은 머신의 창문을 올리고 거칠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이젠 경기에 집중하겠다는 의도였다. 강유리 역시 조수석 빈자리에 놓아두었던 헬멧을 착용하고 서서히 머신의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안전 바와 4점식 시트벨트를 착용하고 롤 케이지를 설치했다지만 레이싱 슈트도 없이 비키니 차림인 모습이 안쓰러울 따름이었다.

애초에 유민 회장은 경기 전 구간에서 기록을 측정하자고 제안했지만, 첫 구간은 이동구간의 성격을 띠기로 합의되어 있었다. 이를테면 본격적인 경주에 앞서 몸 푸는 구간이라고 생각해도 좋았다. 어차피 이번 랠리의 별명이 ‘죽으러 가는 레이스’ 아니었던가? 죽기 전에 하루 정도는 주변 풍광이라도 감상하라는 무언의 배려였다.

어쨌거나 이번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해발 4,166m 고지를 넘는 타이바이산 구역과 2,000km 거리에 달하는 고비사막을 통과해서 두툴룬 산맥에 이르는 구역, 그리고 북한의 개마고원을 넘는 세 군데 지점이었다. 그 세 구역을 제대로 통과하기란 어려웠다. 오죽하면 ‘죽으러 가는 레이스’란 별명을 얻었을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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