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5> 감추어진 승부 (9)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이른 아침 동이 트자마자 5개국 관통 랠리 선수들은 출발선을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인류 최초의 도시라고나 할까? 마치 선사시대의 취락들이 나지막이 펼쳐져 있는 것처럼 시안의 변두리에는 흙집들이 줄지어 웅크리고 있었다.

선사시대를 살아가던 사람들은 모두가 사냥꾼이었을 것이다. 그들이 붉은 황소와 맞서 싸우기 위해 저마다 창을 꼬나 잡고 내달렸듯이… 선수들은 붉은 황소처럼 거대하게 웅크리고 있는 모래 산을 타 넘기 위해 최고속도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저 놈이 또 우리 신경을 바짝 긁어대는 군.”

“어제 그 놈이지요? 혼 좀 내줄까요?”

일렬횡대로 달리던 모리타니아의 젊은 군인들이 서로 무전을 주고받았다. 주파수를 정확히 일치시켰지만 워낙 성능이 조잡한 무전단말기였던 탓에 대화 중간마다 소음이 바람소리처럼 끼어들었다.

“그래, 눈깔에 모래를 비벼 넣어라.”

모리타니아의 젊은 군인들은 엔진이 터지도록 속력을 내며 달려 나가더니 먼지를 가득 뒤집어 쓴 머신 한 대를 물고기 몰듯이 몰아가기 시작했다. 쫓기는 머신의 드라이버는 다름 아닌… N-Dos 단의 암살자였다.

이를테면, 거성의 드라이버 유호성을 살해하기 위한 N-Dos 단 소령의 작전이 이미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북서 아프리카 촌놈들인 모리타니아 군인들에게 시비를 거는 것으로 암살 작전이 시작된다는 것을 그들이 알 리 없었다.

N-Dos의 소령이 모는 머신은 요르단 국적기를 단 ‘블랙 이글스’ 아니던가. 언제, 어느 나라에서 양산된 차인지도 모르는 정체불명의 머신이지만 완벽한 튜닝을 통해 성능은 뛰어났다. 게다가 불법으로 부착한 위치추적기에는 늘 거성의 전략머신인 1974년 산 치타의 위치가 선명히 드러나고 있었다.

붉은 점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그 위치추적기의 좌표에 어느새 검은 점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붉은 점은 1974년 산 치타, 검은 점은 유인 당하는지도 모르고 달려드는 모리타니아의 머신들이었다. 아직 태양이 떠오르지 않아 물체와 위치식별이 불가능했지만 N-Dos의 소령은 교묘히 그들의 접근을 피하며 유도해 나가고 있었다.

“이 파리 떼들아, 그 기세로 닝샤후이족 자치구까지만 쫓아오너라.”

N-Dos단의 소령은 창밖을 향해 홀로 고함질렀다. 쇠를 깎아내는 듯한 엔진 폭발음에 파묻혀 그의 목소리는 전혀 알아들을 수도 없었다. 그는 악을 쓰며 노래도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관심은 붉은 점과 검은 점으로 편대를 형성한 위치추적기에 온통 쏠려 있었다. 마름모 구도로 이루어진 점의 형태. 가급적이면 이 점의 구도를 흩트리지 않고 자치구까지 달리기를 그는 희망했다.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음성 탐지기에 요르단 국적 블랙 이글스 드라이버의 노래 소리가 잡히고 있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서로 치고 빠지며 달려 나가는 한 무리의 머신들 훨씬 뒤쪽, 정확히 말하자면 블랙 이글스의 후방 1km 지점에서 동일한 속도로 뒤따르는 로열골드에서 독특한 영역의 전파가 발사되고 있었다.

“어떤 상태라고 판단되는가?”

“자살, 혹은 테러의 예후를 보이고 있습니다.”

로열골드! 850마력의 힘으로 지상 10cm를 날며 N-Dos 단 소령의 뒤를 쫓고 있는 로열골드에서 권도일이 테러의 예후를 감지하고야 만 것이다. 로열골드는 전투기에 장착하는 음성탐지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으므로 불가사의한 속도로 달리거나 날면서도 교신이 가능했던 것이다.

“역시 테러 가능성이 보인단 말인가?”

교신 중인 거성의 재벌2세는 긴장했다. 예전에 서 요르단 이스라엘 점령지역인 에이발산 언저리에서 테러를 당했던 ‘에어 뮬’의 경우와 너무도 흡사한 예후를 보이기 때문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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