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발의 경제민주화 등 규제 신설ㆍ강화 담아
정부입법과 달리 ‘사전 검증’ 없어 ‘부실 발의’ 양산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국회의원의 입법 발의에 대해 사전 규제영향평가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이유는 각종 규제를 양산하는 의원들의 ‘마구잡이’ 식 규제법안 발의 때문이다. 발의에 대한 사전 규제영향평가 도입이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각종 규제 위주의 의원 입법 남발을 막고, 규제에 따른 막대한 사회적 논란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달 발표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우리나라의 규제 현황과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9대 국회가 출범한 이후 5개월간 4567건의 의원입법이 발의됐다. 이는 역대 국회 중 가장 많은 수준으로, 같은 기간 정부가 발의한 법률안 317건의 14.4배에 이른다.
이들 발의의 상당수는 규제를 신설, 강화하는 내용이었다. 공정거래, 노사, 하도급 등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각종 규제입법이 골자였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집권한 국민의 정부 때부터 경제위기 해결을 위해 대대적인 개혁을 통해 규제를 줄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무분별한 의원입법은 각종 사회적 비용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까지 떨어뜨리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가경쟁력 순위는 ▷2009년 19위 ▷2010년 22위 ▷2011년 24위 ▷2012년 19위로 20위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정부 규제 부담 순위는 ▷2009년 98위 ▷2010년 108위 ▷2011년 114위 ▷2012년 117위로 100위권 밖에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들 규제에 대처하기 위해 기업들은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의원입법이 ‘양산’되고 있는 이유는 정부입법과 달리 ‘사전평가’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입법은 1998년 제정된 ‘행정규제기본법’에 따라 해당 규제가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한 ‘규제영향분석’을 입법예고 때 의무적으로 공개하게 하고 있지만, 의원발의 법률안은 국회의원 10인 이상의 동의만 얻으면 발의할 수 있다.
때문에 이처럼 무분별한 의원입법은 ‘부실 발의’를 양산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법안 통과율은 낮다. 양질의 법안이 대체로 적기 때문이다. 소모적인 논쟁과 이에 따른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김태훈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가 ‘의원입법과 규제영향분석’ 세미나에서 “의원입법은 공공 이익에 위배되는 ‘정치적 규제’ 등이 팽배해 있다”며 “입안 과정도 졸속으로 진행돼 숙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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