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예능은 잘되는 장르와 형식에 몰리는 정도가 심하다.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 오디션 예능, 관찰 예능 등은 한국 예능의 주요 유행품목이다. 육아 예능이 된다 싶으니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의 육아로 확대되며, 군대를 체험하는 관찰 예능이 뜬다고 하니 소방관, 경찰관 체험으로 눈을 돌린다. 예능 프로그램이 서로 비슷한 것을 반복하다 보니 ‘유행’과 ‘표절’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꽃보다 할배’가 크게 히트하면서 생긴 ‘꽃보다 할매’격인 ‘마마도’가 그 대표적인 경우다.

오디션 음악 예능도 크게 유행하다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상태다. 최근 Mnet ‘슈퍼스타K5’〈사진〉가 만족스러운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끝났고, 오는 24일부터는 SBS 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 시즌3’가 출발한다. ‘슈퍼스타K’는 케이블TV가 지상파보다 ‘급’이 떨어지는 콘텐츠가 아니라 대등한 입장이라는 신호탄을 날린 킬러 콘텐츠였다. ‘슈스케’가 방송되는 금요일 밤 Mnet이나 tvn은 특히 ‘2030’ 세대에게는 지상파보다 더 인기 있는 채널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슈스케’가 시즌5에 오면서 명확한 포인트나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괴물’ ‘천재’ 탄생만을 기다리는 형국이 돼 버렸다. 제작진이 바라던 그런 참가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평범한 수준의 참가자들로는 눈이 높아진 시청자의 기호를 만족시켜 주기는 힘들었다. 노래를 아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시청자를 무한 감동시킬 만한 감성의 소유자도 없었다. 따라서 ‘슈스케’가 시즌1~4의 관심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다음 시즌에는 차별화된 기획과 이를 뒷받침할 만한 재목이 따라줘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항간에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제 한물 갔다는 말들도 나돈다.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이 선보였던 패턴과 형식이 지겨워진 것이지, 좋은 음악과 좋은 무대에 싫증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K-팝스타 시즌3’의 박성훈 PD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식상함과 피로도가 생긴 것은 패턴이다. 우리는 좋은 음악과 재능 있는 참가자들을 발굴했다. 이는 유행을 타는 게 아니다”면서 “좋은 음악과 재능있는 참가자들을 잘 끌고 가겠다”고 말했다. ‘슈퍼스타K’도 시즌5에서 막을 내리기보다는 문제점을 보강해 시즌6을 준비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슈스케’는 기존의 가수 배출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루트를 제공해 가요계의 다양성을 키우는 역할을 했다. 기획사를 통한 제작자가 만드는 방식과 대중들이 직접 참가해 만들어가는 오디션 방식. ‘슈스케’는 직접민주주의라는 대중 참여를 통해 서인국, 허각, 장재인, 존박, 버스커버스커, 울랄라세션, 딕펑스, 로이킴, 정준영 등 다양한 가수들을 발굴해냈다.

하지만 ‘슈스케’는 아무리 스토리텔링이 명확하게 부각되어도 노래 실력이나 무대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시청자의 외면을 받는다는 교훈을 얻었다. 심사위원들이 결승전에서 “최악” “무리수” “콘셉트가 이해 안 된다” “한번도 날 만족 못 시켰다. 오늘도 마찬가지”라는 평가를 내린다면 상황이 심각한 것이다. 특이한 사연이나 눈물을 뽑는 가족사라는 스토리텔링은 해당자의 음악과 결합할 때라야 상승효과를 발휘한다. 오디션 예능은 이제 도전대에 올라있다. 웬만해서는 대중의 기호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하지만 좋은 음악을 들었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것과 가창력과 음악이 만나 선사하는 감동의 시효가 끝난 건 아니다. 오디션 예능은 앞으로 목표와 방향을 제대로 잡아야 성공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폭망(폭삭 망한다는 뜻)’할 확률이 높다.

서병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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