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셔츠 쪼가리 한벌 20만원, 말이 돼?” 싼맛에 옷 사는 시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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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티셔츠 쪼가리 하나 제일 싼 걸 사려고 해도 20만원은 지불해야 하는 시대가 눈 앞에 왔습니다.”

의류 소싱 플랫폼 개발 스타트업 시제의 신인준 대표가 단언한 말이다. 마트나 유명 의류기업에 가면 ‘1만원 당 3장’ 씩의 묶음으로도 팔리는 티셔츠. 싼맛에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티셔츠이지만, 그 생산 구조를 좀 들여다보면 험난한 미래가 보인다는 게 신 대표의 전망이다.

이렇게 티셔츠가 싼 건 우선 의류 공장이 밀집한 동남아 지역의 낮은 인건비 때문. 하지만 인건비 인상이 심상치 않다. 소재로 쓰이는 의류 소재도 각종 환경규제나 원자재값 상승으로 인상이 불가피하다.

신 대표는 “10년 내에 티셔츠 하나가 20만원을 지불해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단언했다 .비단 그 만의 생각도 아니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이 같은 ‘패션플레이션(패션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을 경고하고 있다. 신 대표가 의류 생산에 AI(인공지능)까지 도입한 플랫폼 개발 사업에 뛰어든 배경이다 .

신 대표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의류 제조업의 시장 가치와 가능성을 느꼈다”고 했다. 패션 마케터를 지망했으나 석사 과정 중 중국 항저우에서 명품 샤넬 생산 공장에서 실습을 하면서 의류 생산업에 뛰어들게 됐다.

“티셔츠 쪼가리 한벌 20만원, 말이 돼?” 싼맛에 옷 사는 시대 끝난다
신인준 시제 대표 [시제 제공]

의류학과 산업공학을 전공한 신인준 시제 대표는 사람과 기계를 가장 효율적으로 접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대우세계경영연구회의 1기 수료생으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등지의 공장에서 3년 넘게 실무를 익힌 뒤 의류 소싱 플랫폼 ‘모노리스’를 개발했다.

의류 산업의 자동화율은 0.2%에 불과하다. 같은 옷이더라도 사이즈에 따라 재질에 따라 모두 새로운 디자인이 필요한 탓이다.

“티셔츠 쪼가리 한벌 20만원, 말이 돼?” 싼맛에 옷 사는 시대 끝난다
[123rf]

이를 자동화하려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탓에 의류 제조업이 여전히 인력에 의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전세계 의류 공급망에서 생산을 담당하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의 인건비는 지난 10년 새 2배가 됐다. 원부자재 가격도 최근 2년간 280%로 늘어났다.

옷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최대한의 생산 효율을 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던 중 나온 플랫폼이 모노리스다.

모노리스를 이용하면 의류 수주에서 출고까지 기간을 9개월~1년에서 6개월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공정의 모든 재봉틀의 진동을 측정, 데이터화 해서 최적의 생산 계획을 수립·관리하도록 돕는 방식이다.

“티셔츠 쪼가리 한벌 20만원, 말이 돼?” 싼맛에 옷 사는 시대 끝난다
스타트업 ‘시제’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개발한 의류 소싱 플랫폼 ‘모노리스’ [시제 제공]

신 대표는 모노리스를 자동차 내비게이션에 비유했다. 의류 생산량을 막연하게 예측하기보다 정체 구간이나 우회 경로를 파악하듯 실시간으로 생산 상황을 모니터링해,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버려지는 옷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모노리스는 데이터에 기반해 실시간으로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어 다품종 소량 생산에 최적화된 알고리즘을 갖고 있다”며 “낭비되는 자원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티셔츠 쪼가리 한벌 20만원, 말이 돼?” 싼맛에 옷 사는 시대 끝난다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에 위치한 알토 오스피시오의 라 물라 마을 근처에 대량의 의류 폐기물이 버려져 있다. [AP]

사실 의류는 환경을 망치는 주범으로 꼽힌다. 빠르게 바뀌는 유행에 따라 지구에서 해마다 새로 만들어지는 옷은 1000억벌 가량. 이중 삼 분의 일은 버려진다. 국내의 의류 폐기물만 쳐도 2020년 연 8만t(2020년 기준) 2018년 보다 24.2% 늘어났다.

생산 과정에서의 환경오염은 더 크다. 티셔츠를 한 장 만드는 데에 3년 6개월 동안 마실 수 있는 물이 필요하다. 면화 등을 재배하는 데 드는 살충제부터 화학 염료, 미세플라스틱 등도 문제다.

신 대표는 “의류 공급망 시장의 디지털 전환을 통해 자원과 소비를 줄일 수 있다”며 “안 입는 옷을 버리거나 재활용하기 앞서 필요한 만큼만 생산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시제는 인천광역시에서 주관하는 투자 기업 발굴 플랫폼 ‘빅웨이브’에 참여할 스타트업 10곳 중 한 곳으로 5일 선정됐다. 또한 내년 미국 진출을 전제로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