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소비를 그만둡니다.” 모든 비용이 오르는 시대, 짠테크, 무소비를 선언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갑이 얇아진 탓도 있지만 넘쳐나는 물건과 생태계 파괴, 기후변화에 윤리적 삶으로서의 방식을 찾아가려는 시도다.
60년대 중반 이후 전 세계적으로 소비는 가속화하는 추세로, 전 세계인이 보통의 미국인처럼 산다면 지구 다섯 개 만큼의 자원이 있어야 생활 방식을 유지하는 게 가능하다. 한 예로 세계인이 구매하는 의류는 매년 5000만톤에 달하는데, 이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로 떨어지면 웬만한 대도시는 전부 산산조각 난다.
이대로 소비할 경우 지구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건 명백하다. 그렇다면 세상 사람들이 쇼핑을 멈춘다면 어떨까?
저널리스트 J.B 매키넌의 ‘디컨슈머’(문학동네)는 이런 사고실험에서 시작한다. 매키넌은 제로성장이라는 시나리오를 개발한 요크대 명예교수인 피터 빅터에게 캐나다 가계 소비지출을 절반으로 줄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의뢰했다.
그 결과, 실업률과 부채가 너무 높아 차트를 벗어나고 투자자들은 막대한 돈을 잃고 빈곤이 급증하며 일반 가정은 소득의 60퍼센트를 세금으로 낸다. 재앙이나 다름없다. 모든 정부가 소비증진에 힘을 쏟는 이유다.
그렇다면 조금만 성장하거나 아예 성장하지 않으면서, 혹은 조금 후퇴하더라도 여전히 살 만한 자본주의 시스템을 갖추는 건 불가능할까?
빅터의 시뮬레이션에서 소비를 4퍼센트 줄이자 캐나다에는 완전한 재앙이 아닌 천천히 지속되는 장기 침체가 발생하고 실업과 투자금 손실, 정부 세입 감소 같은 우리에게 익숙한 침체 현상들이 이어졌다.
소비가 줄면 상품과 서비스 수요도 줄어 실업이 발생하기 때문에 남은 일자리를 분배, 근무일수를 5일에서 4일로 조정하고 녹색투자를 늘리면 자원의 양을 줄이는 동시에 일자리와 소득을 만들어내는 게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 없이 소비와 성장을 감속하는 게 가능하다는 얘기다.
매커넌의 사고 실험은 좀 더 과격하다. 세계가 난데없이 쇼핑을 중단할 경우 추락은 갑작스럽고 빠르고 길고 고통스럽게 이어진다. 의류 산업의 경우 일주일 간 쇼핑을 멈추면 시장에 큰 충격이 발생하고, 한 달 간 쇼핑을 멈추면 이 산업은 완전히 무너진다.
지속가능한 소비의 새 바람은 디컨슈머들에게서 나타나고 있다. 디컨슈머는 비영리적 시간의 중요성을 알고 사지 않을 자유 혹은 권리를 중시하는 이들이다. 소비 집착에서 벗어나 간소함을 추구하고 내재적 가치에 집중한다.
기업들도 이들에 부응하고 있다. 2011년 파타고니아는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필요하지 않은 것을 사지 마세요”라고 광고하면서 재킷 한 벌을 생산하고 운반하는 데 드는 자원과 이산화탄소 양을 표시했다. 바로 디컨슈머를 겨냥한 것으로 새로운 소비문화의 신호탄으로 읽힌다.
저자는 뉴저지주 버건 카운티의 ‘파란색 법’인 일요일 휴업, 런던 교외의 바킹 대거넘 자치구 , 베를린의 가스등 등 소비를 멈추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추구하고 변화를 이끌어낸 사례들을 통해 녹색 경제와 새로운 시장, 변화된 삶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디컨슈머/J.B. 매키넌 지음,김하현 옮김/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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