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보이스피싱 피해액 316억원

2018년 6월 이후 최소금액 수준

경찰, 진화하는 중계기 단속 집중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제공]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제공]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이 국제전화, 인터넷전화를 ‘010’으로 바꾸기 위해 사용하는 ‘번호변작중계기’가 ‘인간 중계기’ 등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이에 경찰은 중계기 단속에 집중,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을 4년여 만에 최소 수준으로 낮추는 효과를 봤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올해 9월 한 달 간 보이스피싱 피해건수와 피해액이 각각 1289건, 316억원을 기록했다고 18일 밝혔다. 지난달 피해액은 2018년 6월(286억원) 이후 4년 3개월 만에 가장 적은 규모다.

또 올 1~9월 중 보이스피싱 건수와 피해액은 1만7376건, 440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29.4%, 28.3% 감소한 수치다.

이에 대해 경찰은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예방·검거·협업 입체적 대응체계가 효과를 내고 있으며, 특히 예방적 수사에 집중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특히 경찰은 중계기 단속이 보이스피싱 피해 감소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계기는 070 인터넷 전화번호를 010 휴대전화 번호 등으로 바꿔주는 기기로, 피해자들이 국제전화나 070 번호는 보이스피싱이나 스팸 전화라고 생각해서 잘 받지 않는 심리를 역이용한 범죄수단이다.

당초 중계기는 원룸, 모텔 등에 여러 개의 유심을 꽂은 ‘심박스(Sim-box)’를 설치하는 형태였지만, 경찰 단속이 강화되자 휴대전화 다수를 중계기 형태로 운영하는 수법이 늘고 있다. 패드 등 다른 기기를 통해서 전화·문자를 보내는 기능(CMC·COD)을 활용한 것이다.

개집 속에 은닉한 번호변작중계기의 모습.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제공]
개집 속에 은닉한 번호변작중계기의 모습.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제공]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이동형 배터리, 무선 라우터, 태양광 패널, USB 포트 등 새로운 형태의 중계기가 계속 발견되고 있다. 중계기를 은닉하는 장소나 방법도 발전 중이다. 원룸·모텔에 주로 뒀던 것을 산속, 땅속, 개집, 건설현장, 아파트 소화전, 지하철 보관함 등 다양한 장소에 숨기고 있다.

심지어 차량이나 오토바이에 중계기와 배터리를 싣고 다니거나, 가방 안에 휴대전화 다수를 넣고 지하철, 열차를 타고 다니는 속칭 ‘인간 중계기’까지 등장해 경찰이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중계기 설치 피의자들은 상당수가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과정에서 범행에 가담하게 됐으며, 그 대가로 일주일에 50만~70만원, 한 달에 400만~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이 소위 ‘점조직’으로 돼 있는 만큼, 중국에 콜센터를 차리고 범행을 주도하는 ‘상선’을 추적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번호변작중계기를 몸에 지니고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경찰 수사를 따돌리려던 피의자가 단속된 모습.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제공]
번호변작중계기를 몸에 지니고 지하철을 타고 다니며 경찰 수사를 따돌리려던 피의자가 단속된 모습.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제공]

경찰청은 지난해 3월 전기통신금융사기 수사상황실을 설치하고, 전국 15개 시도경찰청 소속 일선 수사관 172명과 실시간 소통하며 중계기 단속 작전을 전개하고 있다. 중계기 단속은 통신사에서 문자메시지·전화가 집중적으로 발송된 중계기를 모니터링해 경찰에 알려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후 경찰이 통신사실확인 허가를 받아 다시 통신사에 보내주고, 통신사로부터 해당 번호에 해당하는 위치값을 통보 받으면 수사관들을 현장에 보내는 식이다. 문제는 500~1000m에 달하는 오차다. 이 때문에 수사관들은 적게는 몇 시간, 길게는 며칠 동안 전파탐지기로 오차를 좁혀가며 중계기를 수색한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중계기 단속은 한강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는 활동과 같다”며 “버스에 탄 ‘인간 중계기’를 계속 따라가면서 정차할 때나 톨게이트를 나올 때 검거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중계기 철거와 동시에 실시간으로 통화 상대방에게 현재 보이스피싱 피해 위험이 있음을 직접 안내함으로써 피해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12월에는 보이스피싱에 악용되는 중계기나 해당 전화번호를 이용 중지하고 차단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시행될 예정이다.


sp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