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이 계속되었다.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올해 첫 열대야를 보냈다. 오늘 체감온도는 35도라 한다. 기분 나쁘게 쳐다봤다는 이유로 폭행했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나온다. 이런 날이 계속됐다면 우리 조상은 어떻게 했을까?
하늘을 쳐다봤다. 하늘은 별들로 반짝였다. 별을 그렸다. 돌에 새긴 천문도 ‘천상열차분야지도’는 그렇게 만들었다. 권근(陽村 權近·1352~1409)이 책임을 지고 만든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천문도다.
1991년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민통선 안 파주 서곡리에 있는 고려시대 권준(昌和公 權準·1280~1352)의 묘를 발굴했다. 1374년 사랑했던 노국공주가 죽고 난 뒤 공민왕은 방황한다. 남색을 즐기다가 아예 자제위라는 관청까지 만들어서 잘생긴 귀족자제를 선발한다. 난삽한 성관계를 문틈으로 엿보는 것도 모자라서 자제위 귀족자제를 독려해 익비 한씨(益妃 韓氏)와 성관계를 맺게 한다. 9월 1일 내시 최만생은 익비가 홍륜과 관계해 임신했다고 보고한다. 공민왕은 입을 닫기 위해 홍륜 무리와 내시 최만생을 내일 죽이겠다고 말하고 술에 취해 잠이 든다. 홍륜 일파는 살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술에 취해 잠든 공민왕을 살해한다. 이 사실을 안 이인임은 홍륜과 자제위 권진과 한안 등을 죽인다. 이때 죽은 권진이 바로 권준의 증손자다.
이 무덤 천장에 새긴 천문도를 찾았다. 중앙에 북두7성과 북극3성이 선명하다. 왼쪽 끄트머리 중앙에 흐릿하게 태양이 보인다. 오른쪽 끄트머리에는 달이 있었을 것이다. 고려 사람들은 태양이 동쪽하늘을 비추고 달이 서쪽 하늘을 비춘다고 생각한 것이다. 북반구의 중앙하늘(북쪽하늘)에 북두7성과 북극3성이 있다. 전체 구조는 ‘해-북극3성-북두7성-달’ 순서다. 무덤 주인 권준은 권근(陽村 權近·1352~1409)의 할아버지다.
고려 사람들은 하늘을 보고 천문도만 그린 것이 아니다. 아예 하늘을 땅에 구현했다. 전라남도 화순에 있는 운주사가 바로 그곳이다. 운주사에 들어서면 9층석탑이 제일 먼저 나온다. 운주사는 사찰이 아니라 도교사원이다. 탑 역시 무덤이 아니고 별이다. 9층석탑 오른쪽 바위언덕 위에 5층석탑이 있다. 그런데 모양새가 기괴하다. 돌을 제 맘대로 올려놨다. 옥개석을 다듬지도 않은 듯 모양도 제각각이고 날카로운 데다가 거칠다.
비밀을 푸는 열쇠는 평양 인근 덕흥리 고분(408년)이다. 고려 사람들은 고구려 천문을 계승했기 때문이다. 덕흥리 무덤벽화에서 그리고 있는 동쪽 하늘에는 세 발과 세 날개로 태양을 지고 나르는 금까마귀(金烏), 하늘을 나는 물고기(飛魚), 그리고 V자를 거꾸로 한 모양으로 비어5성(飛魚五星) 등을 그렸다. 삼족오(三足烏)라고도 부르는 금까마귀를 둥근 원 안에 그렸다. 태양을 상징한다. 태양 바로 위에는 비어와 비어5성을 그렸다. 운주사 동산 바위 위 5층석탑은 동쪽 하늘 태양 위에 비어5성이다(골목길 역사산책 : 한국사편 112~119쪽). 그래서 5층으로 만들었다. 거칠고 날카롭게 옥개석을 올렸다. 마치 물고기 지느러미처럼....
비어5성은 중국 천문도에 나오지 않는, 고구려만의 별자리다. 서양 별자리로 치면 카시오페이아 자리다. 중국에서 관측 별자리를 그린 천문벽화무덤 중 가장 돋보이는 북위 원예묘(526년)보다 별자리를 더 뚜렷하게 그렸다. 고대 일본에서는 다카마쓰고분과 기토라고분에서만 천문도가 등장한다. 기토라고분 천문도 관측 위치는 북위 38도에서 39도 사이, 즉 평양 지역이다(고구려의 문화와 사상 215~218쪽). 우리 하늘을 쳐다보자!
최석호 한국레저경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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