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실토실한 작은 아기의 귀여운 앨리스(베스 피스 거트만), 자신의 딸을 겹쳐 그린 검은 긴 머리의 앨리스(피터 뉴웰), 긴 금발 머리에 초록색 원피스를 입은 성숙한 앨리스(해리 라운트리), 양갈래 머리를 한 앨리스(앤서니 라도), 루이스 캐럴이 찍은 앨리스 사진을 보고 그린 최초의 단발머리 앨리스(찰스 로빈슨)…. 지난 150여년간 수많은 화가와 일러스트레이터들은 모험심 강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그리는 도전에 기꺼이 나섰다.
루이스 캐럴은 1864년 11월 학장 헨리 피델의 딸 앨리스를 모델로, 앨리스를 위해 37장의 흑백 그림을 그리고 자필로 원고를 써 앨리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건넸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진정한 최초 ‘지하세계의 앨리스’의 탄생이다.
‘마이 페이버릿 앨리스’ (난다)는 ‘지하세계의 앨리스’부터 1865년 정식 출간된 이래 17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 지금도 새롭게 해석되고 있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전세계 61가지 초판본을 모은 앨리스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미스터리한 인물 루이스 캐럴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와 탄생 비화, 희귀 사진과 삽화를 한데 담은 책은 무엇보다 저마다 개성적인 다양한 모습의 앨리스들을 만나는 즐거움이 크다.
1865년 풍자 화가 존 테니얼이 그리고 맥밀란 출판사에서 나온 최초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캐럴의 원본 ‘지하세계의 앨리스’와 다르다. 캐럴의 사적인 내용을 삭제하고 고양이와의 만남, 미친 티파티, 돼지와 후추 같은 장면을 추가해 더 이상 ‘지하세계의 앨리스’와 어울리지 않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제목이 바뀌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출간된 최초 2000부는 인쇄 상의 문제로 폐기 처분키로 하고, 재판을 찍어 1865년 11월에 시판, 크리스마스 선물로 큰 인기를 얻었다. 캐럴은 초판 판매 중단 전 출판사로부터 50부를 받아 고급스럽게 제본해 지인들에게 보냈는데, 이 책들은 ‘초판 중의 초판’으로 불리며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폐기 처분키로 한 나머지 초판 1950부도 캐럴은 애플턴 출판사에 판매했는데, 이것이 ‘애플턴 앨리스’로 불리는 미국 초판본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역사는 일러스트의 역사이자, 플레이북, 팝업북 등 그림책·출판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앨리스를 그린 최초의 여성 일러스트레이터 블렌치 맥매너스, 그림책의 황금기를 이끈 아서 래컴,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 물방울 무늬 작가 쿠사마 야요이, 사진의 마술사 팀 워커, ‘무민’의 아버지 토베 얀손 든 등 거장들도 ‘앨리스 증후군’에 합류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1930~40년대 세계대전과 경제 대공황 속에선 염가본이 주를 이뤘으며, 전체주의 러시아에선 금서로, 흑인 모델만으로 재창조한 현대판 화보 등 시대를 반영하며 관통해왔다.
루이스 캐럴은 당시 옥스포드대에서 수학을 가르치던 수학자였는데, 내성적이고 말을 더듬는 버릇이 있었다. 본명은 찰스 럿위지 도지슨. 그는 자신을 소개할 때 도-도-라며 말을 더듬었는데. 동화 속 도도새는 자신을 모델로 삼았다.
‘마이 페이버릿 앨리스’의 저자 앨리스설탕은 시인부부 배용태와 성미정 부부의 공동 필명으로, “세상의 모든 앨리스를 알아가는 과정의 산물”로 책을 펴냈다고 밝혔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마이 페이버릿 앨리스/앨리스설탕 지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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