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카드사 이상거래 탐지 기준 보완
70대 이상 고령자·불법가맹점 피해 대응 강화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 70대 여성 A씨는 금융회사 직원을 사칭한 남성으로부터 “오래전에 발생한 불법 카드매출을 취소하지 않으면 신용상 불이익을 받아 카드 사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 사기범은 매출 취소를 위해 ‘OO보증보험’에서 같은 금액을 다시 결제하면 추후 환급된다고 속였고, A씨는 직접 카드정보를 입력해 323만원을 결제했다. 실제 결제처는 보증보험사가 아닌 불법 가맹점으로 확인됐다.
#. 20대 여성 B씨는 구직사이트를 통해 물품을 대신 주문·결제하면 물건값과 수익금을 돌려받는 부업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약속대로 환급이 이뤄지자 여러 물품을 카드로 결제하고 대출까지 받았지만 이후 환급이 끊겼다. 피해액은 총 6300만원에 달했고, 본인이 직접 카드결제와 대출을 실행한 탓에 카드사 보상도 받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이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카드결제 피해 예방과 구제를 강화한다. 송금·이체뿐 아니라 상품권 등 환금성이 높은 물품을 피해자가 직접 카드로 결제하도록 유도하는 신종 수법이 늘자 카드사의 이상거래 탐지와 고령층 보호조치를 보완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15일 카드결제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피해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우선 카드사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이상거래탐지 기준을 보완한다. 기존 시스템이 해킹 등 제3자에 의한 부정결제 탐지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사기범에게 속아 회원이 직접 결제한 거래까지 포착할 수 있도록 결제패턴과 가맹점 특성 등을 반영한 탐지 기준을 강화한다.
70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보호조치도 강화한다. 상품권 등 환금성이 높은 물품을 결제하는 과정에서 이상거래가 탐지되면 카드사가 심층상담을 통해 실제 결제 의사와 금융사기 가능성을 확인한 뒤 결제를 승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70세 이상 보이스피싱 피해건수는 2023년 777건에서 2024년 1047건, 지난해 1493건으로 늘었다.
불법 가맹점이 연루된 피해 민원에 대한 조사도 강화한다. 카드깡이나 허위매출 등이 의심될 경우 물품 배송 여부와 결제 처리 과정을 보다 면밀히 확인해 불법 가맹점의 결제 구조 악용 여부를 살펴볼 방침이다.
금감원은 불법 카드매출 취소를 빌미로 한 재결제 요구, 고수익 부업·아르바이트를 내세운 대리결제, 저금리 대출 수수료 명목의 상품권 결제, 랜덤채팅 상대방의 금전 요구 등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본인이 직접 카드결제를 한 경우 정상적인 본인확인을 거친 거래로 처리돼 카드사 보상이 어려울 수 있다.
한편, 금감원은 금융권의 보이스피싱 대응을 독려하기 위해 올해부터 피해예방 우수 금융회사와 임직원에 대한 포상을 추진한다. 오는 10월 말까지의 실적을 바탕으로 기관 1곳과 임직원 5명 안팎을 선정해 12월 중 포상하고, 우수사례는 전 금융권에 공유할 계획이다.
rim@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