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실적에도 세대교체 택한 KB

이재근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조직”

국민은행장·계열사CEO 인사 촉각

KB발 세대교체, 금융권 인사 영향

KB금융지주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이재근 KB금융지주 글로벌·WM·SME 부문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KB금융 신관 로비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
KB금융지주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이재근 KB금융지주 글로벌·WM·SME 부문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KB금융 신관 로비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

역대 최대 실적 속에서도 세대교체를 택한 KB금융이 이재근 체제로 전환을 준비한다. 차기 회장 후보로 낙점된 이재근 KB금융지주 글로벌·WM(자산관리)·SME(중소기업) 부문장은 조직 운영 방향으로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제시했다. 11월 회장 취임을 앞두고 연말 국민은행장 등 계열사 대표 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후보자가 리딩뱅크 그룹 지위를 공고히 하고 생산적금융 및 자산관리(WM) 등 핵심 추진 과제도 한단계 끌어 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부문장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금융 신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금융그룹이 클수록 시스템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회장에게 힘이 편중되고 집중되기보다는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통해 움직이는 조직, 분권화된 조직, 지속 가능한 조직에 방점을 두고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연말 인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아직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을 아꼈다. 계열사 대표 선임도 관련 추천위원회에서 논의해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KB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최종 후보 발표 당시 언급한 ‘세대교체’에 대해서는 “나이로 하는 세대교체라기보다 의사결정을 좀 더 신속하고 책임 있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연령보다 역량을 강조했다.

▶역대 최대 실적에도 ‘변화’ 택한 KB…이재근 체제 연말 인사 주목=KB금융의 당기순이익은 2023년 4조6319억원에서 2024년 5조782억원, 지난해 5조8430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3조8846억원을 거두며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회추위는 기존 양종희 회장 대신 이 부문장을 최종 후보로 선정하며 ‘변화’와 ‘세대교체’를 강조했다. 조화준 회추위원장은 “현재의 우수한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그룹의 본원적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과감한 변화와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KB금융은 이번 승계 절차도 예년보다 한 달 이상 앞당겨 시작해 후보 검증 기간을 늘리고 외부 후보의 불리함을 줄이는 데 중점을 뒀다.

이 부문장은 2022년부터 3년간 국민은행장을 맡았고 지난해부터 지주에서 글로벌·WM·SME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11월 20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회장에 선임되면 21일부터 3년 임기를 시작한다. 이에 따라 이르면 11월 말부터 조직개편과 계열사 CEO 인사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KB금융은 통상 12월 중순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연말 임기가 끝나는 대표 후보를 정해왔다.

올해는 국민은행장을 포함해 증권·보험·카드·자산운용 등 주요 계열사 대표 다수가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 이 부문장이 회장으로 이동하면 지주 부문장급 후속 인사도 불가피해 연말 인사 폭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생산적금융 110조부터 WM·AI까지…이재근 체제 과제 산적=연말 인사와 함께 이재근 체제가 본격적으로 풀어야 할 사업 과제에도 관심이 쏠린다. KB금융은 2030년까지 생산적금융 93조원과 포용금융 17조원 등 총 110조원을 공급할 계획이다.

생산적금융 93조원 가운데 10조원은 국민성장펀드, 15조원은 자산운용·증권·인베스트먼트 등을 통한 자체 투자, 68조원은 전략산업 기업대출에 투입한다.

KB금융은 중장기 전략으로 WM·연금 사업모델 재설계와 중소법인 영업 경쟁력 강화, 그룹 CIB 협업 확대, 보험 경쟁력 제고, AI 전환도 추진하고 있다.

핵심은 은행 중심의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하면서 자본시장과 기업금융, 비은행 부문의 성장성을 얼마나 끌어올리느냐다. 특히 머니무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WM·연금과 자본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생산적금융 확대를 실제 수익성과 연결하는 것이 차기 체제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KB발 ‘세대교체’ 금융권으로 번지나…연말 CEO 인사도 촉각=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이 불발되면서 올해 임기 만료를 앞둔 금융권 CEO의 거취도 불분명해졌다.

통상 은행장 등 금융권 CEO는 첫 2년 후 1년의 임기를 추가로 수행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KB금융지주가 그간의 관례를 깨고 전격적으로 CEO를 교체한 만큼, 각 은행장을 비롯한 CEO들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 금융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대표적인 인사가 내년 2월 임기가 종료되는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2월 취임했다. 농협금융은 올 연말 차기 회장 인선을 위한 작업에 돌입할 전망이다. 농협금융의 경우 김용환, 김광수 회장 외 2년 임기 이후 연임한 사례가 없다. 손병환, 이석준 회장도 2년 임기를 채운 후 퇴임했다.

금융지주 핵심 계열사인 은행장 인사도 올 연말 예정돼 있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강태영 NH농협은행장은 올 연말 임기가 종료된다. 이중 2023년 한 차례 연임한 정 행장을 제외한 4명의 행장은 첫 연임을 앞두고 있다.

이환주 행장의 경우 3년 이상 재임한 다른 계열사 대표와 비교해 짧은 임기를 수행한 만큼, 연임 가능성이 높다. 정상혁 행장의 경우 지주 내 부문장 이동이 거론된다. 이호성·정진완·강태영 행장 역시 안정적인 경영 성과를 바탕으로 연임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KB금융지주 이사회가 ‘세대 교체’를 키워드로 꼽은 만큼, 이제는 안심할 수 없다는 게 금융권 공통된 반응이다. 여당과 정부가 이달 말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를 목표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관행’을 이어가는 데 부담이라는 반응이다.

모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안이 금융지주 회장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만, 자회사 CEO에도 적용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며 “청와대에서 지적한 ‘참호 구축’이 금융지주 뿐 아니라 금융권 전반에 던지는 메시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 연말 임기가 종료되는 5대 금융의 CEO는 총 54명이다. KB금융 10명, 신한금융 12명, 하나금융 13명, 우리금융 12명, 농협금융 7명이다.

여기에 조용병 은행연합회장도 올 11월 임기가 종료된다.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해 박종복 전 SC제일은행장,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Sh수협은행은 이달 22일 최종 행장 후보를 결정한다. 신학기 현 행장과 이형주 금융정보분석원장의 2파전 구도다. 박혜림·서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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