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 미만 자진퇴사자 66.5% 근속 1년 미만

20~24세는 10명 중 8명 입사 1년 안에 퇴사

정부, 자발적 퇴사에도 생애 1회 구직급여 추진

고용보험기금 적자 속 도덕적 해이·형평성 논란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실업급여 수급자격 신청 창구 모습 [연합]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 실업급여 수급자격 신청 창구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정부가 35세 미만 청년의 자발적 퇴사에도 구직급여(실업급여)를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 연령대 자진퇴사자 3명 중 2명은 첫 직장에서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 초반 자진퇴사자의 경우 10명 중 8명이 근속기간 1년 미만이었다.

정부는 첫 직장의 직무나 근로조건이 맞지 않는 청년이 생계 부담 때문에 퇴사를 미루지 않고 새로운 일자리에 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미 청년층의 단기근속·조기퇴사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자진 퇴사에 따른 실업급여까지 확대할 경우 이직을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부담과 다른 미취업 청년과의 형평성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10일 한국고용정보원 고용행정통계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35세 미만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상실자는 19만2299명이다. 이 가운데 ‘개인사정으로 인한 자진퇴사’는 14만5333명, ‘사업장 이전·근로조건 변동·임금체불 등으로 인한 자진퇴사’는 1085명으로 집계됐다.

두 유형을 합친 자진퇴사자는 14만6418명으로 전체 피보험자격 상실자의 76.1%에 달했다.

문제는 35세 미만 자진퇴사자 가운데 근속기간이 1년 미만인 사람은 9만7437명으로 전체의 66.5%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근속기간 1~3년은 3만5757명(24.4%)이었다. 이를 합치면 근속 3년을 채우지 못하고 자진퇴사한 청년은 13만3194명으로 전체의 91.0%에 달한다.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조기퇴사 비중은 더 높아져 개인사정으로 자진퇴사한 20~24세 3만4177명 가운데 근속 1년 미만은 2만7388명으로 80.1%에 달했다. 25~29세는 5만6038명 가운데 3만5576명(63.5%), 30~34세는 4만5976명 가운데 2만5386명(55.2%)이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직장을 떠났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청년의 자발적 퇴사까지 구직급여 보장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 고용보험제도에서 구직급여는 원칙적으로 비자발적 이직자에게 지급된다. 자발적으로 퇴사했더라도 임금체불이나 근로조건 저하 등 정당한 이직 사유가 인정되면 받을 수 있지만 단순 개인사정으로 직장을 그만둔 경우에는 수급이 제한된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4일 2026년 하반기 업무보고에서 35세 미만 청년이 일정 기간 이상 근무한 뒤 자발적으로 이직한 경우에도 생애 한 차례 구직급여를 지급할 수 있도록 고용보험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첫 일자리의 직무와 근로조건 등이 자신과 맞지 않더라도 당장 생계가 막막해 퇴사를 미루는 청년에게 다른 일자리로 이동하거나 경력을 재설계할 시간을 주겠다는 취지다.

구체적인 최소 근속기간과 지급액·지급기간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해고·폐업 등 비자발적 사유로 일자리를 잃은 기존 구직급여 수급자와는 지급 기준에 차이를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직 전 임금의 60%를 기준으로 월 최대 약 100만원을 지원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문제는 제도 설계에 따라 구직급여가 청년의 조기 퇴사를 앞당기는 유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도 청년층의 첫 직장 ‘미스매치’를 완화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지급요건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첫 직장을 선택할 때 기업이나 직무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적합한 일자리로 이동할 시간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지급요건이 지나치게 느슨하면 구직급여가 퇴사 후 자연스럽게 받는 ‘수당’처럼 인식되면서 단기간 근무한 뒤 퇴사하거나 급여 수급을 위해 의도적으로 공백기간을 두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 문제도 부담이다. 2025회계연도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고용보험기금은 지난해 592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적립금은 7조8003억원이지만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린 돈을 제외한 실질 적립금은 796억원에 불과하다. 구직급여 등이 지출되는 실업급여 계정의 실질 적립금은 5조9933억원 적자 상태다.

윤 교수는 “고용보험기금의 구조적인 수지 불균형을 해소하지 않은 채 보장 대상을 확대할 경우 재정 부담이 커지고 결국 보험료 인상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대상 규모와 재정 소요, 지속 가능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원 대상의 형평성을 둘러싼 논란도 예상된다. 한 번이라도 취업한 뒤 자신의 선택으로 퇴사한 청년에게 고용보험 재정으로 소득을 지원하면서 아직 취업 기회조차 얻지 못한 청년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자발적 퇴사 경험이 있는 청년만 지원할 경우 미취업 청년과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청년의 재도전과 구직을 지원하는 것이 정책 목표라면 실업급여보다는 별도의 구직수당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fact051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