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마포, 서울 자치구 중 온열질환자 발생 1·2위
두 자치구 환자 중 70% “마라톤, 원인”
덜 더운 오전 10~11시 발생 환자, 오후 1~3시보다 많아
“장시간 뜨거운 햇볕에 노출되면 체온조절 능력 떨어져”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올해 여름 서울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 상당수가 달리기를 하다 병원을 찾은 것으로 파악됐다. 극한 폭염에도 식지 않은 러닝 열기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질병관리청 온열감시체계가 작동하기 시작한 올해 5월 15일부터 이달 2일까지 서울에서 총 185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영등포구가 총 29명으로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은 환자가 발생했다. 이중 68%인 20명이 폭염이 채 심해지기도 전인 5월과 6월에 여의도와 한강공원 등에서 진행된 마라톤 대회에 참여한 뒤, 의식 소실 등으로 병원을 찾았다.
이달 3일 영등포구의 한 한강공원에서 개최된 야간 걷기대회에서도 3시간을 걸은 참여자가 온열질환으로 병원을 방문했다. 온열질환은 열 때문에 발생하는 급성 질환으로 열탈진·열사병 등이 대표적이다. 온열질환이 발생한 뒤 빠르게 대처하지 않으면 의식 저하 등을 거쳐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온열질환 발생 2위 자치구인 마포구에서도 환자 14명 중 11명이 5월과 6월에 진행된 마라톤 행사에 참여한 뒤 병원을 찾았다. 환자 발생시간은 모두 오전 9~10시에 집중됐다.
영등포구는 지난해에도 25개 자치구중 가장 많은 43명의 온열질환자가 발했다. 마포구는 32명으로 2위를 차지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여의도, 한강공원, 상암월드컵경기장 인근에서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 늘어 온열 질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실제 이달 1일까지 서울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 162명을 시간대별로는 살펴본 결과 오전 10~11시에 발생한 환자가 21명으로 가장 많았다. 가장 더울 때인 오후 1~2시와 오후 2~3시에는 각각 13명과 15명으로 환자가 오전에 비해 적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전체 발생시간대를 보면 오전 시간대가 많다”며 “운동을 하다 온열질환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실제 러닝 인구는 급증하고 있다. 한국갤럽이2024년 10월 발표한 ‘아웃도어 활동, 실내외 운동 15종 경험률’ 조사 결과를 보면 최근 몇 년 간 가장 빠르게 저변이 확대된 종목은 ‘조깅·달리기’였다. 1년 동안의 조깅·달리기 경험률은 2021년 23%에서 2022년 27%, 2023년 32%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마라톤 인구도 늘었다. 경찰청이 지난해 10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개최된 마라톤 대회는 총 254회였으며, 총 참가 인원은 100만8122명으로 집계됐다. 2020년 약 9000명에서 출발한 연간 마라톤 대회 참가자 수는 ▷2021년 약 3만명 ▷2022년 약 32만명 ▷2023년 약 73만 명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5년 국민생활체육조사’에서도 조깅과 달리기 참여 비율이 2024년 4.8%에서 지난해 7.7%로 급증했다.
서울의 경우 무더위가 시작된 지난달에는 5개의 마라톤이 진행됐고, 이달에도 5개의 마라톤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시도 ‘쉬엄쉬엄 모닝’ 등의 행사를 통해 러닝을 장려하고 있다. 쉬엄쉬엄 모닝은 기록과 경쟁 중심의 마라톤이 아닌, 걷기·달리기뿐 아니라 자전거·유아차·반려견과 함께 자신의 체력과 속도에 맞춰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서울형 생활체육 프로그램이다. 올해 3월 시범운영을 거쳐 지난달부터 정기 운영에 들어갔다. 앞서 여의도∼마포대교 ‘한강 코스’와 서울광장∼세종대로∼숭례문 ‘도심 코스’에는 총 6807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그러나 마라톤이나 러닝은 요즘 같은 극한 폭염이 계속될 때에는 위험하다. 더위에 노출되는 시간이 그만큼 늘어나 온열질환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운정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장시간 뜨거운 햇볕에 노출되거나 무더운 장소에 오래 있으면 체온조절중추의 능력을 넘어설 정도의 상황이 발생한다”고 했다. 이어 “온열질환 중 열사병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열사병이 나타나기 직전에는 두통, 어지러움, 구역질, 경련, 시력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의식이 떨어지고 몸은 뜨겁고 건조하며 붉게 보인다. 체온이 40도를 넘지만 땀이 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도 “온열질환 예방을 하기 위해서는 마라톤이나 달리기중 충분한 수분 섭취나 안정된 휴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oo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