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국부의 원천이다. 성장을 통해 장기적인 국가 발전의 기반을 구축하는 기업의 현재와 미래는 공동체 존속의 여부마저 결정한다. 기업의 성공이 국민의 보람인 이유다.
‘중견기업 성장촉진 및 경쟁력 강화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지 12년이 지났다. 중소, 중견, 글로벌 전문기업을 잇는 선순환 성장 생태계를 만든다는 법의 취지는 여전히 강력하고, 10년 한시법의 꼬리표를 붙인 일부의 단견도 2023년 3월 상시법 전환에 대한 여야의 폭넓은 공감으로 말끔히 해소됐다. 단절 없는 성장의 긴박한 필요를 법의 짧은 역사는 선명하게 증언하고 있다.
올해 ‘제3차 중견기업 성장촉진 기본계획’이 발표된다. ‘중견기업법’에 근거한 5년 단위 로드맵이다. 조세·금융·국제화 등 실효적인 정책 추진을 위한 방편까지 아우른다. 1, 2차 기본계획을 통해 중견기업의 규모와 경쟁력은 크게 확대됐다. 중견기업은 전체 고용의 약 13%, 수출의 약 18%, 매출의 약 15%를 감당하는, 명실상부 성장사다리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제3차 기본계획이 마주한 시대의 변화는 크다. 지난해 미국의 관세정책에서 보듯 기존의 질서는 무너졌다. 개폐를 반복하는 호르무즈의 바닷길은 패권 경쟁의 아수라를 실체적으로 구현한다. 인류의 절멸을 예고하는 기후변화를 ESG로 돌파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벼락처럼 도래한 AI 혁명은 노동과 자본의 본질을 질문한다. 가 보지 못한 길, 한계를 설정하기보다 지평을 확대하는 관점의 변화가 절실하다.
국가와 기업의 협력은 기본이다. 법과 제도, 정책의 네트워크로서 국가의 역할은 기업의 혁신을 촉진하는 데 놓여야 마땅하다. 신뢰를 바탕으로 민관이 구성한 최강 선단을 세계의 바다로 출항시켜야 한다. 기업의 성취를 좋은 일자리와 국가균형발전으로, 기업 생태계의 원활한 순환을 촉진하는 동력으로 전환하는 환류 시스템이 긴요하다.
수출 중심 소규모 개방경제의 실존적 요건을 세세히 검토해 낱낱이 강화하는 데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로컬과 글로벌의 경계가 사라진 지 오래, 지역에 분포한 중견기업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제반 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하고, 주거, 의료, 교육 인프라를 강화함으로써 인재 유입을 확대해야 한다. 기술, 실증 데이터, 전문인력, 금융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정책 패키지를 도입해 AI와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직결해야 할 것이다. 전향적인 생산적 금융 프로그램으로 성장 단계별 장기 투자를 확대하고, 해외 진출과 공급망 구축, 수출 전환을 포괄하는 지원체계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1970년대 캘리포니아의 허름한 차고 구석에서 세상을 뒤바꾼 사과 하나가 문득 탄생했다. 천재였다지만, 맥없이 뒤처질 까닭은 없다. 북적대는 스타트업들에, 밤을 밝힌 수많은 우리 기업에도 천재는 물론, 헌신과 열심은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이다. 시대의 변화를 포착하는 법과 제도, 정책의 뒷받침이 더해진다면 대한민국 대도약은 보장된 내일이라 믿는다. 하반기에는 빈틈없는 내실화를 기한 중견기업법 개정도 추진될 예정이다. 관성을 깨고, 나아가면 된다. 나날의 수고가 어느 정도일지, 먼저 겪었기에 조금은 아는 터, 정책 담당자들에게 깊은 감사와 응원을 전한다.
김현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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