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수출이 사상 처음 700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11월까지 누적 수출은 6402억달러로 전년보다 2.9% 증가했다. 12월에 지난해와 같은 수준(613억달러)만 유지해도 7000억달러를 가뿐하게 넘는다. 보호무역주의가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일궈낸 값진 성과지만 이면을 보면 걱정이 크다. 대부분의 성장이 반도체 덕분이기 때문이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1~11월 누적 수출액은 오히려 1.5% 줄었고, 일반기계, 철강, 석유화학, 이차전지 등 전통 산업 대부분이 부진했다. 취약한 수출 구조가 드러난 셈이다.

반도체는 인공지능(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힘입어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 올 11월까지 누적 수출이 1526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8.3%로, 20여 년 만에 세 배 가까이 뛰었다. 반면 주요 15개 품목 중 반도체, 자동차, 선박, 바이오헬스, 컴퓨터를 제외한 나머지 10개 품목은 모두 줄었다. 일반기계(-8.9%), 석유화학(-11.7%), 철강(-8.8%), 이차전지(-11.8%) 등 핵심 산업군이 줄줄이 부진함을 면치 못했다.

반도체가 수출 효자로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돼주는 것은 반갑지만, 지나친 의존은 우려스럽다. 반도체는 세계 정보통신 산업 사이클과 AI 투자 흐름에 따라 수요와 가격이 급격히 흔들리게 된다. 불황이 닥치면 수출뿐 아니라 고용, 재정 등 경제 전반이 동시에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대기업 중심 수출 구조도 취약점 중의 하나다. 상위 10대 기업이 전체 수출의 40%를, 상위 100대 기업이 67.6%를 차지할 정도로 편중돼 있다. 그런데 최근 대기업들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해외 생산을 늘리고 있다. 결국 국내 부품·중간재 산업이 위축되고 산업 생태계의 균형과 활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지금 우리 수출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좋지 않다. 중국의 산업 굴기와 저가 공세로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은 약화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중국 기업들이 자동차, 배터리, 철강, 소비재 등 주요 품목에서 가격을 지속적으로 낮췄는데 우리 기업들도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 부담까지 더해져 기업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수출 중심의 우리 경제 구조에서 시급한 것은 산업 전반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일이다. 전통 산업은 AI 시대에 맞게 체질을 개선하고, 신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노동환경, 규제완화, 정책적 뒷받침은 필수다. 그런데 지금 기업들은 정부에 대해 그런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 기업에 우선 신뢰를 주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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