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가 30인 이상 기업 229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내년 경영전망 조사에서, 국내 기업들은 대체로 현상 유지 중심의 신중한 경영을 할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보면, 현상 유지 39.5%, 긴축 31.4%, 확대 29.1%로, 지난해보다 긴축 비율은 18.3%포인트 줄고, 현상 유지와 확대 경영이 늘었다. 기술 패러다임이 바뀌는 AI(인공지능) 대전환기임에도 공격적 투자보다는 움츠러든 모습이다.

대기업으로 좁히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300인 이상 기업의 긴축 경영 응답률은 41%로, 현상 유지나 확대 경영(각 29.5%)보다 높았다. 투자와 채용에도 부정적이다. 국내 투자를 줄이겠다는 응답이 40%, 해외 투자를 늘리겠다는 응답이 45.7%였다.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줄이고 해외 투자에 나서겠다는 것인데,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대미 투자 압박과 공급망 재편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도 있겠지만 국내 경영 환경이 그만큼 좋지 않다는 얘기일 수 있다. 실제로 중대재해처벌법, 노란봉투법 등 경영 리스크는 갈수록 커지고, 정년연장·4.5일제 도입 논의, 주52시간 등 경직된 노동 규제로 인해 주요국 대비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 국내에서 공격적 투자를 감행하기보다 비용 절감과 수출 환경을 고려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셈이다.

긴축 경영을 하려는 기업들이 줄이려는 분야를 보면, 인력 운용 합리화(61.1%), 전사적 원가 절감(53.7%), 신규 투자 축소(37%) 순이었다. 특히 인력 운용 조정은 2017년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비중으로, 청년층 신규 채용과 취업 기회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체 기업을 기준으로는 채용 ‘유지’가 52.3%로 가장 많았지만, ‘축소’ 응답률도 25.6%였다. 특히 대기업에선 41%가 축소에 나서겠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좁은 청년 취업문이 더 악화할 수 밖에 없다. 기업들이 예상한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평균도 1.6%로, 한국은행(1.8%)이나 산업연구원(1.9%)보다 낮다. 기업의 체감 경기가 더 나쁘다는 뜻이다.

기업들은 올해 경기 침체와 중국의 전방위적 산업 압박, 미국 관세 부과로 어려운 시기를 거쳐왔다. 이런 속에서도 관세협상 지원과 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정부와 호흡을 맞추며 적극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기업이 기대하는 규제 완화와 지원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인세 1%포인트 인상 등 기업을 옥죄는 법안만 줄줄이 대기 중이다. 단순히 투자와 채용을 늘리라고 압박할 게 아니라,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고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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