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대학 수시모집에서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광주과학기술원(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등 4대 과기원 지원자가 2만4000명에 달해 경쟁률이 14대 1까지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반면 의대·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 지원자는 전년 대비 21.9% 감소했다. 아직 정시 모집이 남아있지만 의대 쏠림이 한풀 꺾이고 이공계로 관심이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있는 변화다.
대기업 계약학과와 인공지능(AI) 관련 학과 지원자가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대기업 계약학과 수시 지원자 수는 9개 대학에서 8892명으로 전년 8631명 대비 3.0% 늘었다. 안정적 취업과 미래 기술성장 가능성이 학생들을 끌어당긴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의약학계열 지원자는 11만2364명으로 최근 5년 중 가장 적었다. 의대 지원자는 지난해 7만2351명에서 올해 5만1194명으로 2만명 이상 줄었다. 의대 모집 인원이 예년 수준으로 복귀한 영향이 있다. 하지만 의대 증원 이전 2024학년도 대비 6000명 이상 줄고 치대·한의대·약대·수의대까지 모두 감소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런 변화는 우리 사회 전체로 보면 긍정적이다. 그동안 ‘의대 쏠림’은 국가 자원의 불균형을 초래했다. 상위권 인재들이 이공계를 외면하면서 공학·기초과학 분야는 지속적인 인력난에 시달려왔다. 반도체, 배터리, AI 등 미래 산업 핵심 분야에서 국내 고급 인력 부족은 심각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28년까지 과학기술 분야 신규 인력은 4만7100명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석·박사급 고급 인력은 현재보다 60배 이상 부족할 것이란 전망이다. 연구환경과 지원이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면서 인력의 해외유출까지 더해진 결과다. 연구생태계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지금 AI·반도체·우주·양자기술 등 기술 패러다임이 전환하는 시기에 살고 있다. 국가의 명운을 좌우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이런 기술은 사회 교육 전반에 걸쳐 토양이 형성돼야 인재도 몰린다. 우수 인재가 실험실로 돌아올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게 곧 미래 경쟁력의 핵심이이라는 말이다. 모처럼 생긴 이공계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정부와 대학의 뒷받침이 필수다. 창의적 연구를 지원하고 산업과 연계한 실무 경험 등이 함께 제공돼야 한다. 미래가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관심분야를 키울 수 있는 고교 단계에서도 학생들이 과학기술 진로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충분한 지원을 하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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