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확정한 ‘2025~2029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을 보면 주요 공공기관 부채가 4년 뒤 127조6000억원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임대주택 확대, 전력망 확충, 발전 공기업들의 재생에너지 투자 등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가 반영된 결과다. 이에 앞서 정부는 ‘확장재정’ 기조를 내세운 총지출 728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국가채무가 올해 1301조9000억원에서 2029년 1788조9000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국가운영의 빚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자산 2조원 이상 또는 정부의 손실보전 조항이 있는 35개 공공기관의 부채는 2025년 720조2000억원에서 2029년 847조8000억원으로 늘어난다. 고속도로와 공공주택 등 사회간접자본(SOC) 부문이 103조원, 에너지 부문이 19조2000억원 증가한다. 정부는 공공기관 부채 총액은 늘어나도 자산 대비 부채비율은 올해 202.2%에서 4년 뒤 190.1%로 낮아질 것이라고 한다. 에너지 공기업들의 재무개선과 국제유가 안정, 지출 구조조정 효과를 전제한 것인데 낙관적 전망일 뿐이다. 전력망 확충과 재생에너지 확대는 천문학적 자금이 들어가는 사업으로, 오히려 변수를 고려해 더 늘려 잡아야 할 수도 있다.
과거 사례도 있다. 기획재정부는 2020년 당시 2024년 공공기관 부채비율을 171.4%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203.5%로 치솟았다. 코로나19와 국제유가 급등이 영향을 줬다고는 하지만 대외변수에 따라 예측이 빗나갈 우려가 크다. 국제유가와 에너지시장은 무엇보다 불확실성이 크다. 특히 전기·가스요금 현실화 없이는 공기업 부채를 줄일 방법이 없다. 이재명 대통령조차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려면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했지만 정치적 이유로 쉽게 올리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공공주택 확충이나 에너지 인프라 투자는 필요한 일이고 저성장 시대에 국가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투자 확대와 재정건전성 사이 균형은 필요하다. 빚을 갚기 위해 빚을 내는 악순환이 벌어지면 갈수록 투자 여력이 줄 수밖에 없다. 우선 전기·가스요금 현실화 없이 공기업 부채를 줄이겠다는 발상은 비현실적이다. 공공기관 방만경영과 중복 투자, 저효율 사업 정리도 속도를 내야 한다. 에너지안보와 전략산업 차원에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이번 계획엔 공공기관 안전경영 강화도 포함됐다. 중대재해 발생 시 기관장을 해임할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책임을 무겁게 한 건 필요하지만 국정과제가 뒷전으로 밀려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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