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광보다 조망’…이젠 입지까지 뛰어넘을까
먼지·소음 단점에도 “한강뷰” 외치는 이유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사업에 제안한 스카이라인 커뮤니티에서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한강뷰 예시. [HDC 현대산업개발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25/news-p.v1.20250523.662c8971d4c34169a49cc0e864e888a9_P1.jpg)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욕실에서도 한강이 보일 겁니다. 거실의 2.5m 넓은 창으로 집 안 어디에 있어도 한강변에 산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최근 열띤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서울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사업 수주전에서 빠지지 않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한강뷰’다. 시공사들은 조합원 전원에 한강뷰 세대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얼마나 ‘더 넓게’, ‘어디에서까지’ 이 조망을 볼 수 있는지 강조한다.
강남도 외면했던 옛 한강뷰…채광·입지까지 넘본다
가장 큰 이유는 집값과 직결돼서다. 한강 조망 여부에 따라 아파트 가격은 10% 내외 차이를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실거주 시에는 시각적 만족감을, 매도 시에는 시세 차익까지 누릴 수 있다는 특징 때문에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프리미엄 요소로 인식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한강뷰 아파트가 처음부터 이 같은 인기를 누리진 않았다는 점이다. 지금도 일각에서는 먼지와 소음을 감수해야 하는 불편을 단점으로 꼽는다. 과거 한강 조망은 강북의 일부 남향 아파트들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던 특징 중 하나였다.
아파트가 대량공급된 1970~1980년대 강남에서는 한강 조망을 기피했다. 강남에선 한강뷰는 북향이라서다. 당시는 ‘조망 프리미엄’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 채광을 고려해 오히려 한강은 주방에서 보이도록 설계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과거엔 ‘남향’이 설계의 최우선 순위였다”면서 “공원이나 조명 등이 지금과 달리 개발 전이라 ‘뷰가 예쁘다’는 인식이 없었고 악취, 범람 우려까지 있어 한강변을 선망하지 않았다”라고 돌아봤다.
![압구정 현대 1,2차 13동은 한강을 북향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강뷰를 거실에서 누리기 위해서는 나오기 위해서는 주방쪽을 리모델링 해야 한다. 사진은 한강뷰를 위해 리모델링 한 것으로 추정되는 13동의 모습. [네이버 거리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25/news-p.v1.20250523.f4da6078ce774479a36b365a9b1583d8_P1.jpg)
달라진 주거의 기준…조망·심리적 가치 따지는 시대로
실제 강남의 초고가아파트인 압구정 현대 1,2차의 13동(강변 쪽 동)을 보면 거실 창은 남쪽 다른 동을 향해 있다. 그러나 한강뷰 선호도가 올라가면서 소유주들은 주방 구조변경 등 리모델링을 해 조망을 극대화하고 있다.
강남에서는 ‘남향’을 포기하면서까지 한강 조망을 선택한 단지들도 생겼다. 2018년 준공한 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크로리버뷰’는 전 가구가 한강뷰를 볼 수 있는 아파트로 유명하다. 시공사인 대림산업이 조망권 극대화를 위해 의도적으로 아파트 모양을 십자모양(+)으로 설계했기 때문이다.
강변의 재건축 아파트 조합들도 이 같은 트렌드를 따라 한강뷰 세대 배치 및 스카이브릿지 같은 커뮤니티 시설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강뷰 열풍을 시대 변화에 따라 살고 싶은 집의 기준이 진화한 것으로 해석한다. 주택 수요자들의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조망에 대한 지불 의사가 커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 전문위원은 “‘주거의 질’이 개선되면서 일상을 보내는 공간으로서의 만족도를 높이려는 욕구가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밀집도 높은 서울에서 희소한 조망이면서 값이 비싸도 자산가들이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려 한다는 점이 ‘한강뷰 로열티’를 강화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래미안 원베일리 단지 전경. [삼성물산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25/news-p.v1.20250328.e6a76c235b764d598a68db23ce584d23_P1.jpg)
강과 도시를 볼 수 있는 ‘전망 선호’ 현상은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뉴욕, 런던 등 강을 낀 세계 주요 도시들에서는 이른바 ‘리버뷰’, ‘시티뷰’를 앞세운 부동산들이 높은 가격을 형성한다. 이는 결국 인간의 본능과도 연결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경관을 통해 시각적 만족감은 물론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고자 하는 본능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강뷰 아파트를 사치재로만 보기엔 한계가 있다”라면서 “인간은 예로부터 강 유역에 살며 조망을 누려왔는데 넓은 시야가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심리적 개방감과 공원 등 한강변이 가진 인프라, 나아가 다수의 추구로 미래 자산 증식에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사회가 공유하게 되면서 한강뷰의 가치는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심리적 안정감·자산 증식 기대감에 높아지는 몸값
더불어 코로나19 속 단절과 고립을 겪으며 개방감 등 ‘실내 경험’이 가지는 가치가 올라간 점,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유명인들의 한강뷰 주거지들이 선망의 대상으로 떠오른 점도 영향을 준 배경 중 하나로 손꼽힌다.
건설업계에서도 ‘한강 조망권’ 단지는 수주 경쟁이 가장 치열한 현장으로 손꼽힌다. 높은 주목도와 상징성으로 인해 시공 사실 자체만으로도 회사를 알리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재건축하든 재개발하든 들어서기만 하면 대장아파트가 되기 때문에 지어놓으면 그 자체로 ‘광고판’을 얻는 셈”이라며 “브랜드 파워를 키우고 싶은 중견사들은 핵심 강변 입지가 아니라도 어떻게 해서든 한강 조망 세대를 만들어보려고 설계를 고심한다”라고 했다.
![경기도의 한 아파트 단지의 펜트하우스. 한강뷰가 특징이다. [독자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5/25/news-p.v1.20250523.b27f5411a7854c288e6682069e979f9c_P1.jpg)
채광을 넘어선 한강뷰는 입지까지 넘어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동작구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전용 84.75㎡가 지난 4월 31억2000만원(19층)에 거래되며 30억원을 넘었다. 강남 다음으로 손꼽히는 송파구 잠실동 아파트 단지들의 평균 가격대를 넘어서는 것으로 신축과 ‘풀(full) 한강뷰’라는 특징에서 비롯됐다는 후문이다.
강변 재건축 아파트들의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업계에서는 향후 신축 한강뷰 아파트의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같은 단지 내 동일 평형의 경우 수억원 수준이었던 가격 격차는 최근 10억 이상이 넘는 경우도 발견된다. 이날 기준 서울 반포 래미안원베일리의 파노라마 한강 조망을 내세운 전용84㎡의 호가는 70억원 초중반대로 일반 정원뷰 저층 대비 20억 넘게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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