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노동자(클레르 갈루아 지음·오명숙 옮김, 열림원)=소설은 사랑을 둘러싼 통념을 하나씩 걷어내며 ‘몸’이라는 가장 물리적인 진실을 응시한다. 열림원이 선보이는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시리즈의 여섯 번째 책으로, 이 작품은 관계의 모순을 견디며 살아가는 한 여자의 실패한 사랑이 아닌 ‘실패할 수밖에 없는 사랑’에 대한 고백이다. 크리스틴은 빅토르라는 단 한 사람을 사랑하지만 그 사랑은 집착과 자기 파괴의 감정으로 흘러간다. 그는 스물일곱 명의 다른 연인을 만들어가며 관계를 흩트리지만 그 안에서 오히려 끝내 사랑은 더 선명해진다. 저자는 이 복잡한 감정의 역학을 ‘노동’이라는 개념으로 직조한다. 크리스틴에게 사랑은 감내하고 수행해야 하는 일이자 몸에 새겨지는 증언인 셈이다. 끝내 부서질 줄 알면서도 우리는 왜 사랑하는가. 감정의 폐허 위에서 살아남은 여자의 목소리를 빌려 마치 이렇게 묻는 듯하다.

▶행복의 언어(차머스 브러더스 지음·박상문 옮김, 세이코리아)=인간에게 있어 말(言)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특히 36년간 미국과 캐나다 전역을 돌며 커뮤니케이션·리더십 등을 코칭해온 저자는 말이 단순히 기존의 현실을 설명하는 도구가 아닌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는 행동이며 일상을 지배하는 감정 및 행동 등에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다. 즉 말만 잘해도 평상심을 유지하고 원하는 바를 이를 수 있는, ‘행복’이란 감정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언어’는 타인과 나누는 대화뿐 아니라 나와의 대화, 즉 ‘내적 대화’도 포함된다. 단순히 말하는 기술이 아니라 언어, 감정, 신체 등 인간을 이루는 근본적인 세 가지 요소의 관계, 그리고 언어의 변화가 어떻게 감정과 신체에 영향을 미치며 삶이 개선될 수 있는지 방향성을 제시한다.

▶G3인도, 코끼리의 시간(정인채 지음, 인문공간)=인도 전문작가인 저자는 인도를 미국·중국 다음의 주요 3개국(G3) 진입을 앞둔 초강대국이라고 평가한다. 최근 7% 이상의 안정적인 경제성장률과 1인당 국내총생산(GDP) 3000달러를 돌파한 인도의 경제적 비상과 전략적 중요성을 문명적으로 분석했다. 14억 인구라는 인구통계학적 강점, 젊은 노동력, 디지털 전환 역량, 견고한 금융 시스템은 인도 경제의 구조적 성장동력으로 작용하며 인도를 초강대국으로 만들고 있다. 저자는 ‘힘의 원천’ ‘힘의 발휘’ ‘힘의 조정’이라는 3개의 키워드로 인도의 과거·현재·미래를 통찰한다. 특히 다양한 외부 문화요소를 흡수하면서도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해온 인도의 문화적 회복탄력성을 집중적으로 살핀다. 아울러 중국의 성장 둔화시점에서 인도가 갖는 대안적 투자처로서 가치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의 역할에 주목한다. 중국을 넘어 차세대 경제 강국으로 급부상한 ‘코끼리의 나라’ 인도의 실체를 종합적으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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