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신 유자광? 신분의 벽 넘고자 최선 다했을 뿐”
“유자광은 간신으로 유명한데, 기록을 살펴보니 이 사람이 왜 간신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는 단지 자신의 신분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사람으로 느껴졌어요.” 조선 시대 대표적인 간신으로 꼽히는 유자광이 소설의 주인공으로 돌아왔다. 정진영(사진) 작가의 첫 역사소설 ‘누명’을 통해서다. 그동안 현대를 배경으로 소설을 써 온 그는 28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소설이란 작가의 이야기가 들어가기 마련인데, 나와 거리가 먼 얘기를 써 보고 싶었다”면서 “역사소설이지만 현대소설이라는 생각으로 썼다. 유자광이라는 인물을 통해 지금도 역사는 반복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소설은 서얼로 태어나 정1품까지 오르고 40여년간 다섯 임금을 섬긴 유자광의 삶을 재조명한다. 남이의 역모, 무오사화 등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능력이 있어도 출신 때문에 인정받지 못했던 한 인간의 치열한 생존을 그렸다. 정 작가가 집필 과정에서 가장 공을 들인 것은 역사적 고증이다. 5
2026.10.30 11:35
10대 때 좋아한 음악, 평생 듣는 이유
40대 후반인 A씨는 운전할 때마다 늘 듣는 플레이 리스트가 있다. 이문세의 ‘옛사랑’부터 김건모의 ‘아름다운 이별’, 조성모 ‘아시나요’ 등 90년대 인기가 있었던 팝발라드다. A씨는 “요즘 K-팝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다는데, 나는 지금도 90년대 발라드가 가장 좋다”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10대 중반 때 처음 들었던 노래들을 3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 좋아하는 셈이다. A 씨뿐만 아니다. 음악적 취향은 20대 이전에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행동’,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 등을 쓴 세계적인 신경과학자인 로버트 M. 새폴스키 스탠퍼드대 교수는 신간 ‘멍키럽’에서 인간의 행동은 유전자뿐 아니라 뇌를 포함한 몸 상태, 환경, 문화적 배경 등 다양한 측면에서 영향을 받는다고 봤다. 그는 과학적 연구와 이론을 바탕으로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인간 행동의 원인을 재밌게 풀어냈다. 음악적 취향이 세대마다 다른 이유는 뭘까. A씨처럼 음악적 취향은 20대 이전에 결정되고, 이후에는
2026.10.30 11:34
당신은 ‘주체적으로’ 먹고 있나요
한 사람이 10인분도 넘는 음식을 시켜서 먹는 방송이 인기를 끌고, 요리 프로그램에 출연한 셰프는 스타가 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행하는 디저트를 먹기 위해 오픈런도 마다하지 않는다. 현대 사회에서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식량이 아니라, 주효한 문화의 영역이 됐다. 그런데 음식에 대한 자극적인 탐닉이 거세질수록, 정작 그 음식들이 식탁 위에 오르기까지 거쳐 온 생산과 유통의 궤적은 도외시되고 있다. 현대인들은 끼니마다 무엇을 먹을지 고민할 정도로 수많은 선택권을 가진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거대 기업들이 설계해 놓은 편리함이라는 환상 속에서 길들여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영국의 대중 철학자 줄리언 바지니는 신간 ‘음식시민’에서 이러한 착시에 균열을 낸다. 광범위한 식량 시스템의 관점에서 음식을 바라보고, 시스템을 지배하는 권력의 구도와 그 속에서 파편화된 개인이 어떻게 음식시민으로서의 주권을 회복할 수 있는지를 깊이 있게 사유한다. 현재 식량 시스템은 인구 증가,
2026.10.30 11:33
10대 때 좋아한 음악, 평생 듣는 이유…인간 행동의 비밀[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40대 후반인 A씨는 운전할 때마다 늘 듣는 플레이 리스트가 있다. 이문세의 ‘옛사랑’부터 김건모의 ‘아름다운 이별’, 조성모 ‘아시나요’ 등 90년대 인기가 있었던 팝발라드다. A씨는 “요즘 K-팝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다는데, 나는 지금도 90년대 발라드가 가장 좋다”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10대 중반 때 처음 들었던 노래들을 3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 좋아하는 셈이다. A 씨뿐만 아니다. 음악적 취향은 20대 이전에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행동’, ‘모든 것은 결정되어 있다’ 등을 쓴 세계적인 신경과학자인 로버트 M. 새폴스키 스탠퍼드대 교수는 신간 ‘멍키럽’에서 인간의 행동은 유전자뿐 아니라 뇌를 포함한 몸 상태, 환경, 문화적 배경 등 다양한 측면에서 영향을 받는다고 봤다. 그는 과학적 연구와 이론을 바탕으로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인간 행동의 원인을 재밌게 풀어냈다. 음악적 취향이 세대마다 다른 이유는 뭘까. A씨처럼 음악적 취향은 20대
2026.10.29 14:52
정진영 작가 “유자광, 신분의 벽 넘으려 치열하게 살아…지금의 韓 청년들과 닮아”[인터뷰]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유자광은 간신으로 유명한데, 기록을 살펴보니 이 사람이 왜 간신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는 단지 자신의 신분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사람으로 느껴졌어요.” 조선 시대 대표적인 간신으로 꼽히는 유자광이 소설의 주인공으로 돌아왔다. 정진영 작가의 첫 역사소설 ‘누명’을 통해서다. 그동안 현대를 배경으로 소설을 써 온 그는 28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소설이란 작가의 이야기가 들어가기 마련인데, 나와 거리가 먼 얘기를 써 보고 싶었다”면서 “역사소설이지만 현대소설이라는 생각으로 썼다. 유자광이라는 인물을 통해 지금도 역사는 반복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소설은 서얼로 태어나 정1품까지 오르고 40여년간 다섯 임금을 섬긴 유자광의 삶을 재조명한다. 남이의 역모, 무오사화 등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능력이 있어도 출신 때문에 인정받지 못했던 한 인간의 치열한 생존을 그렸다. 정 작가가 집필 과정에서 가장 공을 들인 것은
2026.10.29 13:02
먹방과 미식의 시대…당신은 주체적으로 먹고 있나요?[북적book적]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한 사람이 10인분도 넘는 음식을 시켜서 먹는 방송이 인기를 끌고, 요리 프로그램에 출연한 셰프는 스타가 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행하는 디저트를 먹기 위해 오픈런도 마다하지 않는다. 현대 사회에서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식량이 아니라, 주효한 문화의 영역이 됐다. 그런데 음식에 대한 자극적인 탐닉이 거세질수록, 정작 그 음식들이 식탁 위에 오르기까지 거쳐 온 생산과 유통의 궤적은 도외시되고 있다. 현대인들은 끼니마다 무엇을 먹을지 고민할 정도로 수많은 선택권을 가진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거대 기업들이 설계해 놓은 편리함이라는 환상 속에서 길들여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영국의 대중 철학자 줄리언 바지니는 신간 ‘음식시민’에서 이러한 착시에 균열을 낸다. 광범위한 식량 시스템의 관점에서 음식을 바라보고, 시스템을 지배하는 권력의 구도와 그 속에서 파편화된 개인이 어떻게 음식시민으로서의 주권을 회복할 수 있는지를 깊이 있게 사유한다. 현재
2026.10.29 12:55
하와이 물범은 왜 한국 폐어구를 물고 있었을까?[북적book적]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풍선처럼 부푼 그물자루가 선미로 모습을 드러냈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은빛 고기 떼와 제철인 붉은 새우들로 가득 차 있을 것이란 기대는 곧 사라졌다. 온갖 쓰레기 더미가 쏟아졌다. 물고기와 갑각류는 그 사이에 파묻혀 있었다.” 유대근·진달래·원다라·허경주·조영빈의 신간 ‘지옥이 된 바다’는 기자 5명이 국내외 바다를 누비며 해양 쓰레기의 실태와 발생 원인을 추적한 르포다. 저자들은 직접 어선에 올라 일본, 중국, 필리핀, 미국 하와이까지 찾아가며 쓰레기의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취재는 “백날 전화해봐야 소용없어, 한 번 와봐”라는 어민의 말에서 시작됐다. 취재진은 제주 먼바다에서 새우를 잡는 어선에 올라 7박 8일을 선원들과 함께 생활했다. 그물을 끌어 올릴 때마다 새우와 물고기뿐 아니라 플라스틱병, 밧줄, 폐그물이 뒤엉켜 올라왔다. 때로는 고기보다 쓰레기가 더 많이 잡혔다. 해양 쓰레기로 피해를 보는 어민들은 동시에 쓰레기를 버리는 당사자이기도 했다.
2026.10.24 12:24
데이터로 설계된 현대사회…알고리즘에서 도망치는 방법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 인스타그램 피드에 뜨고, 유튜브 쇼츠를 보다 몇 시간이 훌쩍 간다. 수많은 게시물이 있지만 조회수 높은 게시물만 살아남고, 온라인상 영향력은 팔로워 수로 평가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모두를 인플루언서처럼 행동하도록 내몬다. 우리는 매일 아침 숫자의 바다에서 눈을 뜬다. 스마트폰을 켜자마자 나타나는 알고리즘의 추천 피드, 시시각각 변하는 주가, 대출을 결정하는 신용점수까지. 현대 사회는 수치화된 데이터로 설계돼 있다. 이 숫자들이 언뜻 보면 중립적인 듯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소수의 거대 기술 기업과 금융 자본, 정치권력이 수학 공식을 독점해 대중의 행동을 교묘하게 조종하며 막대한 이익을 거둔다.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개인은 ‘얼굴 없는 숫자’ 중 하나로 전락한다. 신간 ‘숫자를 내 편으로 만드는 법’의 저자 노아 지안시라쿠사 벤틀리대학교 수학 교수는 부유한 자들의 재산을 빼앗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 준 ‘로빈 후드’처
2026.10.16 11:20
농인의 딸이자 엄마…‘경계’에서 세상을 보다
“우리의 일상은 평범했다. 집은 언제나 돌아갈 곳이었고, 마를 틈이 없는 이야기의 원천이었으며, 내가 세상을 배운 첫 번째 장소였다. 그것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인식한 것은 입으로 말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부터다. 그제야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우리 부모가 다른 부모와 다르게 소통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큐멘터리 감독 겸 작가인 이길보라는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코다(Children of Deaf Adults· CODA)’이다.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청인인 그는 수어와 음성 언어를 함께 배우며 ‘온전한’ 가정에서 자랐다. 하지만 사람들은 작가와 동생을 “불쌍하다”고 단정 지어 말했고, 장애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경험으로 쌓여 갔다. 우리는 흔히 세상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본다. 정상과 비정상, 장애와 비장애, 안과 밖으로 선을 긋고, 경계 너머의 삶을 쉽게 타자화한다. 하지만 저자의 신작 ‘경계에서 자란다’는 그러한 경계가 배제의 장벽이 아니라, 여러 세계
2026.10.16 11:20
낙관주의는 순진함의 산물 아닌 진정한 용기
영국계 아일랜드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은 1915년 1월 제국남극횡단탐험대를 이끌고 남극 대륙으로 향하다 해빙에 9개월 이상 갇혔다. 구명정 세 척에 식량과 장비를 싣고 대원들과 가까스로 탈출한 그들은 엘리펀트섬에 도착했지만, 바깥세상과 연락할 방법도, 누군가 자신들을 구하러 올지 모른다는 희망도 없었다. 하지만 섀클턴과 대원 전원은 10개월 뒤 무사히 귀가했다. 21세기인 지금도 살아남기 어려운 혹독한 환경에서 그들은 어떻게 무사 귀환할 수 있었을까. 천체물리학자 출신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수밋 폴초우드리는 신간 ‘희망 지능’에서 이들이 살아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낙관’ 때문이라고 말한다. 섀클턴이 탐험 대원을 뽑을 때 낙관적인 사람들 위주로 뽑았고, 특히 섀클턴과 소수의 대원들이 구조대를 데려오기 위해 사우스조지아섬 포경기지로 향했을 때 부대장 프랭크 와일드가 그만의 쾌활한 낙관주의로 흔들리지 않고 대장을 기다렸기 때문이라는 것. 당시 섀클턴은 “내가 무엇보다 중시하는 자질은
2026.10.16 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