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위기청소년 지원기관 이용자 생활실태조사

위기청소년 33% 우울감 경험…사회적 고립감 높아

친구, 선후배 등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폭력 피해율↑

[123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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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가정생활에 문제가 있거나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위기청소년의 우울감이 3년 사이 더 커졌다. 3명 중 1명 가량이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의 우울감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년간 자해를 시도해 본 위기청소년은 5명 중 1명 꼴이었다.

친구나 선후배 등 주변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온라인 인권침해나 폭력 피해를 당한 비율은 3년 전보다 소폭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성폭력 및 스토킹 피해 경험률도 올랐다.

여성가족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4년 위기청소년 지원기관 이용자 생활실태조사’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청소년쉼터 같은 위기청소년 지원기관을 이용했거나 입소한 경험이 있는 만 9∼18세 청소년 4627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6월 20일부터 9월 13일까지 진행됐다. 정부는 위기청소년의 생활 여건을 파악해 정책에 반영하고자 3년마다 이 조사를 벌인다.

위기청소년, 은둔·위기경험 줄었지만…3명 중 1명 우울감 경험

조사 결과 위기청소년은 부모-자녀와의 관계에서 70~80%의 긍정응답률을 보였다. 대다수가 부모로부터 사랑과 보살핌(80.8%), 관심과 걱정(79.1%), 격려와 용기(69.8%) 등을 받는다고 답했는데, 이는 직전 조사와 유사한 수준이었다. 학교 결석에 대한 방치(19.6%), 외박이나 가출에 대한 무관심(10.6%) 등 부모 또는 보호자로부터의 방임을 경험한 비율도 2021년 대비 감소했다.

위기청소년의 심리·정서적 특성도 긍정적으로 개선됐다. ‘삶에 만족한다’는 긍정응답률은 66.6%로 2021년 대비 1.5%포인트 상승했다. 신체적 건강상태에 대해 ‘좋은 편’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75.8%, 정서적 건강상태는 68.7%로 각각 직전 조사 대비 1.5%포인트, 0.3%포인트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이들의 우울감은 커졌다. 지난 1년동안 2주 내내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경험했다고 답한 위기청소년은 33%로, 2021년 대비 6.8%포인트 올랐다.

위기청소년 자살 생각 및 시도 이유 [여성가족부 제공]
위기청소년 자살 생각 및 시도 이유 [여성가족부 제공]

자해를 시도해 본 적 있는 위기청소년도 21.5%로 2021년 대비 2.8%포인트 늘었다. 다만 최근 1년간 자살 시도 경험이 있는 위기청소년은 2021년 9.9%→2024년 8.2%로 줄었다.

자살 시도의 주된 이유를 살펴보면 ‘심리적 불안·우울’(37.3%)이 가장 많았다. 이외에는 ‘가족 간의 갈등’(27%), ‘학업문제’(15%), ‘선후배나 또래와의 갈등’(8%), ‘미래에 대한 불안’(7%) 등이 있었다. 이중에서 특히 학업문제는 직전 조사보다 10.3%포인트 증가했다.

은둔 경험이 있는 위기청소년은 4명 중 1명꼴로 나타났다(25.8%). 은둔 기간은 대다수가 ‘1개월 미만’(69.5%)이라고 답했다. 이들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고립됐다고 느끼는 비율이 43.5%로, 다른 조사(2023년 아동·청소년인권실태조사, 14.0%)의 청소년에 비해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는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문제’로 집 나와…친구·선후배로부터 디지털 성범죄·폭력 피해도

위기청소년이 집을 나오게 된 이유 [여성가족부 제공]
위기청소년이 집을 나오게 된 이유 [여성가족부 제공]

위기청소년 27.7%는 지금까지 한 번이라도 가출을 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가출 주요 원인으로는 가족문제가 꼽혔다. 집을 나오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이들은 ‘가족과의 갈등’(69.5%), ‘자유로운 생활’(34.3%), ‘가정폭력’(26.3%) 등을 언급했다.

위기청소년이 디지털 성범죄 및 개인정보 유출 등 온라인 인권침해 피해에 노출된 경우는 17.3%에 달했다.

가해자는 ‘모르는 사람’이 54.1%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온라인을 통해 알게 된 사람’(35.4%), ‘친구·선후배 등 주변의 아는 사람’(28.1%) 등의 순이었다. 이중에서 가해자로 ‘친구·선후배 등 주변의 아는 사람’이 지목된 비율은 3년 사이 5.5%포인트 증가했다.

친구나 선후배로부터 폭력피해를 입었다고 답한 위기청소년도 3년 전보다 3.8%포인트 증가한 19.7%였다. 성폭력·스토킹 피해 경험률은 6.3%였는데 이 역시 직전 조사 대비 2.0%포인트 오른 수치다.

위기청소년의 절반가량은 부모 등으로부터 신체폭력(42.9%), 언어폭력(44.6%)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기청소년 “어려울 땐 부모님, 친구 찾아…일자리·경제적 지원 희망”

여성가족부 로고 [여성가족부 제공]
여성가족부 로고 [여성가족부 제공]

대부분의 위기청소년은 어렵고 힘들 때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있다고 응답했다(90.4%).

도움을 청할 주요 대상으로는 부모님(또는 보호자) 73.0%, 친구·선후배 70.8% 로 집계됐다.

위기청소년 지원기관에 대한 인지율도 높게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위(Wee)클래스 또는 위(Wee)센터’(84.0%), 청소년상담복지센터(80.8%), 청소년상담1388(79.5%) 순으로 지원기관을 알고 있었으며, 이 가운데 이용했을 때 ‘도움이 되었다’는 응답은 청소년상담복지센터가 93.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아울러 위기청소년이 희망하는 지원 서비스는 ‘일자리 제공’(77.0%), ‘경제적 지원’(74.9%), ‘직업교육훈련·자격증 취득’(74.6%), ‘건강검진 제공’(74.1%), ‘각종 질병 치료’(72.1%), ‘다양한 청소년 활동 참여 기회’(70.1%)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여가부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청소년복지·보호정책을 한층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황윤정 청소년가족정책실장은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들을 조기에 발굴해 전문적인 상담을 제공하고 주거·취업지원 등 맞춤형 지원을 더욱 확대하는 등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