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둔화 우려에 주가하락

자체 실적 전망도 못 내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방위적 관세 부과란 난기류를 만난 항공주가 힘든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항공수요가 움츠러들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이익 전망치가 하락하는 것은 물론 항공사 자체적인 실적 전망(가이던스)조차 내놓지 못할 정도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5일 종가 기준 대한항공 주가는 최근 한 달 새 5% 이상 하락했다. 미국 항공주는 더 크게 하락했다. 유나이티드항공(-7.25%)부터 사우스웨스트항공(-21.93%) 등 대형 항공사들이 줄줄이 급강하했다.

이 기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8.7% 하락했지만 항공주를 띄우기엔 역부족이었다. 항공사 비용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연료 구입비인 탓에 일반적으로 유가가 하락하면 항공주엔 호재로 인식된다.

하지만 국제 유가를 끌어내린 요인이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수요 위축이란 점은 항공주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비용 측면에서 유가 하락이 도움이 돼도 항공 이용 수요가 이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중 무역전쟁 확대와 그에 따른 글로벌 항공 화물 수요 위축은 항공주엔 치명적이다. 여객 운송에 비해 화물 항공은 수익성이 좋아 항공사 실적을 떠받치는 효자다.

이들 이유로 올해 대한항공 영업이익 전망치는 한 달 새 15% 가량이나 크게 감소했다. 심지어 미국 항공사들은 연간 가이던스조차 내놓지 못할 정도로 항공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이 극심한 상황이다. 앞서 델타항공과 사우스웨스트항공이 1분기 실적 발표를 하면서 가이던스를 제시하지 않은데 이어 아메리칸항공도 지난 24일 불확실성에 따른 수요 압박을 이유로 가이던스를 제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유나이티드항공은 고육지책으로 경기가 안정적인 상황과 침체에 빠지는 상황으로 시나리오를 분리해 가이던스를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미국 항공주에 비해 대한항공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대한항공은 국제선 비중이 95%로 압도적으로, 미국 내 여행 수요 둔화에 따른 악영향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미국 항공사들도 미국 내 수요가 크게 약화되고 있지만 국제 부문과 프리미엄 서비스 부문은 전망이 밝다고 판단하고 있다. 김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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