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세 협상 카드로 만지작

“실익 불투명” 기업들은 신중론

글로벌 에너지기업들 철수 전례

LNG 가격 전망도 불확실성 커

정부가 미국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참여를 두고 본격적인 협상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국내 기업들 사이에선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를 ‘관세 협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정부와 달리 기업들 입장에선 실익을 따지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업성의 관건인 LNG 가격을 둘러싼 시장 전망 역시 불안정한 국제 정세 탓에 극과 극으로 갈리고 있다. ▶관련기사 9면

21일 업계에 따르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 가능성이 있는 국내 에너지 기업들은 각자 프로젝트 사업성을 두고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다만 기업들 사이에서는 프로젝트에 대한 신중론이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워낙 리스크가 큰 사업인 만큼 민간기업 입장에선 투자를 섣불리 결단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 기업 관계자는 “사업성을 검토해보겠지만 투자 자체는 공기업 위주로 이뤄지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이번 프로젝트 관련 기업들로는 대규모 가스전 사업 및 LNG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SK이노베이션 E&S, GS에너지 등이 꼽힌다. 미국은 관세 협상을 앞세워 한국 기업들의 참여를 직접적으로 요청해오고 있다.

지난달에는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가 한국을 찾아 관련 기업들과 직접 만나기도 했다. 정부에서도 이번 프로젝트를 대미 관세 협상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기업들 입장은 다르다. 이번 프로젝트가 어떤 실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가 불투명한 탓이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도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카드로 한국에 프로젝트 참여를 요청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 엑손모빌, BP 등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철수한 전례도 있다.

알래스카 프로젝트는 약 1300㎞ 길이의 가스 파이프를 건설해 알래스카 북부에서 남부 항만으로 천연가스를 이송해 수출하는 것이 골자다. 이 때문에 실제 수출 시점은 다음 정권에서나 이뤄질 예정이라 투자금 회수 여부를 가늠하기 더욱 어렵다. 또 알래스카 프로젝트가 수익성을 내려면 일정 수준이상 LNG 가격이 유지돼야 하는데, 이를 둘러싼 시장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세계적으로 LNG 생산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과, 그럼에도 재생에너지 전환기 대체 연료로 LNG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를 고려하면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란 분석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우선 최근 기준으로 보면 LNG 가격은 하락세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16일 한국과 일본에 적용되는 JKM LNG(Japan-Korea Marker) 단가는 MMBtu(가스열량단위)당 11.86달러였다. 올해 최고가를 기록했던 2월 7일(16.91달러)와 비교하면 30%가량 떨어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사상 최고가였던 2022년 3월 59.6달러와 비교하면 80%가량 하락했다.

장기적으로는 LNG가 ‘공급 과잉’ 국면을 겪으며 가격이 하락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지난해 “2027년 이후 많은 LNG 신규 생산 증가에도 수요가 이를 따르지 못해 공급 과잉을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도 보고서를 내고 “북미와 카타르를 중심으로 2030년까지 전 세계 LNG 공급 용량이 약 3500억㎥ 증가할 것”이라며 “세계 LNG 가격이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글로벌 에너지 기업 쉘(Shell)은 최근 발표한 ‘LNG 전망 보고서’에서 글로벌 LNG 수요가 2040년까지 약 60% 성장하면서, 가격이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톰 서머스 쉘 LNG 마케팅 및 트레이딩 부문 수석 부사장은 “세계는 개발 및 탈탄소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발전, 냉난방, 산업 및 운송 부문에서 더 많은 가스를 필요로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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