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인덱스 3년 최저 수준 하락
원/달러 환율 여전히 1400원대
미·중 관세 갈등에 정치 불확실
한은, 17일 금통위 앞두고 고심
![지난 14일 원/달러 환율의 주간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25.8원 내린 1424.1원으로 4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자리로 향하고 있다.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15/rcv.YNA.20250414.PYH2025041415800001300_P1.jpg)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미국 달러 가치가 3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으나 원/달러 환율은 여전히 1400원대에 머무르며 회복되지 않는 모양새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가 연초보다 10% 넘게 내린 반면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3% 오르는 등 원화 저평가 흐름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14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5.8원 내린 1424.1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주간거래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6일(1419.2원) 이후 4개월여 만에 가장 낮았다.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을 매도하는, 이른바 ‘셀 아메리카’로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도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 관세정책이 미국 경기 침체 우려를 키우고 달러 표시 자산의 신뢰를 낮추면서 달러에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해 10월 초 100대에서 트럼프 효과로 상승하기 시작해 올해 1월 13일 110.164까지 뛰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경기 침체 우려 등을 반영하며 내림세로 돌아섰고 이달 11일에는 약 3년 만에 최저 수준인 99.005까지 떨어졌다.
달러인덱스는 전날 주간 거래 마감 무렵에도 99.404 수준이었다. 올해 들어 달러인덱스가 가장 높았던 1월 13일(한국 종가 109.870)과 비교하면 달러 가치가 10.53% 평가 절하된 셈이다.
그러나 원화 가치는 달러인덱스 하락분만큼 오르지 못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월 13일 1470.8원에서 전날 1424.1원까지 하락했다. 달러 가치가 주요 통화 대비 10% 넘게 내릴 동안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3.28% 오르는 데 그친 것이다.
주요국 통화 대비로도 원화 저평가 흐름은 두드러진다. 같은 기간 유럽연합(EU) 유로화(11.56%)와 일본 엔화(10.50%)는 달러 대비 10% 넘게 절상됐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달러인덱스 100포인트 부근에서 원/달러 환율의 적정 수준은 1350원 이하”라며 “현재 원화는 글로벌 달러 대비 최소 5% 이상 저평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달러 가치 하락에도 원/달러 환율이 높은 데에는 미·중 간 관세 갈등 영향이 크다. 수출 둔화 우려와 내수·투자 부진, 여전한 정치적 불확실성 등 경제 성장 전망이 어두운 점도 원화 가치를 제한하는 요소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하면서 한숨 돌렸지만 미·중 간 긴장은 고조된 상태”라며 “한국 원화는 중국 경제와 위안화에 민감한 통화”라고 말했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관세 충격에 성장률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정치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다지만 리스크가 남아있어 원화를 던지려는 수요가 극대화된 상황”이라고 했다.
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있어 오는 17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부진한 경기 상황만 보면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하지만 높은 환율 변동성에 원화 저평가 흐름이 여전해 외환시장 안정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