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합병’으로 생수요청 늘자
한진그룹 한국공항㈜, 내달 심의 준비
제주특별자치도 지하수 관리 조례 따라
‘지하수관리위원회’서 심의 결정
환경단체 반발, 지선 확대 등 이슈 될 듯
![한진 제주퓨어워터 [홈페이지 갈무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3/13/news-p.v1.20250313.a45e3157ff7045589156744b05186639_P1.png)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앞두고, 한진그룹 계열사 한국공항㈜이 제주도에서 지하수 증산을 추진한다. 기내용 음료수인 ‘제주퓨어워터’를 제주도에서 취수하는 한국공항㈜의 취수량은 매일 100톤 수준. 이를 150톤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골자다.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한국공항㈜은 내달 제주특별자치도 지하수관리위원회에 취수량 증산을 승인받기 위한 심의를 목표로 ‘증산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빠르면 이달 중으로 제주특별자치도에 심의를 위한 신청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제주특별자치도 관계자는 “현재 한국공항㈜으로부터 심의를 준비한다는 알림만을 받았고, 아직 신청서나 구체적인 내용을 받아보지 못했다”라면서 “실제 증산 신청이 들어올 경우 절차에 맞춰서 이를 처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하수가 ‘공공재’라는 개념이 강한 제주도에서는 지하수 취수를 하기 위해서는 ‘제주특별자치도 지하수 관리 조례’에 따라 지하수관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매 2년간 허가 절차가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 제주도의 취수허가 기간은 오는 11월까지다. 이 과정에서 한국공항㈜이 아시아나항공 음료수 수요를 문제로 제주퓨어워터를 증산하기로 나선 것인데, 이를 위해서도 지하수관리위원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현재 13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지하수관리위원회는 자치도와 환경단체 추천 인원, 그외 대학교수와 연구원, 법률가 등 전문 인원들로 구성된 단체다. 현지에서는 지하수가 공공재인 ‘공수’(公水)라는 성격으로 여겨지는 만큼, 지역사회에 기여도 측면이 주로 다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공항㈜가 증설하려는 매일 50톤 수준의 취수량은 ‘삼다수’ 생산을 위해 제주도개발공사가 취수하는 일 4600톤의 취수량을 고려했을 때는 미미한 수준이다. 또한 한국공항㈜가 1984년 처음 지하수 개발·이용 허가를 받을 당시 승인량 200톤에서 일부를 복원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지난 1996년 제주도가 실제 사용량을 고려해 일 100톤 수준으로 생산량을 감축한 바 있다.
![제주도 자연경관 [한진 제주퓨어워터 홈페이지 갈무리]](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3/13/news-p.v1.20250313.13c29cb211ae4e4e804c4b81a993eafd_P1.png)
한국공항㈜은 현재 취수한 물을 대부분 기내용 음용수로 공급하고 있다. 일부 물량을 가정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별도의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하기도 하지만, 그 물량은 희박한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으로 기내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만큼 취수량 증대도 필요하다.
지난 2월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부회장)가 제주도를 방문한 것도 증산과 같은 맥락에 있다는 평가다. 당시 우 부회장은 오영훈 제주도 지사를 만나 제주 기점 항공편 확대, 신규 노선 개설 등의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이 자리에서 양측이 취수와 관련된 이야기도 나눈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오 지사는 “(제주공항 동계 운항 계획)항공편 감편으로 제주 관광객이 전년 동기 대비 10.7% 감소하는 등 제주 관광이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도민 이동권 보장에도 우려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대한항공이 제주 항공 수송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만큼, 여행객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제주노선 확장을 검토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자 우 부회장도 “제주도는 대한항공 창업 이래 각별한 인연이 있는 곳”이라며 “기업 결합 이후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등 5개 회사와 함께 지방발 노선 공급 확대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화답했다.
항공업계 안팎에서는 코로나 19 팬데믹의 종식 이후 제주도로 향하는 항공편 숫자가 심하게 감소한 상황에서 한진그룹 산하 항공사들이 제주도로 향하는 항공편 숫자를 늘리게 될 경우, 아시아나 통합으로 인한 생수 사용량 증대도 명분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우기홍(사진 왼쪽 두번째부터) 대한항공 대표이사가 오영훈 제주지사를 비롯한 제주도 관계자들과 면담을 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3/13/news-p.v1.20250313.9f7d5d2866fd45e7a77ab3870c7e56ca_P1.png)
또한 공정거래위원회가 앞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의 조건으로 공급좌석 수를 2019년 이전의 90% 미만 축소금지를 내건 바 있는데, 경쟁 항공사들이 선호하지 않는 국내노선을 늘리면서 이를 유지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통합으로 인한 슬롯 반납 문제가 있는만큼 주로 선호하지 않는 지선(지방간 노선)을 통해 제주도 항공편을 늘리는 방안이 검토되지 않겠냐?”라면서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앞서 외면받아온 지역간 연계를 늘리고 관광수입을 늘리는 방식으로 사회공헌을 하게 되는 명분도 생긴다”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제주환경운동연합 등 현지 시민사회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하수가 제주도민의 공공재인 만큼 이를 사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단체는 최근 성명을 내면서 “공수관리 정책의 핵심은 공공재에 대한 인식과 보전·관리”라며 거센 반대 입장을 냈다. 시민사회계가 지하수관리위원회의 일원으로도 포함되는 만큼 시민사회계의 입장은 향후 심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만큼, 증산 추진에 맞서서 논란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 시민사회계 관계자는 “삼다수의 경우 제주도개발공사가 취수해 상품화하면서 그 수익금을 제주도민을 위해 사용한다는 점에서 공공적인 성격이 강하지만, 대한항공에 물이 공급된다면 이는 제주도를 위해 쓰이는 것과는 다르지 않냐?”라면서 “이에 지역사회에서 거센 반발의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zzz@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