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복귀 전제 증원 철회 발표
의료계 ‘협박 그만’ 싸늘한 반응
대학, 회유·압박하며 복귀 유도
정부가 ‘의대생 3월 말 복귀’를 전제로 의대 정원 철회를 선언했으나 의료계 반응은 싸늘하다. 1년 넘게 이어져 온 의정갈등을 해결하자는 의지를 드러냈음에도 의과대학생의 시각은 “1년 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는 쪽이다. 오히려 정부를 향해 “협박을 멈춰라”고 쏘아붙이고 있다. 대학 측에서는 회유와 엄벌 카드를 동시에 꺼내들었다. 의대생들이 이 같은 강경 기조를 이어갈 경우엔 초유의 유급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11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교육부가 의대생 복귀를 전제로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 이전인 3058명으로 돌린다고 발표했음에도 뚜렷한 복귀 움직임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수도권의 한 의대에 다니는 A씨는 “복귀 방안을 봤는데, 내년에 증원하지 않는다고 신나서 돌아갈 이가 누가 있겠냐”며 “처음에도 이후에도 다 일방적으로 통보만 하고 있는데 어이가 없지 않느냐, 우리를 쉽게 다루는 장기 말로 여기는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에 대한 불신뿐 아니라 의료계 선배들에 대한 반감도 드러냈다. 휴학한 지방권 의대생 C씨는 “십수(의료계 선배들을 비하하는 말)들이 돌아오라고 협박한다고 해서 돌아갈 사람은 없다”라며 “교수들이나 대학이 복귀를 바라는 것 같은데 아무 효과 없다”고 지적했다.
의대생과 전공의 단체는 교육부의 발표를 두고 ‘협박하지 말라’고도 지적했다. 의대 학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학생들이 안 돌아오면 5058명을 뽑겠다고 (정부가 학생들을) 협박하고 있다”며 “졸업 후 동시에 전공의 수련을 받아야 하는데 제대로 된 전공의 수련은 가능한가. 결국 그 무엇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복귀하지 않으면 5058명, 괘씸죄도 아니고 학생들을 상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사기와 협박뿐”이라면서 반발했다.
의료계가 정부의 항복 선언 없이는 계속해서 복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자 2년 넘게 ‘의대 교육’이 멈출 위기를 맞은 대학에서는 회유와 엄벌 카드를 동시에 꺼내 들었다. 의대 학장들은 학부모를 향해 ‘학업 복귀 서신’을 보내면서, 일부에서는 징계위원회 등 압박에 나섰다.
백무준 순천향대 의대 학장은 복귀 호소문에 “올해는 어떤 일이 있어도 수업이 진행돼야 하는 만큼, 3월 안에 학생들이 복귀해야 한다”며 “이제는 학생들이 아니라 기성 의료계가 해결해야 할 일들이 남았다”고 썼다.
최재영 연세대 의대 학장도 ‘학생, 교수님, 학부모님들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오는 24일까지 의대생들이 반드시 복귀해야 한다고 했다. 최 학장은 “24일 이후에는 의대생 복귀가 불가능하며 1학기 휴학 재신청 또한 승인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연세대 학칙과 무관하게 교육부 방침에 따라 휴학 청원이 승인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학 측에서는 동시에 이들의 복귀를 위한 압박도 진행하고 있다. 연세대는 의대생 전용 기숙사 ‘제중학사’에서 1학기 휴학을 한 학생들의 퇴소 절차를 시행했다. 아울러 연세대 의대는 휴학계 제출을 실명으로 진행하게 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비상시국대응위원회(비대위) 소속 학생을 오는 20일 조사위원회에 출석하라고 통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도 휴학 강요와 수업 방해 행위에 대해 현재까지 수사 의뢰된 5건 외에 추가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다는 계획이다. 김용재·안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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